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서울의 봄'을 시작으로 오컬트 영화의 한 획을 그은 '파묘', 시리즈 최초 트리플 천만을 달성한 '범죄도시4'까지 쉼 없이 달려온 한국영화. 과연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시 기약없는 부진의 늪에 빠지는 것일까? 최근 선보인 한국 작품들이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반면, '인사이드 아웃2',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등은 나란히 100만과 150만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점령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인사이드 아웃2'는 오늘(15일) 오전 11시 40분 누적관객수 102만 8,363명을 동원하며 개봉 4일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인사이드 아웃2'는 9년 만에 돌아온 '인사이드 아웃'의 속편으로,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에게 새로운 감정들이 찾아온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전편보다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여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 새로운 감정을 통해 전달하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는 전 세대의 공감을 얻으며 폭발적 입소문 열기를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이에 힘입어 2024년 개봉 외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외화 중 최단 기간 100만 돌파 기록(9일)을 가지고 있던 '웡카'에 비해 5일 빠른 속도다. 뿐만 아니라 이는 전작인 '인사이드 아웃'(2015)이 100만 관객을 돌파한 7일, 국내 픽사 최고 흥행작 '엘리멘탈'(2023)이 100만 관객을 돌파한 11일보다 빠른 기록으로 2024년 극장가를 견인할 흥행작임을 입증했다.
같은 날,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역시 누적관객수 150만 명을 돌파하며 극장가 장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체 박스오피스 TOP 2를 기록, 개봉 4주차에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식지 않는 사랑을 확인케 했다.
반면, 탕웨이, 수지, 박보검 주연의 '원더랜드'는 일일 관객수 1만 2,872명(누적 54만9,508명)으로 박스오피스 3위, '드라이브'는 8,877명(누적 3만7,255명)으로 4위, '그녀가 죽었다'는 7,147명(누적 117만2,857명)으로 5위를 각각 나타냈다.
상위권에 한국영화도 3~5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관객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순 없다. 그나마 변요한·신혜선 주연의 '그녀가 죽었다'가 100만을 돌파해 체면치레를 했을 뿐, '원더랜드'는 순 제작비만 100억원 넘게 들어가 손익분기점이 290만명, 최근 강동원 주연의 '설계자'도 손익분기점이 200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가 죽었다'도 손익을 넘기 위해선 극장에서 130만 이상을 돌파해야 한다고.
특히 '원더랜드'는 '가족의 탄생'(2006), '만추'(2011) 등으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김태용 감독의 4번째 장편 영화이자 13년 만의 장편 영화 복귀작이다. 이 외에도 김태용 감독의 아내이자 중화권 톱스타 탕웨이, 박보검, 최우식, 정유미, 특별출연 공유까지 시상식 뺨치는 화려한 라인업이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최고의 비주얼' 수지와 박보검이 연인으로 첫 호흡을 맞췄고, 개봉 전 열애설이 불거지는 등 관심이 폭발했다.
개봉 하루 전에는 28.1%로 전체 예매율 1위에 올랐고, 첫날 흥행 1위에 등극하기도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배우들을 향한 화제성이 작품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사실상 100만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올여름 시장에는 하정우·여진구의 '하이재킹', 이성민·이희준의 '핸섬가이즈', 이제훈·구교환의 '탈주', 고 이선균의 유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행복의 나라' 등이 관객들을 찾아온다. 손익을 가뿐히 뛰어넘는 흥행작이 나올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 hsjssu@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 및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