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이 4선 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그의 사퇴를 시작으로 한국 축구 개혁을 소망했던 팬들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정몽규 회장은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AFC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국제 무대에 발들인 그가 KFA 수장직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뒤따르고 있다.
AFC 집행위원회는 AFC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AFC 회장과 5명의 부회장, 각 지역 연맹에 할당된 쿼터에 따라 선출된 집행위원들까지 총 30명으로 구성된다.
동아시아에는 6장의 집행위원 쿼터가 배정돼 있다. 이중 한 자리가 2023년 2월 열린 AFC 총회 이후 공석이었다.
공석에 대한 선거는 차기 총회에서 실시한다는 AFC 정관에 따라 이번 총회에서 선거가 진행됐다.
정몽규 회장은 단독 출마해 AFC 정관에 따라 투표 없이 추대로 선임이 확정됐다. 정몽규 회장 외에도 중앙아시아에 할당된 여성 위원 몫으로 단독 출마한 미고나 마흐마다리에바(타지키스탄) 위원도 함께 선임됐다.
AFC 집행위원 임기는 2027년 정기총회까지다.
국제 축구 무대에 KFA 인사가 진출한 것만 놓고 보면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의 사퇴가 시발점이 돼 한국 축구 개혁의 문이 열리길 바랐던 축구 팬들은 듣고 싶지 않았을 그의 당선 소식이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승부조작범 포함 각종 비위 행위 가담자 100명의 사면을 의결했다가 비난 여론 속 철회했다. 이후 절차 없이 무능력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A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해 한국 축구 역사에 요르단전 패배로 A대표팀이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하는 ‘흑역사’를 남겼다.
더 나아가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A대표팀 감독 선임 백지화 등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이로 거론되며 정몽규 회장은 현재 빗발치는 사퇴 여론 속에 있다.
국내 축구계를 초토화시켜 놓고 이를 수습하기는커녕 정몽규 회장은 자신의 커진 영향력을 앞세워 KFA 회장직 4선 도전을 시사하고 있다.
체육단체장은 3연임부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도전 가능하다. 단체장이 국제단체 임원 자리에 오르면 공정위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2월 클린스만 감독 경질 기자회견에서 4선에 관한 질문을 받고 "2018년 축구협회 총회 때 회장 임기를 3연임으로 제한하기로 정관을 바꾼 적 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승인하지 않았다. 그걸로 대답을 갈음하겠다”라며 우회적으로 4선에 나설 욕심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이 AFC 집행위원이 되면서 축구 팬들의 불길한 예감은 커지고 있다.
KFA는 그의 당선 소식을 알리면서 “정몽규 회장은 해당기간 동안 아시아축구의 방향성과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국제축구 무대에서 한국축구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추락하고 있는 한국 축구에 대한 방향성 제시 및 사과의 뜻 없이 앞으로 더 커질 정몽규 회장의 국제무대 영향력을 자랑했다.
KFA는 아무도 반기지 않는 자화자찬으로 ‘정몽규 회장 사퇴’로 한 줄기 희망을 내다보고 있던 팬들을 외면했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