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공든탑이 무너졌다.
한국은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대회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올림픽 본선 무대에 개근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본선에 진출했을 때 이룬 8회 연속 진출부터 세계 첫 기록이었다.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신기록 행진은 한국 축구의 커다란 자랑거리였다.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더불어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내는 건 23세 이하(U-23)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이한 방법이다.
한국 축구는 올초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해 탈락한 데 이어 이번에도 약체로 여겨지던 나라에 고개를 숙이면서 자존심을 연달아 크게 구겼다.
이제 아시아 약체들이 한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향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올림픽 대표팀은 26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겸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맞붙어 패했다.
양 팀은 2-2로 정규시간을 마친 뒤 연장전에서도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최후의 승자는 인도네시아였다.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하며 탈락했다.
이번 경기는 파리행을 위한 8부 능선이었다. 대회 3위까지는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아프리카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 자격을 얻는다. 일단 준결승까지는 진출해야 본선 티켓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8강에서 여정을 마치며 세계 최초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 무산됐다.
한국은 후반 25분 이영준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 속에 경기했다. 가뜩이나 경기내용도 뒤지고 스코어도 1-2로 뒤지던 상황에서 최악의 장면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동점을 만들어야했고 후반 39분 정상빈이 정말 극적인 동점골을 넣다보니 기쁨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선수들은 경기를 뒤집겠다는 의지 보다는 일단 패배를 벗어났다는 안도의 기쁨이 더 커보였다.
골을 넣은 선수부터 동료들 모두 기쁨 표출이 우선이었다.
인도네시아에게 끌려가다 후반 막판 골을 넣고 좋아하는 모습. 게다가 수적 열세라 흐름을 탔을 때 5분여 밖에 남지 않은 정규시간 안에 경기를 끝내야한다는 생각이 없어 보이는 세리머니였다.
동점에 만족한 모습이었다. 비록 남은 시간이 얼마되지 않았지만 승리하겠다는 의지 보다는 연장전에서 경기를 이어가자는 마음가짐이 드러난 상황이었다.
한 명 퇴장 당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던 한국 선수단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으로 보이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세계 최고의 성과를 만들었던 선배들의 노력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84년 LA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그동안 쌓은 공든탑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 10bird@osen.co.kr
[사진] KF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