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손준호(32)의 극적인 석방소식에 ‘92라인’ 친구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한 축구대표팀은 26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에서 이재성의 결승골과 손흥민, 박진섭의 추가골이 터져 홈팀 태국을 3-0으로 제압했다. 한국은 3차전 서울에서 1-1 무승부의 굴욕을 되갚았다. 3승 1무의 한국은 조 선두를 지켰다.
결전을 하루 앞두고 호재가 터졌다. 지난해 5월 뇌물을 수뢰한 혐의로 중국에서 구속됐던 손준호가 석방돼 한국으로 귀국한 사실이 알려졌다. 영문도 모른채 1년 가까이 구금됐고, 징역형까지 살 수 있다던 손준호가 갑자기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손준호 석방은 더 없는 희소식이었다. 한국대표팀에 이보다 더 좋은 호재는 없었다. 손준호의 친구들 ‘92라인’ 손흥민, 이재성, 김진수가 어느덧 대표팀을 이끄는 고참으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친구의 소식을 들은 세 선수는 태국전 나란히 선발로 출격해서 맹활약을 펼쳤다.
이재성은 손준호 몫까지 터졌다. 전반 19분 박스 왼쪽 측면에서 조규성이 낮고 빠른 슈팅을 날렸고 이를 이재성이 달려들어 밀어 넣었다. 한국이 1-0으로 앞섰다. 이재성의 빠른 판단과 위치선정이 돋보인 골이었다.
주장 손흥민은 슈퍼테크닉으로 태국을 무너뜨렸다. 손흥민은 후반 9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화려한 개인기에 이은 추가골을 터트려 태국 팬들을 ‘멘붕’에 빠뜨렸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은 수준이 달랐다. 손흥민에게 야유를 퍼붓던 5만 관중들도 순식간에 침묵했다.
김진수는 왼쪽 측면을 굳게 지켰다. 경기 초반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졌지만 일어나서 다시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김진수는 계속해서 태국의 왼쪽 측면을 봉쇄하며 한국의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진수는 '92라인' 선수들이 다 잘했다는 말에 “그렇게 봐주셨다면 감사하다. 원하는 승리를 해서 다행이다. 한국팬들도 많이 와주셔서 힘이 됐다”며 웃었다.
손준호의 석방은 역시나 각별했다. 김진수는 “어제 소식을 듣고 많이 생각났다. 이유가 뭐든 건강하게 잘 돌아왔다고 들어서 눈물도 많이 났다. 하루 빨리 준호를 만나고 싶다”며 감격했다.
주장 손흥민은 경기 전날 손준호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한다. 그는 “정말 (손준호를) 기다렸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언젠가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많이 기다렸던 뉴스다. 준호도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친구의 복귀를 바랐다.
’92라인’ 손흥민, 이재성, 김진수 세 친구는 공격, 미드필드, 수비에서 각자의 몫을 다했다. 이제 손준호가 그라운드로 돌아오는 일만 남았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