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중 천만다행이다. 토트넘 홋스퍼가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페드로 포로(25)와 히샬리송(27)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토트넘은 오는 28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35라운드에서 아스날과 북런던 더비를 치른다.
양 팀 다 각자의 목표를 위해 승점 3점이 절실하다. 현재 5위인 토트넘(승점 60)은 두 경기 더 치른 4위 아스톤 빌라(승점 66)를 추격 중이다다. 다시 4위 자리를 탈환하고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을 따내기 위해선 승리가 필요하다.
아스날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승점 77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한 경기 덜 치른 맨체스터 시티(승점 76)에 1점 차로 쫓기고 있다. 만약 토트넘전에서 승점 3점을 추가하지 못한다면 맨시티에 재차 선두 자리를 내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아스날로선 이번 경기가 우승 레이스 최대 고비다. 아스날은 토트넘전을 마친 뒤 본머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버튼을 상대한다. 남은 일정 중에선 토트넘과 맞대결이 가장 까다롭다고 볼 수 있다. 토트넘까지 잡아내면 20년 만의 PL 우승도 막연한 꿈이 아니다.
토트넘 입장에선 상상도 하기 싫은 일. 안방에서 무릎 꿇으며 라이벌 팀이 우승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지켜만 본다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4위 싸움을 떠나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원정팀 아스날의 승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영국 'BBC' 칼럼니스트 크리스 서튼은 "아스날은 울버햄튼과 첼시를 잡아내며 아스톤 빌라전 패배를 훌륭히 만회했다. 이번에도 더 많은 걸 기대한다. 아스날이 이겨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플레이 방식과 토트넘의 경기력이다. 토트넘은 지난 몇 경기에서 최고가 아니였다. 심지어 이겼던 경기에서도 그랬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서튼은 "두 팀은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다. 하지만 아스날은 공격과 방어에서 훌륭한 균형을 이루고 있고,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아스날이 승리한다면 우승 경쟁에서 엄청난 승리가 될 것이다. 맨시티와 열기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아스날의 2-1 승리를 점쳤다.
슈퍼컴퓨터도 아스날의 손을 들어줬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가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아스날이 승리할 확률은 40.5%, 토트넘이 승리할 확률은 31.5%다. 토트넘 홈에서 열리는 경기인 점을 고려하면 지금 아스날의 실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게다가 토트넘은 왼쪽 수비수 데스티니 우도기를 부상으로 잃었다. 그는 최근 수술대에 오르며 일찌감치 시즌을 마쳤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축구에서 왼쪽 수비수는 중앙을 오가며 공격에 가담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우도기가 빠지면서 토트넘의 남은 시즌 경기력에도 타격이 클 전망이다.
다만 긍정적인 점도 있다. 우측 수비수 페드로 포로와 공격수 히샬리송이 아스날전에 뛸 수 있다는 소식이다.
둘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해 보였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포로와 히샬리송 둘 다 이번 주 내내 훈련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에 나설 수 있다"라고 밝혔다.
우도기와 미드필더 올리버 스킵은 함께할 수 없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스킵은 작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주말 경기에 뛰지 못할 것"이라며 "우도기에게도 우리에게도 실망스러운 부상이다. 그는 우리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번 부상은) 훈련 중 불행한 사건이었다. 수술은 잘 진행됐다. 프리시즌에는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우도기의 빈자리는 벤 데이비스가 메울 가능성이 크다. 데이비스는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남은 왼쪽 수비수가 그뿐이다. '이브닝 스탠다드'와 '90MIN', '가디언', '메트로' 모두 데이비스를 예상 선발 명단에 올려뒀다.
토트넘의 승리를 위해선 '캡틴' 손흥민의 활약이 필수다. 그는 아스날전을 앞두고 "우리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뉴캐슬전 0-4 패배는) 용납할 수 없는 결과이자 용납할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나 또한 그랬다"라고 반성한 뒤 "팀으로서 이 경기과 경기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두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라며 필승을 다짐했다.
