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59)이 또 '입'만 살았다. 자신이 현역 시절 뛰었던 팀이자 현재 '손흥민 소속팀'인 토트넘에 대해 논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23일(한국시간) ESPN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4위는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한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앞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9일 아스톤 빌라와의 EPL 28라운드 원정 경기를 앞두고 "팀이 성장하지 않는다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은 무의미하다. 1위가 아닌 다른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 최고가 아닌 것엔 기뻐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팀 성장이 무조건 수반돼야 한다는 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생각이다.
25일 기준 토트넘은 16승 5무 7패, 승점 53으로 한 경기 더 치른 4위 아스톤 빌라(승점 56)에 이어 5위다. 리그 종료까지 앞으로 10경기 남았다. 2023-2024시즌 EPL 상위 4팀에는 차기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진다.
클린스만 감독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옳다고 생각한다”라고 운을 뗀 뒤 “토트넘은 시즌 초반을 매우 잘 시작했다. 이후 약간 하락세를 걸었다. 지금은 4위 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4위를 하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다. (모두가) 원하는 곳이다. 축구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얻을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클린스만 감독은 “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메시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야심을 가지고 있고, 토트넘에서 매우 특별한 것을 만들고자 한다”면서 “하지만 (팀을 완벽하게 만들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다. (과거 사령탑)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다. 포체티노 감독도 (토트넘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시키는 데 시간이 걸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조금은 불안해하고 조급해하는 것이 극히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약 1년 동안 한국 대표팀을 맡을 때나, ‘성적 부진’으로 지회봉을 내려놓은 뒤에나 한결 같이 ESPN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이다.
그리고 ‘또 입만 산’ 클린스만 감독이다.
지난해 3월 한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그는 부임 1년도 채 안 돼서 ‘한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감독이 됐는데, 이렇다 할 전술 훈련 없이 ‘입’만 살았기 때문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달 2023카타르아시안컵 4강전에서 한국을 요르단의 승리 제물로 만든 뒤 경질됐다.
대회에 임하게 전까지 클린스만 감독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호텔 예약을 대회 마지막 날까지 해야 한다. 8강까지만 예약하거나 그러지 말고 대회 끝날 때까지 호텔을 예약해야 한다. (만약 결과가 잘못된다면) 모두가 언제든 호텔을 취소할 수 있다. 그리고 나를 달나라로 보내면 된다(웃음). 나는 (우승) 자신이 있다”라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결과’는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코치진과 머리 맞대고 전술 구상을 하기보단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지하기 바빴다. 응집력이 현저히 떨어진 클린스만호는 결국 탈이 났다. 한국은 손흥민(토트넘)~이강인(파리 생제르맹)~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역대급 멤버’를 자랑하고도 요르단전 0-2 패배로 인해 아시안컵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당시 한국의 FIFA 랭킹은 23위, 요르단은 87위였다. 객관적 전력에서 차이가 심한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슈팅 0개’ 수모를 겪으며 무릎을 꿇었다.
애초부터 그의 ‘우승 확신’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가 부임하는 동안 논란의 연속이었다. 한국을 벗어나 이역만리 외국에서 재택근무를 한 데 이어 아시안컵을 앞둔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잦은 휴가를 떠나 원성을 자초했다. 재택근무 하면서 그는 ESPN과 세계 축구 관련 이슈에 대해 화상인터뷰를 쉬지 않고 했다. 한국이 중대한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에 집중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또 클린스만 감독에게 이미 부임 전 ‘전술 없는 전술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란 평가가 자자했다. 실제로도 그가 평가전에서 보여준 '무취무색' 전술로 인해 축구 팬들은 기대보단 걱정을 더 많이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보여주는 것 없이 말은 거창하게 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지휘봉을 내려놓고도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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