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가 올 시즌 초반 6승1패로 순항하고 있는 데에는 ‘천재 타자’ 후안 소토(26)가 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양키스가 5명의 선수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내주고 외야수 트렌트 그리샴과 같이 받아온 소토는 개막 7경기 타율 3할4푼5리(29타수 10안타) 1홈런 4타점 OPS .924로 활약 중이다. 지난달 29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개막전에선 9회 동점을 막는 기막힌 홈 보살을 선보이는 등 수비력도 향상됐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구단주가 세상을 떠나지 않었더라면 지금의 ‘양키스 소토’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고(故) 피터 세이들러 샌디에이고 구단주가 사망하기 전 소토와 물밑에서 연장 계약 협상을 긍정적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소토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세이들러 구단주가 소토와 대형 계약을 위해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다. 비밀리에 진행된 협상은 사당히 긍정적으로 흘러갔지만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치료를 받던 세이들러 구단주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중단됐다.
결국 세이들러 구단주는 지난해 11월 향년 63세의 나이로 별세했고, 소토와의 협상도 그렇게 흐지부지되면서 끝났다. 보라스는 “세이들러 구단주는 소토를 좋아했다. 그를 붙잡고 싶어 했지만 안타깝게도 건강 문제로 협상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욕포스트는 ‘일부에선 세이들러 구단주가 소토와의 연장 계약에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려고 한 사실을 의아해할 수 있지만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팀 성적이었다. 그렇게 충격적인 일은 아니다’며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한 세이들러 구단주가 살아있었더라면 소토와 연장 계약이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과거 LA 다저스 구단주였던 월터 오말리의 손자로 아버지에 이어 다저스 구단주가 된 피터 오말리의 조카인 세이들러 구단주는 2012년 투자그룹을 이뤄 샌디에이고 구단을 인수했다. 파트너 론 파울러가 회장을 맡는 동안에는 뒤에서 지원만 했지만 2020년 11월부터 샌디에이고 회장을 맡아 공격적인 투자를 펼쳤다.
2021년 2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4년 3억4000만 달러)와 연장 계약을 시작으로 2022년 8월 조 머스그로브(5년 1억 달러)와 연장 계약을, 12월 잰더 보가츠(11년 2억8000만 달러)와 FA 계약을 했다. 이어 지난해 2월 다르빗슈 유(6년 1억800만 달러), 2월 매니 마차도(11년 3억5000만 달러), 4월 제이크 크로넨워스(7년 8000만 달러)와 줄줄이 연장 계약하면서 초호화 로스터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했다.
소토도 샌디에이고의 연장 계약 대상으로 꼽혔고, 지난 여름부터 협상이 무르익었다. 당시 양측 협상은 물밑에서 은밀하게 추진됐는데 팀과 관련된 이들은 세이들러 구단주가 살아있었더라면 연장 계약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이들러 구단주가 투병 끝에 숨을 거두면서 투자 동력을 잃은 샌디에이고는 긴축 재정에 들어갔고, 소토를 붙잡을 여력이 없었다. 선발투수 마이클 킹을 비롯해 5명의 선수를 받는 조건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예비 FA’ 소토를 떠나보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좌투좌타 외야수 소토는 2018년 20살의 나이로 워싱턴에서 빅리그 데뷔 후 빠르게 자리잡았다. 7시즌 통산 786경기 타율 2할8푼5리(2733타수 778안타) 161홈런 487타점 645볼넷 581삼진 출루율 .421 장타율 .524 OPS .945로 실버슬러거 4회, 올스타 3회 경력을 자랑한다. 정확성과 선구안, 장타력까지 갖춘 완성형 타자로 아직 나이도 26살밖에 되지 않아 시장 가치가 높다.
2022년 7월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 15년 4억4000만 달러 초대형 연장 계약을 거부했고, 최소 5억 달러가 계약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에 FA 이적한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역대 최고액 계약을 했지만 6억8000만 달러를 추후 지급받는 ‘디퍼’를 넣으면서 실질 가치는 4억60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올해 양키스가 활약을 이어간다면 소토가 실질 가치로는 오타니 이상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
뉴욕포스트는 양키스가 소토 영입을 위해 선발투수 자원들을 포기한 만큼 그를 장기로 붙잡기 위해 큰 베팅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라스는 “소토가 뉴욕 생활에 매우 만족한다”며 양키스 잔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지난겨울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제외한 주요 FA 고객들의 기대 이하 계약으로 체면을 구겼던 보라스에게도 소토는 명예 회복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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