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이라는 위기와 안은진이라는 기회, ‘종말의 바보’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호(好)가 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각본 정성주, 연출 김진민)가 마약 파문으로 충격을 준 배우 유아인 리스크를 안고 출발을 알렸다. 주연 배우인 만큼 완벽하게 지울 수 없기에, 시청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분량을 조정했다. 유아인의 마약 사건이 현재 진행 중인 만큼, 시청자들이 그의 등장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려 있다.
‘종말의 바보’는 19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제작발표회를 진행,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주연 배우 안은진과 전성우, 김윤혜, 그리고 김진민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종말의 바보’는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오는 26일 공개를 앞두고 제작발표회를 통해서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김진민 감독은 작품에 대한 애정이 특별했다. “돌 맞을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다”라면서 자신감도 드러냈다. 무엇보다 탄탄한 원작과 정성주 작가의 손길을 거친 각본, 그리고 종말을 앞둔 사회의 이면과 사람들의 일상을 그렸다는 차별화를 이 작품만의 특별함으로 꼽으며 기대를 당부하기도 했다.
사실 ‘종말의 바보’에서 가장 관심 받는 이슈는 유아인이다. 유아인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프로포폴을 181회 투약하고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타인 명의로 수면제를 불법 처방 매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
유아인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 시술을 위한 수면마취를 받는다며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2021년 5월부터 2023년 8월까지 타인 명의로 44차례에 걸쳐 수면제 총 1100여 정을 불법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받는다. 공범인 최씨 등 지인 4명과 함께 대마를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다만 유아인 측은 지난 2차 공판에서 프로포폴 투약, 대마 흡연 혐의만 일부 인정했고, 대마 흡연 교사 및 증거 인멸 교사, 마약류 관리법 위반 방조, 해외 도피 등 혐의는 모두 부인했다.
유아인의 마약 사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개되는 만큼 그의 캐릭터와 분량에 이목이 쏠려 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유아인이 등장하는 작품을 보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 일단 유아인은 안은진, 전성우, 김윤혜와 함께 주인공 중 한 명을 맡았기에 ‘통편집’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다만 김진민 감독은 네 주인공의 이야기와 전체적인 흐름을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유아인의 분량을 최소화했다. 흐름상 전부 편집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려고 했다는 의견이다.
김진민 감독은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유아인에 대한 질문에 “편집을 손봐야 하고, 유아인 씨 이슈에 대해 불편해하실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은 의무인데. 편집을 하면서 시청자 분들이 불편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최소화했고, 이 인물을 빼고 하기엔 네 사람의 서사가 있어서 그 부분을 다 드러낼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양해 말씀을 드린다”라며, “많이 불편하시지 않으셨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내가 판단할 것은 아니지만 만족시켜드릴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굉장히 노력했고, 제작사와 넷플릭스, 그리고 이 많은 배우들의 스토리텔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유아인 씨 캐릭터의 분량을 일부 조정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김진민 감독은 “사실은 ‘하겠지, 하겠지’ 했는데 ‘안 하네, 안 하네’ 하면서 시간이 갔다. 넷플릭스에도 여러 번 물었다. 한 동안 잊어버렸다가 다시 한다고 해서 놀라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그런데 한 번도 공개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공개 안 될 이유가 없다는 작품이었다”라며, “유아인 씨의 이슈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이 공개가 안 된다면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배우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이 작품은 충분히 열심히 만들었고, 여러분들이 보시면 돌을 맞을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은 모든 배우와 스태프와 시청하신는 분들이다. 그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했고, 그래서 함께 할 수 있게 된 운명을 맞이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유아인 리스크 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종말의 바보’가 기회로 삼을 포인트도 있다. 바로 배우 안은진이다. 안은진은 지난 해 드라마 ‘나쁜엄마’와 ‘연인’에서의 열연으로 인기를 얻으며 대세 배우 반열에 올랐다. 안은진의 인지도와 인기가 높아진 것은 유아인이 빠진 ‘종말의 바보’에 희소식이었다.
김진민 감독은 진세경 역에 안은진 캐스팅을 1순위로 원한 사람이었다. 김 감독은“ 대본 받자마자 넷플릭스와 제작사에 ‘저는 안은진이요’라고 했다. 안은진 씨는 무조건 말뚝처럼 박아놓고 캐스팅을 시작했다. 유아인 씨와 같은 소속사인데, 유아인 씨 말고 안은진 씨 캐스팅을 위해 먼저 만나기도 했다. 아주 떳떳하게 원픽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안은진을 캐스팅해 놓으면 그 사이에 확실히 떠 있을 거라고 넷플릭스에 말해뒀다”라고 밝혔다.
김진민 감독의 예상대로 안은진은 ‘연인’으로 모두가 아는 대세 배우로 성장했다. 안은진 역시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안은진은 “굉장히 기대를 하고 있다. 오래 전에 다 같이 합심해서 열심히 성장하면서 열심히 찍었던 작품이다. 세상에 선보인다는 마음이 굉장히 기대가 된다. 시청자 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셔야 그렇게 될테니까,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기대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대세 안은진을 앞세운 ‘종말의 바보’가 유아인 리스크를 지우고, 김진민 감독의 자신감처럼 시청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e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