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이 굳이 ‘이강인-손흥민 사태'를 들추면서 감독 자격 없었단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선수 보호’ 할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23일(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세르부스 TV와 인터뷰에서 한국 대표팀에서 보낸 시간을 회상하면서 이미 잘 매듭지어진 이강인(23, 파리 생제르맹)과 손흥민(31, 토트넘)의 내분 사건을 끄집어냈다.
당시 사건으로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리더십 부재 논란에 맞닥트렸고, 이강인은 대표팀 규율을 무너트린 장본이라며 굉장한 비난을 받았다.
이미 화해한 상황에서 다시 해당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그 누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의 생각은 거기까지 닿지 못했다.
손흥민은 지난 2월 중순께 막을 내린 카타르아시안컵 도중 이강인과의 내분설에 휩싸였다.
그는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준결승 경기를 하루 앞둔 2월 6일 저녁 시간 때 탁구를 하려는 이강인 등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쳤다. 그 여파 때문인지 한국은 요르단에 0-2로 패하며 ‘우승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일명 ‘탁구 게이트’에 팬들은 크게 분노했다. 이강인이 무례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동생' 이강인이 고개를 숙이면서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는 내분설이 알려진 직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두 차례 사과문을 올렸다. 그리고 손흥민이 있는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대면 용서까지 구했다.
손흥민은 그의 사과를 받아줬다. 이강인과 나란히 서 밝게 웃는 사진을 공유하며 너그럽게 포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강인의 사과는 계속됐다. 지난 달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4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아시안컵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랑과 관심 그리고 응원을 받았다. 그런데 그만큼 보답해드리지 못하고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고개 숙였다.
그의 사과에 앞서 손흥민도 "이강인 선수가 모든 선수들 앞에서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이강인 선수가 용기 있는 자세를 보여서 다른 선수들도 그의 마음을 잘 받아줬다"라며 말했다. 이젠 사이가 괜찮아졌단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 이강인이 3월 태국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4차전(3-0 승)에서 손흥민의 골을 도운 뒤 함께 ‘포옹 세리머니’를 해 내분설은 깔끔하게 사라졌다.
그런데 뜬금없이 이번 인터뷰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파리에서 뛰는 젊은 선수(이강인)가 토트넘 주장인 나이 많은 선수(손흥민)에게 무례한 말을 내뱉었다. 둘 사이에 싸움이 일었고, 젊은 선수는 손흥민의 손가락을 탈골시켰다”라며 굳이 대표팀 내분사태를 들췄다.
클린스만 감독은 “몇 명이 나서 싸움을 말렸다. 그리고 헤어졌다. 이튿날 대화를 해봤지만, 모두 충격받은 상태였다. 그때 더 이상 (한국 대표팀은) 하나가 아니라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서 아시안컵 때 선수단 내분을 막아야 했지만, 방관 분위기 속 단속하지 못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이 된 후에도 '선수 보호'는 안중에도 없는 인터뷰를 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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