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44골을 몰아쳐도 안 되는 일이 있다. 해리 케인(31, 바이에른 뮌헨)의 트로피 도전이 또 실패로 끝났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9일(이하 한국시간) "케인의 트로피 사냥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재앙적인 새로운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2011-2012시즌 이후 처음으로 우승컵이 없는 시즌을 맞이했다. 케인은 여전히 첫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찾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9일 오전 4시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1-2로 무릎 꿇었다.
이로써 레알 마드리드가 1, 2차전 합계 점수 4-3으로 최종 승리하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셀루의 극장 멀티골로 승부를 뒤집으며 2시즌 만에 결승 무대를 밟게 됐고, 바이에른 뮌헨은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내달 2일 도르트문트와 빅이어(UCL 우승 트로피)를 두고 다툴 주인공은 레알 마드리드로 정해졌다. UCL 최다 우승을 자랑하는 레알 마드리드는 통산 15번째 우승을 꿈꾼다.
충격적인 역전패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의 선방쇼로 레알 마드리드의 공세를 버텨냈고, 후반 23분 알폰소 데이비스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정상에 올랐던 2019-2020시즌 이후 4년 만의 결승행이 이뤄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무너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 43분 노이어의 치명적인 실수로 호셀루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후반 추가시간 1분 또 호셀루를 놓치며 역전골까지 얻어맞았다.
종료 직전엔 마테이스 더 리흐트가 골망을 흔들었으나 슈팅도 하기 전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느린 화면으로 봐도 오프사이드인지 아닌지 확신하기 어려웠지만, 부심은 곧바로 깃발을 들었고 주심도 바로 휘슬을 불었다. 명백한 판정 실수였다.
바이에른 뮌헨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 부심도 경기 후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이건 재앙이다!"라며 "부심이 미안하다고 했지만, 소용없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더 리흐트도 "부심이 내게 '미안하다. 내가 실수를 했다'라고 말했다.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패배로 케인은 이번 시즌에도 무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DFB 포칼컵에서는 3부리그 자르브뤼켄에 덜미를 잡히며 일찌감치 탈락했고, 분데스리가 우승도 무산된 지 오래다.
바이에른 뮌헨은 케인이 오기 전까지 분데스리가 11연패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사비 알론소 감독이 이끄는 레버쿠젠 돌풍에 밀려 우승이 좌절됐다. 여기에 UCL 준결승에서도 무너지면서 고개를 떨궜다.
트로피를 찾아 바이에른 뮌헨으로 온 케인으로선 허망한 결과다. 그는 토트넘에서 10년 넘게 뛰면서 구단 역대 최다 득점(280골)을 터트린 전설이었지만, 지난해 여름 이적을 택했다. 당시 케인은 "우승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싶다. 내 커리어에 트로피가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시즌을 마칠 때쯤엔 우승할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열망을 드러냈다.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펄펄 날았다. 공식전 45경기를 소화하며 무려 44골 12도움을 터트렸다. 분데스리가 득점왕은 물론이고 UCL 득점왕까지 유력하다.
그럼에도 트로피와는 연이 없는 상황. 케인은 가장 중요했던 이번 경기에서 침묵하며 팀의 탈락을 막지 못했다. 그는 지난 1차전에서는 페널티킥으로라도 골 맛을 봤지만, 2차전에선 슈팅 3회, 드리블 0회에 그쳤다.
케인은 경기 막판 에릭 막심 추포모팅과 교체되기도 했다. 결국 그는 벤치에서 팀 동료들이 연속 실점하며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독일 축구 전문가 아치 린드투트는 케인 교체 장면을 보며 "투헬 감독이 바이에른 뮌헨에서 패배한 순간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헬 감독은 케인의 등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선배들도 동정 어린 눈길로 케인을 바라봤다. 리오 퍼디난드는 "케인은 자기 할 일을 다 했다. 그는 골들을 넣었다. 오늘 밤 케인의 마음이 무거울 것"이라고 안타까워했고, 오언 하그리브스 역시 "케인이 너무 불쌍하다. 그는 정말 슈퍼스타였지만, (결승에서 뛸) 기회가 없다. 불쌍한 자식"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디펜던트는 "어떤 농담들은 그냥 적기만 해도 농담이 된다. 케인은 첫 번째 트로피를 거머쥐기 위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고, 바이에른 뮌헨은 12년 만에 무관이다. 이는 어쩌면 반박할 수 없는 저주의 증거일지도 모른다"라며 "케인은 토트넘에서 4369일 동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고,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시즌 개막 독일 슈퍼컵 결승전에서 라이프치히에 0-3으로 패하며 재앙 같은 시즌의 시작을 알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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