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할 수 있는 건 이번 기회에 다 해봤어요". 배우 손석구가 단편영화 '밤낚시'로 제작자에도 도전했다.
11일 오후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단편영화 '밤낚시'(감독 문병곤) 언론시사회 및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작품을 연출한 문병곤 감독과 주연 배우겸 공동제작자 손석구가 참석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밤낚시'는 어두운 밤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휴머니즘 스릴러 단편영화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영화 '범죄도시2'로 큰 사랑을 받은 손석구가 평소 그와 절친했던 문병곤 감독과 처음으로 협업한 작품이다. 문병곤 감독은 지난 2013년 단편영화 '세이프'로 한국 최초로 칸영화제 단편경쟁부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인재다.
영화는 자동차의 시선으로 화면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시종일관 독특한 구도를 보여준다. 작품의 시작이 현대 자동차의 전기차에서 출발한 만큼 불가피한 제약이자 동시에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된 구도를 보여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손석구는 '밤낚시'에 주연 뿐만이 아니라 공동제작으로도 참여헀다. 그는 "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제작을 담당한다는 건 지금 저의 일천한 경험으로는 감당도 안 되고 먼 미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운 때가 좋았던 것 같다. 또 숏폼 형태라 가능했던 것 같다"라고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처음 영화를 기획한 현대차에서 어떤 콘텐츠를 담는다고 했을 때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참여하는 것보다 이 모든 과정을 경험하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에게 무한의 자유만 주어진다면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흔쾌히 제가 민망할 정도로 하고 싶은 걸 해보면 좋겠다고 해주셔서 가능한 일이었다. 감사한 일이다. 이런 기회가 생긴 게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주연 배우로서는 어땠을까. 손석구는 "아무래도 1인극이다. 요원 혼자 나와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말이 10분이지 배우 혼자서 1분도 끌어가기가 상황에 따라서는 어려울 수 있어서 부담이 된 것도 있다. 저는 이 과정에서 부담이 됐을 법한 설정이 하나도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문병곤 감독이 제 오랜 친구이기도 하고 이야기에 납득이 됐다. 어쩌다가 이런 이야기를 생각했는지 물었을 때 감독님이 저한테 말씀해주신 시작은 '나는 늘 혼자 밤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떠오르기를 기다리면서 영감을 쫓는 과정이 너무 외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데, 그게 밤낚시라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느꼈다'라고 하더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작가다웠다. 그런 이야기라면 혼자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밤낚시'는 12분 59초의 상영시간에 티켓값 1천원의 가벼운 '스낵무비'를 표방한다. 이 같은 새로운 도전에 대해 손석구는 "저희가 처음부터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저희가 모여서 뭔가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보자는 게 목적이었지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보여줄까는 상세하게 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콘셉트가 어디선가 찾아낸 로스트 풋티지 느낌도 들더라. 리얼하게 나온 영상을 가장 시네마틱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극장에서 튼다면 좋을 거라 생각해서 강력하게 추천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약간의 침체기에 접어든 극장가에 활력을 더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관객 분들에겐 낯선 포맷이기 때문에 왜 단편영화를 극장에서 보냐는 질문에 우리는 스낵무비라는 타이틀로 우리 영화를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워딩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만들어봤다. 그 타이틀에 어울리도록 기존의 숏폼 영화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성향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제자가이자 주연으로서 손석구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개인적으로 제가 '밤낙시'로 낚고 싶은 것은 저도 감독님과 비슷한데 두 가지다. 하나는 이 영화를 만든 문 감독님과 저의 앞으로의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기대감. 이 둘은 이런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기대감. 그리고 도전이니까 이 스낵무비를 시작으로 이런 형태가 아니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는 다른 영감을 받은 다른 아티스트 분들이 하는 또 다른 형태의 재미 요소가 극장에서 생겼으면 좋겠다. 그런 영감을 낚아가시면 좋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손석구는 주연이 아닌 제작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저는 미래에도 제작을 꿈꾸는 제작 꿈나무다. 많이 자문을 구하면서 느낀 바는 제작자 분들마다 성향이 다르시더라. 기획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팀을 꾸려서 실무를 담당하는 분들도 계시고, 창작적인 관여를 많이 하시는 제작자 분들도 있다. 개개인 제작자 분들마다 성향이 다른데 저같은 경우에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역할을 많이 했다. 그 외에는 제가 아직 경험이 미천하기 때문에 제가 굳이 스스로를 어떤 제작자냐고 물어봤을 때에는 스토리 기획과 전반적인 영화의 실무적인 것보다는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의 연장선이라고 할 만큼 창의적인 부분에 주력을 많이 뒀다"라고 밝혔다.
손석구는 "그렇다 보니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 등에 참여를 많이 했다. 어디까지 선을 나눠야 하고 어디까지가 월권인지는 모르겠더라. 그렇지만 이번 영화에서 만큼은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싶었다. 모든 부분에 다 들어가서 아이디어를 냈다. 감독님과 친구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도 많았다"라며 "그 외에는 제작을 하다 보면 아티스트들이 자기의 기량을 펼칠 수 있게 판을 깔아줘야 하는 부분도 많다. 이런 건 어떻게 보면 관계적인 부분도 있고, 사업적인 부분도 많이 있는데 그 역량은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과거 제가 배우로서 해오면서 가족에 대한 관계, 기관들을 최대한 섭외를 많이 했다. 그런 일도 부족하게나마 했다. 뭉퉁그려서 얘기하자면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협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손석구는 "어느 순간 경계가 무너지는 부분이 있다. 그 때 필요한 게 '존중'이다. 그렇게 보면 저의 아이덴티티는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손석구의 고민들에 이날 행사를 진행한 방송인 박경림은 "영화는 비록 12분 59초이지만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 12시간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거들기도 했다.
과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구씨 역할로 뜨거운 사랑을 받다 못해 대중의 '추앙'을 받았던 손석구. 제작자로서 그의 도전도 추앙받을 수 있을까. '밤낚시'는 오는 14일부터 16일, 21일부터 23일까지 CGV에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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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최규한 기자,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