이어 그는 "선수들 모두 PL이나 프로 팀에서 충분히 오랫동안 뛰어 왔다. 그들은 다시 반등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정말 좋은 경기가 될 것이다. 확실히 다른 경기보다 의욕이 넘칠 것이다. 경기 전까지 열심히 하고 우리 스타일대로 플레이하면 될 것"이라며 "그러면 우리는 의심의 여지 없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 15골 9도움을 기록 중이다. 1도움만 추가한다면 통산 3번째 PL 10-10 달성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는 "누가 골을 넣는지, 내가 이전에 아스날전에서 얼마나 득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이번 시즌 가장 큰 경기에 대비해야 할 뿐"이라며 팀 승리에만 초점을 맞췄다.
다시 한번 아스날 골문을 겨냥하는 손흥민은 "난 항상 내 자신을 믿고, 자신감을 가득 갖고 경기에 임하는 사람이다. 모든 경기는 같은 마인드셋으로 준비한다. 아스날이기 때문에 더 많은 동기 부여가 있진 않다. 모든 경기는 내게 큰 경기이고, 내가 얼마나 훌륭한지 보여줄 기회"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손흥민은 '아스날 킬러'이기도 하다. 그는 아스날 상대 통산 19경기에서 7골 2도움(트랜스퍼마크트 기준)을 기록하며 강한 면모를 자랑했다. 지난해 아스날 원정 경기에서도 멀티골을 터트리며 킬러 본능을 뽐냈다.
토트넘이 이번에도 손흥민의 발끝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풋볼 런던'도 "손흥민 최고의 모습을 이끌어 낸다는 건 토트넘 최고의 모습을 의미한다. 그는 아스날이 언제나 두려워하는 선수"라며 손흥민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토트넘 승리가 달렸다고 짚었다.
히샬리송이 돌아오면서 손흥민의 좌측면 복귀 가능성도 열렸다. 손흥민은 그간 중앙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아 왔지만, 역시 가장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는 비교적 공간이 넓은 측면이다. 상대가 골문 앞 공간을 걸어 잠근다면 손흥민의 강점이 발휘되기 어렵다.
특히 뉴캐슬전 대패로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팀 토크'는 '손흥민 실험'을 끝내야 한다며 그의 재능을 낭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풋볼 런던 역시 손흥민은 강력한 타깃형 공격수가 아니라며 왼쪽에서 가장 빛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는 손흥민이 왼쪽에서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만약 히샬리송이 선발 출전할 수 있는 컨디션이라면 손흥민이 좌측면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포지션이 어디든 핵심은 손흥민이다. 옵타는 "손흥민은 '빅게임 플레이어'다. 그는 올 시즌 상위 6개 팀을 상대로 6경기에서 5골 3도움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썼다. 아스날과 맨시티, 리버풀과 3경기에서 4골을 넣었다. 그가 이끄는 한 언제나 결과를 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스날이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팀이라는 점도 손흥민을 향한 기대감을 높인다. 옵타는 "토트넘은 가장 낮은 점유율을 기록한 11경기(57% 이하)에서 7승 2무 2패를 거뒀다. 토트넘은 속도가 빠른 선수가 많다. 점유율을 지배하는 상대를 만나면 돌파할 공간이 더 많을 것"이라며 "손흥민과 티모 베르너, 브레넌 존슨은 번개처럼 빠르고 역습 축구에 적합하다. 아스날전은 손흥민에게 딱 맞는 유형의 경기일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손흥민은 북런던 더비에서 4번째로 많은 득점(7골)을 터트린 선수다. 14골을 기록한 해리 케인과 엠마누엘 아데바요르(10골), 로베르 피레스(9골)만이 그보다 많은 더비전 골을 올렸다. 만약 손흥민이 이번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다면 단숨에 케인 바로 다음 순위까지 점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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