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과 이야기할 기분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황금세대'의 막바지에 다다른 벨기에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프랑크푸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슬로바키아에 0-1로 패했다.
벨기에는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로멜루 루카쿠가 최전방에 자리했고 레안드로 트로사르-케빈 더 브라위너-제레미 도쿠가 공격 2선에 섰다. 아마두 오나나-오렐 망갈라가 중원을 채우고 야닉 카라스코-제노 데바스트-바우트 파스-티모시 카스타뉴가 포백을 꾸렸다. 골문은 쿤 카스테일스가 지켰다.
벨기에가 초반 좋은 기회를 잡았다. 전반 3분 도쿠가 우측을 홀로 돌파한 뒤 박스 안으로 패스했다. 공은 더 브라위너를 거쳐 골문 앞까지 연결됐지만, 루카쿠의 슈팅은 골키퍼에게 막혔다. 전반 5분엔 루카쿠가 일대일 기회를 잡았으나 두브라브카가 빠르게 뛰쳐나오면서 정확히 마무리하지 못했다.
선제골은 위기를 넘긴 슬로바키아가 터뜨렸다. 전반 7분 쿠츠카의 박스 안 슈팅을 카스테일스가 멀리 쳐내지 못했다. 골문 앞에 떨어진 공을 이반 슈란츠가 침착하게 밀어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벨기에가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전반 21분 두브라브카가 박스 바깥까지 나와 빌드업을 시도하던 중 전방압박에 공을 뺏겼다. 치명적인 실수였지만, 트로사르의 중거리 슈팅은 골대 위로 높이 뜨고 말았다.
루카쿠가 드디어 골망을 갈랐다. 후반 11분 트로사르가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오나나가 머리로 공을 떨궈놨다. 이를 루카쿠가 미끄러지며 밀어넣었지만, 비디오 판독(VAR) 결과 오프사이드로 판정됐다. 후반 17분 더 브라위너의 롱패스에 이은 루카쿠의 슈팅은 옆그물을 때렸다.
루카쿠가 또 골 취소에 울었다. 후반 41분 로이스 오펜다가 박스 왼쪽을 돌파한 뒤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루카쿠가 이를 왼발로 정확히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번엔 오펜다의 핸드볼 반칙이 선언되면서 또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은 7분이 주어졌지만, 슬로바키아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결국 슬로바키아가 남은 시간을 잘 버텨내면서 1-0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루카쿠는 더 브라위너 덕분에 여러 기회를 잡았으나 빅 찬스 미스 3회, 골 취소 2회로 고개를 떨궜다.
이 경기 더 브라위너는 슈팅 3회를 비롯해 패스 성공룰 76%, 기회창출 4회를 기록하며 평소대로 '축구 도사'의 면모를 뽐냈으나 그의 발끝에서 시작된 공격은 끝내 점수로 연결되지 않았다. 공격 지역으로 넘겨준 패스가 11회나 되지만, 모두 낭비됐다.
경기 종료 후 영국 '메트로'는 "충격적인 패배를 맛본 더 브라위너는 모국어와 프랑스어로 질문을 받으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나 영어 인터뷰엔 응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메트로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더 브라위너는 인터뷰 막바지 "영어로 질문 드려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지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뒤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매체는 "그는 마치 영국 매체와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라고 알렸다.
더 브라위너는 앞선 인터뷰에서 "아쉽다. 우린 첫 20분 좋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실수를 범했고 대가를 치렀다. 경기에 다시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후반전은 조금 더 나아졌다. 우리에게 이길 자격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2골이 취소됐고, 득점에 실패했다. 이게 축구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