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2-2로 연장전 120분 승부를 마친 뒤 맞이한 승부차기에서 10PSO11로 패배, 탈락했다.
한국은 후반 교체 투입된 이영준(김천)이 퇴장당한 뒤 수적 열세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 대회에 걸린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티켓을 놓쳤고, 목표했던 10회 연속 도전에도 실패했다.
이날 공식 기자회견에는 경기 중 퇴장당한 황선홍 감독 대신 명재용 수석코치가 참석했다.
AFC가 제공한 영상에 따르면 명 수석코치는 "퇴장 악재 속에도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간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고 소감을 전한 뒤 "승부차기에 돌입한 뒤에는 하늘에 맡겼지만, 행운이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한국은 조별리그서 2경기 3골을 넣었고, 일본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휴식까지 취한 이영준을 후반에 교체 투입했다. 한국은 전방 결정력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결과적으로 이영준이 투입 후 퇴장까지 당하면서 악수가 됐다.
명 수석코치는 이에 대해 "팀에 부상자도 많고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가 많아서 연장 승부까지 생각했다. 이 상황서 이영준이 선발로 나서면 120분을 다 뛰지 못했기에 후반전에 투입했다. 길게 보고 결과를 얻으려 했는데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골이 필요했던 흐름 속에서도 다소 소극적으로 경기 운영을 한 점에 대해선 "흐름상 역전은 힘들었다고 봤다. 역습과 세트피스를 노렸고 그게 여의찮으면 승부차기까지 갈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력강화위는 3월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을 '임시 사령탑'에게 맡기기로 했고 올림픽 본선 진출에 집중해야 할 황 감독을 그 자리에 앉혔다.
황 감독은 태국과의 2연전에서 1승 1무의 성적을 냈고, 같은 기간 이번 대회 전초전 성격으로 열린 친선 대회인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에 황 감독 없이 나선 U-23 대표팀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림픽 진출을 위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국가들은 치열하게 준비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황선홍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2대회를 동시에 준비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인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황 감독의 '두 마리 토끼 잡기'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특히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발언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정해성 위원장은 지난 3월 황선홍 감독 임시 사령탑 선임을 발표하면서 비판에도 굴하지 않았다. 그는 충분히 두 대표팀을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책임 전가가 아니다.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을 때는 위원장인 내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라고 호언장담했다.
이제는 그 결과가 나왔다. 그 누구도 정해성 위원장이 언급했던 부정적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과연 그는 어떤 방식으로 전적으로 책임을 짊어질까. 4년에 한 번 있는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는 단순히 정해성 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양현준(셀틱), 김지수(브렌트포드), 배준호(스토크시티) 등 당초 계획했던 해외파들이 소속 팀 반대로 개막 직전 합류가 불발, 부랴부랴 대체 발탁하느라 조직력에 한계가 있었다. 대회를 치르면서 부상자도 대거 쏟아졌다.
명 수석코치는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없어서 어려움이 있던 건 맞다. 대회 참가 전에 여러 루트로 차출을 약속받았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차출하지 못했다"며 거듭 아쉬움을 전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KF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