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 손흥민(32, 토트넘)의 영향력이 태국의 잔디까지 전면 교체하게 만들었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 26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홈팀 태국을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을 치른다. 3차전 서울에서 1-1로 비긴 한국은 원정에서 승리를 노린다.
OSEN은 25일 대표팀 최종훈련이 열린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의 잔디를 직접 밟았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상태가 훨씬 좋았다. 마치 레드카펫을 밟는 기분이었다. 최근 태국축구협회가 수억 원을 투자해 배수시설부터 기초공사를 완전히 새로 했고 1998년 이후 최초로 잔디 전면교체를 실시했다. 이후 누구도 여기서 경기를 치른 적이 없기 때문에 완전 새 것이었다.
태국축구협회 관계자에게 잔디가 정말 좋다고 칭찬했다. 관계자는 “지난해 토트넘이 왔을 때 폭우가 쏟아져서 경기가 중단된 적이 있다. 태국에서 ‘이러다 쏘니가 다신 태국에 안 온다’는 위기감이 왔다. 그래서 많은 예산을 투자해서 그라운드를 싹 정비했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7월 24일 토트넘이 방콕을 방문해 레스터 시티와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기 직전에 폭우가 쏟아졌고 그라운드에 순식간에 논두렁으로 변했다. 결국 주최측이 경기를 취소하고 입장권을 모두 환불해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손흥민과 해리 케인 등 토트넘 스타들은 비를 맞으면서 일일이 태국 팬들에게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좋은 매너가 결국 태국을 움직였다. 태국축협이 ‘손흥민이 다시 찾을 수 있는 경기장을 만들자!’는 목표로 잔디전면교체를 결정했다고 한다. 주장 손흥민이 뛰는 한국대표팀 경기는 태국에게 새로운 잔디를 시험하는 최고의 무대다.
태국축구협회 관계자는 “손흥민이 태국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 잔디가 좋아야 손흥민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폭우가 또 쏟아지면 어떡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지금은 폭우가 쏟아져도 10분 만에 배수가 된다”고 자신했다.
이날 한국대표팀 최종훈련을 보기 위해 74명의 태국 언론이 경기장을 찾아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너도 나도 “쏘니 어딨어?”라며 한국 취재진에게 물어봤다. 심지어 태국축구협회 여성직원들은 손흥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촬영에 바빴다. 그만큼 손흥민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셀럽’이었다.
조규성, 설영우도 태국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선수들이었다. 이들이 퇴근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한국대표팀 버스 주변에 엄청난 팬들이 모였다. 축구대표팀은 태국 경찰의 특급호위를 받으며 빠르게 숙소로 돌아갔다. 방콕의 엄청난 교통체증도 '국빈'대접을 받는 대표팀에게는 남의 말이다.
팬들에게 이 선수들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축구를 잘하는데 K팝 아이돌 같이 너무 잘생겼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기 많은 선수들은 국적을 초월한 이유가 있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