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집일까 뚝심일까.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세트피스 논란에 대해 또 선을 그었다.
토트넘은 3일 오전 3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리는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26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첼시와 맞붙는다.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경기다. 현재 토트넘은 승점 60점으로 5위에 올라 있다. 두 경기 더 치른 4위 아스톤 빌라(승점 67)와 격차는 7점. 여기서 더 미끄러진다면 4위 탈환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토트넘이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을 따내려면 무조건 4위를 차지해야 한다. PL이 분데스리가와 UEFA 계수 2위 경쟁에서 패배했기 때문. 만약 PL이 2위를 차지했다면 5위 토트넘도 UCL에 나설 수 있었지만, 도르트문트가 UCL 4강 1차전에서 파리 생제르맹을 꺾으면서 분데스리가의 2위 수성이 확정됐다.
문제는 부상자까지 많다는 것. 측면 공격수 티모 베르너와 왼쪽 수비수 벤 데이비스가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다. 둘은 지난 아스날전에서 각각 햄스트링과 종아리 근육을 다쳤고, 남은 경기에서 뛸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경기를 앞두고 토트넘의 세트피스 문제가 또 화두에 올랐다. 토트넘은 지난달 28일 아스날을 안방으로 불러들였지만, 졸전 끝에 2-3으로 패하며 4위 싸움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전반 15분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코너킥 수비 도중 자책골을 넣었고, 전반 27분엔 부카요 사카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전반 22분 미키 반 더 벤의 동점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되는 불운도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토트넘은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오히려 전반 38분 카이 하베르츠에게 코너킥 헤더골을 얻어맞으며 0-3까지 끌려갔다.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총체적 난국이었다. 전술적으로 완패한 경기였다.
후반에는 그나마 힘을 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후반 19분 상대 골키퍼의 실책으로 만회골을 넣었고, 손흥민이 후반 39분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보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토트넘은 끝내 동점골을 만들지 못하며 홈에서 무릎 꿇었다. 4위 싸움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경기 후 토트넘의 불안한 세트피스 수비가 많은 비판을 받았다. 토트넘은 올 시즌 리그에서 내준 52실점 중 14점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했다. 이는 최다 실점 공동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센터백 미키 반 더 벤은 "세트피스에서 2실점한 건 물론 실망스럽다. 우리는 열심히 훈련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라며 "최고의 팀이 되려면 전반에 3골을 내줘선 안 된다. 홈에서 3골을 내줘서도 안 된다.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주장 손흥민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특히 이런 경기에서 그런 골을 내준다면 어렵고 고통스럽다. 그들은 침착했고, 공중에서 강했다. 골대를 맞히고 골이 취소되는 등 우리도 기회가 많았다. 아까도 말했듯이 이렇게 실점할 때는 강해져야 한다"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손흥민은 "큰 경기였고, 우리는 세트피스에서 강해야만 했다. 분명히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모두가 발전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세트피스 훈련을 해야 한다. 강하게 버티며 다시 나아가야 한다"라고 채찍질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세트피스뿐만 아니라 경기 중 상대방에게 시간과 공간을 허용한 순간들에 집중해야 한다. 한 부분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더 크고 넓은 그림이어야 한다"라며 "세트피스 2실점도 좋지 않지만, 많은 걸 고쳐야 한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우린 완벽한 세부 사항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우리를 현재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작은 세부사항에 집중해야 한다"라며 "아스날은 디테일을 잘 다루는 팀이다. 우린 그렇지 못했다. 이런 디테일은 수천 가지나 된다"라고 힘줘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전부터 세트피스 전문 코치는 따로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냥 내 스타일이 아니다. 아무것도 분리하지 않으려 한다. 특정 분야 전문가를 데려오면 불편할 것이다. 내가 일하는 방식을 위해서다"라며 선을 그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까지 지안니 비오 세트피스 코치와 함께했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한 뒤 작별했다.
그러나 결과는 아스날전 패배였다. 아스날은 니콜라스 조버 세트피스 코치를 데려왔고, 토트넘전에서만 두 골을 만들어냈다. 영국 '풋볼 런던'도 감독으로 착각할 정도로 계속 소리를 지르는 조버 코치의 모습이 전문 코치가 없는 토트넘과 대조됐다며 차이를 지적했다.
주장과 감독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굽힐 줄 몰랐다. 영국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그는 첼시전을 앞두고 세트피스 이야기가 나오자 "관심 없다.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감독 생활을 하면서 세트피스에 관해 질문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내가 매우 매우 편안한 데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빌리 조엘(가수)의 노래 가사를 인용하자면 당신 말이 맞을 수도 있고, 내가 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당신이 찾고 있는 미치광이일 수도 있다"라며 "난 결국 성공적인 팀을 만들 것이다. 그건 세트피스 훈련 때문이 아닐 것"이라고 확언했다.
결국엔 세트피스보다 급한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나는 이 질문에 이미 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답변이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 난 세트피스를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우리 경기의 모든 부분 중 하나일 뿐"이라며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팀의 관점에서 보면 집중해야 할 훨씬 중요한 것들이 있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심지어 사람들이 축구를 잘 모른다는 뉘앙스의 발언까지 남겼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사람들은 축구가 매우 처방적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병이 났을 때 알약을 먹으면 나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믿은 적이 없다. 난 항상 무언가 이길 수 있는 환경과 축구 스타일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난 처방적인 방식으로 일한 적이 없다. 지금도 분명히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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