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호가 벼랑 끝에 몰렸다. 이대로라면 '신태용 매직'에 꼼짝없이 당할 위기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올림픽 대표팀은 26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겸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전반을 1-2로 뒤진 채 마쳤다.
이번 경기는 파리행을 위한 8부 능선이나 다름없다. 대회 3위까지는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아프리카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 자격을 얻는다. 일단 준결승까지는 진출해야 본선 티켓을 노려볼 수 있다.
한국 축구가 세계 최초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작성하기 위해선 이번 경기에서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후반전에 승부를 뒤집지 못한다면 역사상 처음으로 U-23 아시안컵 8강 진출을 일궈낸 신태용호의 또 다른 제물이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신태용 감독의 지휘 아래 지난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68년 만의 올림픽 본선행을 꿈꾸는 중이다.
한국은 3-4-3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엄지성-강성진-홍시후, 이준-김동진-백상훈-황재원, 조현택-이강희-변준수, 백종범이 선발로 나섰다.
인도네시아도 3-4-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위탄 술라에만-라파엘 스트라위크-마르셀로 퍼디난, 프라타마 아르한-나탄 추아온-이바르 제너-리오 파미, 저스틴 허브너-리즈키 리도-코망 테구, 에르난도 아리가 선발 출격했다.
황선홍 감독은 2경기 3골을 기록한 이영준과 측면 공격수 정상빈을 벤치에 앉히는 깜짝 선택을 내렸다. 대신 윙어에 가까운 강성진을 원톱으로 배치하며 빠른 발을 자랑하는 엄지성과 홍시후를 날개로 썼다. 이영준의 높이를 활용한 크로스에 집중했던 조별리그와는 다른 전술인 듯 보였다.
하지만 선수만 바뀌었을 뿐 내용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황선홍호는 여전히 측면 공략에 집중하며 크로스 패턴으로 인도네시아 골문을 두드렸다. 이영준의 헤더 한 방이 생각나는 공격 전개였다.
결국 한국은 답답한 공격과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전반을 압도당했다. 전반 7분 이강희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리는가 싶었지만, 비디오 판독(VAR)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위기를 넘긴 인도네시아가 먼저 앞서 나갔다. 전반 15분 과감한 중거리 슈팅이 수비에 맞고 굴절된 뒤 스트라위크 앞에 떨어졌다. 스트라위크는 곧바로 강력한 감아차기 슈팅을 날려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한국의 이번 대회 첫 실점이었다.
한국은 이후로도 수비 집중력이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전반 32분에도 실점이나 다름없는 장면이 나왔지만, 인도네시아의 결정력 부족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일했던 득점도 측면 크로스에서 나왔다. 전반 45분 홍시후가 우측면에서 공을 잡은 뒤 반대편으로 길게 크로스를 올렸다. 엄지성이 달려들며 머리를 갖다 댔고, 공은 수비에 맞고 굴절되며 동점골로 연결됐다. 테구의 자책골로 공식 기록됐다.
행운은 오래 가지 못했다. 한국은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두 번째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전반 추가시간 3분 인도네시아가 박스 안으로 단번에 패스를 보냈다. 이강희가 공을 걷어내기보다는 상대 공격수를 막으려다가 공을 놓쳤고, 스트라위크가 그대로 슈팅하며 멀티골을 뽑아냈다.
한국은 전반 45분 동안 크로스 13개를 시도했지만, 슈팅은 단 1회에 그쳤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슈팅 7개를 터트리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점유율에선 48-52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경기력 면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압도한 전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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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