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의 부친 손웅정(62) 감독이 월드클래스에 대한 기준을 밝혔다.
손 감독은 손흥민을 세계적인 축구 선수로 길러낸 아버지로 유명하다. 축구 선수 출신인 그는 어릴 적부터 직접 손흥민을 지도했고, 독일 유학 시절에도 계속해서 함께했다. 손흥민의 축구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다만 손 감독은 꾸준히 아들 손흥민이 월드클래스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유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해 다시 한번 손흥민 월드클래스론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을 포함해 많은 축구계 인물들이 손흥민을 월드클래스로 평가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렇다면 손 감독이 생각하는 월드클래스는 무엇일까.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17일 서울에서 열린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본인만의 월드클래스론을 밝혔다.
손 감독은 "공 하나 잘 찬다고 해서 월클이 되는 건 아니다. 인품을 동반해야 한다"라며 인성을 기준으로 내세웠다. 축구 실력은 물론이고 그에 걸맞은 인품까지 겸비해야만 모두의 존경을 받는 월드클래스로 불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손 감독이 좋은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신념을 얻은 비결은 바로 수많은 독서였다.
"학창 시절엔 반항아였다"라던 손 감독은 그러면서도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책을 읽었다고 밝혔다. 그는 "선생님들이 (나를) 틀에 넣으려고 해 자꾸 뛰쳐나가려고 했다"라며 "그때도 공부의 기본은 독서라 생각했다.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려면 독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래를 여는 열쇠는 책에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손흥민도 자연스레 아버지를 보며 배우게 됐다. 손 감독은 따로 독서를 강요하지 않았다며 "가난만 대물림되는 게 아니라 부모의 게으름, 부지런함, 청소하는 습관도 대물림한다고 생각한다. 어디 가서 사람과 사람 간에 선을 넘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식들도 (그런 태도를) 배운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손 감독은 특유의 엄격한 교육관도 공개했다. 그는 세상에 '친구 같은 부모'는 있을 수 없다고 확언하며 "애가 습관적으로 잘못해서 고쳐야 할 부분이 있는데 친구끼리 그게 되겠는가? 아니다. 못 고친다. 친구가 지적은 할 수 있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끝끝내 말해줄 수 있는 건 부모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손 감독이 강조한 대로 훌륭한 인품으로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토트넘과 한국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그는 따뜻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신입생도 10년 가까이 함께한 동료도 손흥민 이야기가 나오면 미소를 짓는다.
손흥민은 뛰어난 팬 서비스는 물론이고 평상시 행동에서 묻어나오는 예의범절도 월드클래스로 꼽힌다. 두 손으로 공손히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리오 퍼디난드를 놀라게 했던 일화와 원정 경기를 마친 뒤 피치 위 쓰레기를 직접 청소한 일화가 특히 유명하다.
토트넘과 한국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미지가 좋은 손흥민. 그는 지난해 'Prem Ftbl'이 뽑은 '축구계에서 가장 호감인 선수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아마 손흥민이라면 손 감독이 강조한 '인품' 면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월드클래스로 인정받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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