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럭비가 대중들의 안방을 파고들 준비를 하고 있다. 사상 첫 지상파의 아시안게임 럭비 결승전 생중계를 넘어 지상파 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까지 확정되며 럭비계 숙원인 ‘인지스포츠 도약’에 대한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커진 분위기다.
14일 대한럭비협회와 방송계에 따르면 2억3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글로벌 최대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최근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이하 최강럭비)’ 제작을 확정했다. 최강럭비는 국내 럭비 최강팀을 가리는 서바이벌 스포츠 예능으로, 넷플릭스가 럭비를 소재로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나선 건 지난해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6개국의 럭비 국가 대항전을 다룬 ‘식스 네이션스’를 선보인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럭비계가 최강럭비 제작을 반기는 또 다른 이유는 JTBC 예능 ‘최강야구’로 국내 야구에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온 장시원 PD가 메가폰을 잡아서다. 장시원 PD는 최강야구를 비롯해 ‘강철부대’, ‘도시어부’ 등 그간 한국 예능에선 접하기 어려웠던 소재에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리얼 예능계 마에스트로로 평가 받는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지상파 SBS의 국내 첫 럭비 드라마 ‘트라이(Try)' 제작 소식도 전해졌다. 드라마 트라이는 배우 윤계상이 럭비 국가대표팀에서 은퇴 후 돌연 고교 럭비부 감독으로 돌아온 주인공으로 분해 고교 선수들과 쌓는 우정과 낭만을 다루는 청춘 성장물로, 내년 상반기 방영될 예정이다.
농구·야구·축구 등 인기 스포츠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지상파 드라마에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이 확정되는 유례없는 성과에 체육계 안팎에선 한국 럭비가 국민들의 관심 밖에 자리한 비인지스포츠 종목 단계를 넘어 사실상 인지스포츠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한국 럭비가 대중화의 물살을 탈 수 있도록 드라이브 해 온 제24대 대한럭비협회 집행부의 행보 또한 재조명받고 있다.
2021년 출범한 현 집행부는 지난 3년여간 인지스포츠화를 앞당기기 위해 다각도의 혁신 행보를 이어왔다. 넷플릭스 제작진과도 수차례 미팅을 갖고 기획논의부터 촬영에 필요한 인력풀과 인프라 확보에 이르기까지 협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래 럭비 팬들을 맞이할 준비에도 속도를 냈다. 그 일환으로 대중들이 다채로운 럭비 소식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레거시 미디어는 물론,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통 플랫폼을 대폭 확대했다. 더불어 럭비송·웹툰·애니메이션 등 럭비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도 힘썼으며, 협회 홈페이지를 전면 리뉴얼하고 국가대표팀 유니폼과 협회 공식 엠블럼도 새롭게 변경했다.
특히 지난 2022년에는 기존 코리안 럭비리그를 ‘코리아 슈퍼럭비리그’로 새 단장하며 주말리그제와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유료티켓 정책을 한국 럭비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해 경기 관람의 즐거움을 더하고 지속적인 대회 운영의 기틀을 마련했다.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아프리카TV’와도 생중계 협약을 맺고 예비 럭비팬들을 위해 온라인 경기시청 문턱을 낮춘 것도 24대 집행부의 성과다.
이 같은 변화는 다가올 인지스포츠 도약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최윤 회장의 의지와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된 결과로, 24대 집행부는 안방 예능의 주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전·현직 럭비선수들과 더불어 럭비 드라마, 최강 럭비로 이어지는 시너지로 다채로운 채널을 통해 국민들에게 럭비의 참 매력을 적극 알리겠다는 복안이다.
대한럭비협회 최윤 회장은 “한국 럭비가 과거 비인지스포츠의 그늘 아래, 소수가 독점했던 ‘누군가의 리그’에서 벗어나 수많은 관중들이 지켜보는 ‘누구나의 리그’로 변모할 수 있었던 건 기존의 관행과 관례를 깨고 개혁을 추진해온 24대 집행부의 여정에 끝까지 함께해주신 많은 럭비인들의 하나된 마음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국 럭비를 위해 뛰고 있는 럭비 선수들과 미래 꿈나무들에게 ‘럭비를 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인정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달려온 24대 집행부에 이러한 변화는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닌, 지난 3년여간의 노력의 산물이자 개혁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최 회장은 “인지스포츠의 길목에 선 절체절명의 시기에 럭비 대중화를 목표로 뿌려진 씨앗이 더욱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특히 과거 럭비계를 떠났던 훌륭한 럭비인들이 한국 럭비의 변화된 면모를 보고 발길을 되돌릴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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