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이기면 전북 유니폼 안 입으려 했다"...'천금 데뷔골' 이재익의 남달랐던 각오[오!쎈 인터뷰]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4.14 09: 56

"너무 오래 걸려서 죄송하다. 결과를 못 가져오면 다시는 이 유니폼을 입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뛰었다."
전북은 13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7라운드에서 광주를 2-1로 꺾었다.
7경기 만에 거둔 승리였다. 전북은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에서 포항을 꺾긴 했으나 K리그에서는 3무 3패에 그치고 있었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도 지난 제주전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휘청이던 전북은 안방에서 광주를 잡아내며 드디어 포효했다. 승점 6점으로 9위까지 점프하며 탈꼴찌에도 성공했다. 동시에 광주 상대 전주성 10연승을 질주하며 기분 좋은 기록을 이어갔다.
이재익의 활약이 컸다. 그는 전반 17분 자신의 데뷔골이자 팀의 선제골을 터트렸고, 경기 내내 광주 가브리엘을 꽁꽁 묶으며 철벽 수비를 펼쳤다. 주 포지션인 센터백이 아니라 왼쪽 수비수로 나섰음에도 박수받아 마땅한 모습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재익은 "내가 골을 넣을 줄 몰랐다. 다행히 운 좋게도 팀에 도움이 돼서 너무나 좋다. 결승골이고 뭐고 승리해서 너무 행복하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가브리엘을 잘 막아낸 이재익이다. 그는 "전술적으로 공격할 때와 수비할 때 내 위치가 달랐다. 그 역할을 수행하려고 노력했다. 광주 가브리엘이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수비적으로 틀어막으려고 많이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이재익은 결정적인 태클로 박스 안에서 가브리엘의 드리블을 막아낸 뒤 보란 듯이 포효하기도 했다. 그는 "어찌 됐건 우리 팀이 승리가 없었다. 지금 우리는 더 싸우고 더 투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본능적으로 그냥 (포효가) 나왔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재익은 다리에 쥐가 올라와 후반 33분 교체됐다. 그는 "원래 90분을 뛰는 체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힘을 너무 많이 썼는지 무리가 왔다. 팀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빨리 나왔다"라고 전했다.
수비진 부상이 늘어나면서 이재익의 어깨가 무거워진 상황. 그는 "전북은 누가 들어오든 간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부상자가 많아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우리가 더 조직적으로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간다면 다시 우리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현재 전북은 공식 사령탑이 없다. 페트레스쿠 감독이 떠난 뒤 박원재 코치가 대행을 맡고 있다. 이재익은 감독의 부재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묻자 "감독님의 부재라기보다는 박원재 코치님의 철학을 우리가 받아들였다. 준비하시는 공격부터 수비 전술까지 이행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러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박원재 코치는) 일단 공을 소유하길 원하신다. 경기를 더 지배하길 원하신다. 오늘도 그렇게 완벽하지 않았다. 앞으로 개선해 나가면서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박원재 대행 체제에서 가장 바뀐 점은 무엇일까. 이재익은 고민하지 않고 "포지션이다"라고 답한 뒤 "우리가 어느 곳에서 서야 하고 각자 역할이 주어졌다. 그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려 하다 보니까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경기 후 라커룸에선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 이재익은 "왜 이제 1승을 했나. 승리했다고 막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갈 길이 '너무 멀다. 우리 아직 너무 급하다'라는 분위기가 더 컸다. 더 잘해야 한다거나 이렇게밖에 못했나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자책도 있었고, (김)태환이 형이나 (최)철순이 형도 바로 이렇게 하면 안 됐고 이렇게 해야 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경기 중 상황에 대한 피드백이 있었다. 아직 갈 길이 너무 멀기 때문에 잘 준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재익은 팬들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그는 "너무나도 감사드린다. 너무 오래 걸려서 죄송하다. 오늘 결과를 못 가져오면 절대 이 유니폼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경기장에 들어갔다. 다행히 결과가 나왔다. 더 전북에 걸맞는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도록 다음 경기도 꼭 승리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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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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