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지 포스테코글루(59) 토트넘 감독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루마니아 경기를 봤다면 얼굴에 미소가 번졌을 것 같다.
루마니아는 17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푸스발 아레나 뮌헨에서 열린 유로 2024 E조 1차전 우크라이나와 경기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루마니아는 전반 29분 니콜라에 스탄치우, 후반 8분 라즈반 마린, 후반 12분 데니스 드라구스가 잇따라 골을 넣으면서 우크라이나를 침몰시켰다.
루마니아는 공격과 마찬가지로 수비도 돋보였다. 66%의 점유율을 우크라이나에 내준 루마니아였다. 하지만 루마니아는 우크라이나가 때린 14개의 슈팅(유효슈팅 2개)을 무실점으로 처리, 예상 밖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루마니아 경기는 토트넘 팬들에게도 관심사였다. 이날 백 4라인을 형성한 루마니아 수비 중심에 선 센터백 라두 드라구신(22)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는 토트넘의 라이벌 선수들인 올렉산드르 진첸코(아스날), 미하일로 무드릭(첼시)가 있었다.
드라구신은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슛블록 2번, 볼 클리어링 10번, 가로채기 1번, 리버커리 3번을 기록했다. 3차례 볼 경합 상황에서도 모두 우위를 점했다.
흥미롭게도 루마니아는 이날 경기 포함 드라구신이 출전한 최근 10경기에서 5승 4무 1패를 기록하고 있다. 콜롬비아전에서 2-3으로 패한 것을 제외하면 2실점 이상 기록한 경기가 없다. 최근 3경기 연속 무실점 포함 6경기에서 실점을 하지 않았다.
18일 영국 '풋볼 런던'에 따르면 전 프리미어리그 수비수 애슐리 윌리엄스는 영국 BBC를 통해 "드라구신은 나의 맨 오브 더 매치(MOTM)였다"고 칭찬했다.
윌리엄스는 "나는 그가 대단했다고 본다. 그는 경기를 통해 계속 성장을 거듭했다. (태클을 보면서) 쾅하고 벽돌 벽에 부딪히는 것 같다. 그는 경기 내내 그랬다"면서도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를 자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191cm 장신의 드라구신은 지난 1월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이탈리아 세리에 A 제노아에서 토트넘에 합류했다. 드라구신은 당초 김민재가 뛰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 이적 가능성이 높았지만 스스로 토트넘을 선택하면서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반 더 벤으로 구성된 센터백 듀오에 밀려 벤치를 지키기 일쑤였다. 드라구신은 토트넘에서 9경기 출장에 그쳤다. 그 중 선발로 뛴 것은 4경기에 불과했다.
그러자 드라구신의 에이전트인 플로린 마네아가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네아는 "드라구신이 지난 1월 도착했기 때문에 아직 우려할 수 없지만 계속 경기에 못 나선다면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드라구신도 벤치에만 앉아있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윌리엄스는 드라구신에 대해 "그는 에너지가 넘치고 공을 잘 다룬다. 그는 용감하고 박스 안에서 첫 접촉을 한 다음 팀을 경기장 끝까지 이끌고 간다. 그게 그가 팀에 있는 이유는 아니지만 그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빌드업도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토트넘 마지막 2경기에 선발로 뛰었지만 많은 토트넘 팬들은 드라구신의 압도적인 수비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앙 수비수 영입이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감독에게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4번째 센터백을 이적 시장에서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아카데미 출신 스타(알피 도링턴, 애슐리 필립스)를 1군으로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시에 드라구신의 활용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구신과 루마니아가 유로 2024를 통해 계속 약진할 경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내년 구상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마침 로메로가 레알 마드리드의 구애를 받고 있는 상태인 만큼 더욱 흥미로울 여름 이적 시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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