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대박’의 주인공 문성곤(31, KT)이 큰 무대에서 몸값을 제대로 했다.
수원 KT는 18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23-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4강 2차전’에서 창원 LG를 83-63으로 이겼다. 1승 1패로 균형을 이룬 두 팀은 20일 수원에서 시리즈를 이어간다.
비시즌 KT는 FA자격을 얻은 주포 양홍석이 LG와 계약기간 5년, 보수총액 7억 5천만 원에 전격 이적해 전력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꼭 손해만은 아니었다. KBL FA 규정에 따라 원 소속팀이 보상선수 1명과 영입 + FA 보수의 50% 또는 영입 FA 보수의 200% 중 선택할 수 있다. KT는 양홍석의 전 시즌 보수 5억 원의 200%인 현금 10억 원을 받았다.
그 결과 KT는 문성곤과 계약기간 5년, 첫 시즌 보수총액 7억 8천만 원에 계약할 수 있었다. 같은 국가대표 장신포워드로 수비력은 더 좋은 문성곤이 합류해 양홍석 자리를 메웠다.
공교롭게 두 선수는 4강전에서 맞붙고 있다. 새로운 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상대를 넘어야 하는 얄궂은 운명이다. 1차전서 양홍석이 7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3점에 그친 문성곤을 이겼다. LG가 78-70으로 첫 판을 이겼다.
2차전은 전혀 달랐다. 문성곤은 고비 때마다 3점슛 5방을 터트리며 19점, 8리바운드를 걷었다. 그 중 공격리바운드만 4개였다.
반면 양홍석은 3점슛 0/6의 굴욕을 맛보며 야투 2/11로 총 4점에 그쳤다. 11리바운드를 잡았지만 턴오버도 4개였다. 두 선수의 차이가 곧 승패로 직결된 셈이다.
경기 후 문성곤은 “이런 날도 있어야 농구한다. 첫 슛 2개를 쏘고 약간 (감이) 갔다고 어떡하냐고 했다. 계속 감독님이 자신있게 쏘라고 하셔서 믿음에 보답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했다”면서 넉살을 떨었다.
양홍석과 매치업에 대해서도 이기고 싶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그런 생각이 없지 않다. (KT에) 홍석이 자리가 컸다. 존재감이 컸다. 내가 다 메울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홍석이는 LG에서 잘하고 있다. 열심히 해서 우리 팀이 이겨서 만족한다”며 후배를 격려했다.
프로농구 최고수비수인 문성곤은 1차전 패배 후 하윤기에게 수비과외까지 직접 해줬다. 특히 하윤기가 마레이를 막을 때 픽앤롤 상황에서 2대2 수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르쳤다. 문성곤의 과외 덕분인지 하윤기는 16점, 6리바운드로 살아났고 마레이(15점) 수비도 잘했다.
문성곤은 “예전부터 (윤기에게) 많이 이야기했었다. 센터는 그렇게 수비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 윤기가 효과가 있지 않나 한다. 잘된 것 같다”며 만족했다.
2차전은 3점슛이 터졌지만 3차전은 모른다. 하지만 문성곤의 수비는 기복이 없을 것이다. 그는 “슛은 다음 경기에 안 들어갈 수도 있다. 슛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넣어도 상대팀에 큰 타격은 없다. 내가 못 넣어도 우리 선수들이 다 터지길 바란다”며 동료들의 슛 폭발을 기대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