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팬들과 한국 팬들은 차원이 달랐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6차전에서 중국과 맞붙는다.
한국은 이미 최종 예선 진출이 확정됐다. 지난 6일 싱가포르 원정에서 무려 7-0 대승을 거두며 승점 13점(4승 1무) 고지를 밟았고, 2위 중국(승점 8)을 5점 차로 따돌리면서 일찌감치 1위를 달성했다.
반면 중국은 2위지만,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다.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3위 태국(승점 5)에 역전당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 현재 중국은 골 득실 +1, 태국은 -2다. 마지막 경기에서 중국이 한국에 대패하고 태국이 싱가포르를 상대로 승리한다면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다.
한국도 승리가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중국전 결과에 따라 최종 예선 톱시드 확보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 3차 예선은 FIFA 랭킹을 기준으로 시드가 정해진다. 일본(18위)과 이란(20위)이 아시아 1, 2위를 지키고 있고, 한국(23위)과 호주(24위)가 남은 한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다.
현재 한국은 1563.99점, 호주는 1563.93점으로 단 0.03점 차인 상황. 무조건 승리해야만 3위 자리를 수성하며 1번 포트 자격을 가질 수 있다. 만약 2시드로 밀려난다면 일본이나 이란, 호주 중 한 팀과 같은 조에 묶이며 비교적 어려운 여정을 이겨내야 한다.
경기를 앞두고 선발 명단이 공개됐다. 손흥민(토트넘)이 최전방을 이끌고 황희찬(울버햄튼), 이재성(마인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공격 2선을 구성한다. 황희찬이 원톱을 맡고 손흥민이 측면으로 빠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정우영(알 칼리즈), 황인범(즈베즈다)이 뒤를 받친다.
수비 라인은 김진수(전북현대), 권경원(수원FC), 조유민(샤르자FC), 박승욱(김천)이 지킨다. 골키퍼는 조현우(울산HD). 지난 경기에서 교체 투입됐던 박승욱은 A매치 선발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벤치에는 배준호(스토크시티), 오세훈(마치다 젤비아), 엄원상, 주민규, 이명재(이상 울산HD), 최준(FC서울), 홍현석(헨트), 황인재(포항 스틸러스), 황재원(대구), 박용우(알 아인), 하창래(나고야 그램퍼스), 송범근(쇼난 벨마레)이 앉는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만원 관중이 찾았다. 3000여명의 중국 팬을 제외하면 한국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채운 상황. 지난해 11월 중국 원정 당시와 뒤바뀐 상황. 당시 중국 팬들은 매너 없는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말 그대로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악용하려고 했다.
비록 공간이 분리됐지만 손흥민의 이름이 새겨진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착용한 팬들이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자 곧바로 중국팬들이 신경질을 퍼부었다. 중국팬들은 해당 팬에게 갑작스럽게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욕설에 가까운 고함을 지르며 나가라고 했고 두려움이 생긴 한국팬이 자리에 앉아 일단락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일부 중국팬들은 여전히 해당 팬을 향해 소리를 질렀고 결국 한국 응원을 하기 힘들었다. 지정된 좌석이기 때문에 움직이기 어려웠고 결국 조용히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또 경기 시작전 애국가가 나오는 상황서 야유가 쏟아졌다. 적어도 국제 대화의 관례상 국가 연주 중에는 상대 국가를 존중해서 침묵과 박수를 쳐주는 것이 관례지만 중국 축구 팬들에게 그런 매너는 없었다.
심지어 경기 중에도 비매너 행동이 이어졌다. 여기에 한국 선수들을 향해 레이저 포인터로 저격하면서 괴롭히는 상싱 이하의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중국 팬들의 비매너 플레이에도 한국은 손흥민의 멀티골을 앞세워 3-0으로 가볍게 승리를 거두면서 기세를 끌어 올렸다.
당시 중국 즈보 닷컴은 "제발 남의 나라 국가가 연주될 때 야유하는 몰상식한 행동을 자제해라"라면서 "한국 국가가 연주할 때 여유를 보낸 것은 참으로 무례한다. 만약 중국 국가가 한국 원정서 야유를 들으면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제발 경기장에 레이저 포인터 같은 것을 가져오지 말라"고 자국 팬들의 매너를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팬들의 비매너와 달리 한국 팬들은 원정 경기를 찾은 중국 선수단에게 정중했다. 중국 국가가 응원되자 다 같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야유 대신 박수를 보내면서 이게 축구를 즐기는 진짜 매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중국 국가에 야유 대신 한국 축구 팬들은 애국가가 나오자 누구보다 큰 환호를 통해서 이날 승리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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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 = 지형준 기자, 이대선 기자 /jpnews@osen.co.kr,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