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은 가지만 '정글의 법칙' 김병만 족장은 없다. 김병만 빠진 '정글밥'이 '정글의 법칙'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17일 OSEN 단독 보도를 통해 SBS가 새 예능 '정글밥'을 준비 중인 소식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 SBS 측은 정글을 배경 삼아 기존 SBS 예능 '정글의 법칙'과는 다른 콘셉트의 새로운 예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법'의 상징 같던 김병만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정글의 법칙'은 지난 2011년 10월 21일 첫 방송을 시작해 족장 김병만을 필두로 '병만족'이 정글에서 생활하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예능이다. KBS 공개 코미디쇼 '개그콘서트(약칭 개콘)'에서 '달인'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김병만은 '정글의 법칙' 시리즈를 통해 '개콘'이 아닌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서의 활약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고, 특유의 슬랩스틱과 끈기로 호평받아 2013년과 2015년 SBS 연예대상 '대상'까지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병만은 왕년의 '달인'에서 '정법' 족장, '병만족장'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비록 '정글의 법칙'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기 해외 촬영이 막히며 불가능해졌고, 여러 논란 끝에 시리즈의 동력을 잃으며 촬영 재개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1년 5월 29일 '정글의 법칙 in 펜트아일랜드: 욕망의 섬'을 끝으로 막을 내리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김병만은 대중의 머리에 '영원한 족장' 이미지로 남아있는 터다.
이에 힘입어 김병만은 개인 유튜브 채널 '김병만의 정글 크래프트(Jungle Craft)'를 통해 야생에서의 생존기를 보여주고 있다. 뛰어난 생존능력을 발판으로 국내 연예인 최초로 사업용 비행기 자격증까지 취득했던 김병만인 바. 48세의 나이, 158.7cm라는 크지 않은 키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그의 서바이벌 생존기는 비록 눈에 띄게 새롭거나 자극적이지는 않아도 보는 이들의 경탄을 자아내고 있다.
다만 '정글밥'에는 김병만이 함께 하지 않는다. SBS 관계자에 따르면 '정글밥'은 '정법'과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정글을 배경으로 하고,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정글에서 밥도 지어먹으며 생존할 예정이지만 일단 목표는 그러하다.
이를 위해 나선 스타는 배우 류수영이다. 그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뛰어난 요리실력으로 호평받은 인물. 본명 어남선에 따와 '어남선생'으로 불리며 숱한 주부들을 열광시킨 류수영인 만큼 그의 요리실력에는 이견이 없는 편이다. 더욱이 류수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냥개들'에서 액션을 소화할 정도로 꾸준히 자기 관리에도 힘써온 것으로 알려진 바. 정글에서의 생존이 아닌 '밥'에 초점을 맞춘다면 류수영의 출연도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정글에서 촬영하고 생존을 위한 밥 짓기는 선보이지만 '정법'과는 다르다는 '정글밥'의 안일한 태도는 다소 아쉽다. 시작부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신선함을 포장하는 모양새다. '정글의 법칙'이 탄생했던 이래 이후 해외 야생을 배경으로 생존기를 그리는 모든 예능은 '정법'을 연상케 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SBS가 가진 IP인 만큼 오히려 이를 존중하는 게 맞지 않을까.
아무리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만 하는 예능이라지만, 오랜 시간 사랑받던 매력마저 부정하고 선을 긋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유쾌한 웃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 마당에 족장 김병만이 10년 동안 프로그램을 위해 살신성인했지만 토사구팽 당한 모양새도 마찬가지다. '정글밥'이 보여줄 '정법'과는 다른 모습은 무엇일까.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DB,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