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탄쿠르는 자신의 팀 동료가 쏘니인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라."
손흥민(32)이 인종차별 발언을 한 로드리고 벤탄쿠르(27, 이상 토트넘)를 용서했다.
손흥민은 20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나는 롤로(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다. 그가 실수를 했고 그가 그 사실을 알고 사과했다"면서 "롤로는 의도적으로 불쾌감을 주는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 우리는 형제이며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손흥민은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었으며 프리시즌에 다시 하나가 돼 클럽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해 벤만쿠르를 용서했다.
손흥민의 이 발표는 벤탄쿠르가 인종차별 발언을 한지 거의 일주일 만에 나온 반응이다. 벤탄쿠르는 지난 14일 자국 우루과이 TV 방송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 "그 한국인의 유니폼을 구해줄 수 있나"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쏘니(손흥민)?"이라고 물은 뒤 "쏘니의 다른 친척 유니폼을 줄게. 그들은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대답해 논란이 됐다.
벤탄쿠르가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닐지 모르지만 이 발언을 놓고 보면 인종차별이 분명했다. 특정 국적 혹은 인종에 대해 모두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는 것은 인종차별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쏘니 형제여! 이번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 이건 그저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은 아니야"라고 사과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사과글 역시 문제가 됐다. 소니의 애칭을 'Sonny'가 아니라 일본 기업인 'Sony'라고 잘못 적었고 사과글 역시 24시간 뒤 사라져 찾아볼 수 없는 스토리 기능을 통해 올려 놓으면서 진정성을 의심 받았다.
반차별 단체인 '킥 잇 아웃'도 나섰다. '킥 잇 아웃'은 1993년 '축구에서 인종차별을 걷어내자'는 캠페인에서 시작해 1997년 단체로 설립됐다. 이 단체는 프로축구선수협회(PFA), 프리미어리그, 영국축구협회(FA) 등 축구계 운영 기관의 지원과 자금으로 운영된다.
'킥 잇 아웃'은 이날 "토트넘 팀 동료 손흥민에 대한 벤탄쿠르의 발언에 대한 신고를 다수 접수했다. 이러한 신고는 이미 구단과 관계 당국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이어 "벤탄쿠르가 자신의 발언이 잘못됐음을 인정했지만, 이는 동아시아 및 더 넓은 커뮤니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더 광범위한 문제를 강조한 것"이라면서 "다음 시즌에는 이러한 광범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7월 한국 등 동아시아 투어를 앞두고 있는 토트넘은 이번 논란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토트넘이 아니라 인종차별 피해 당사자인 손흥민이 직접 나서서 이 사태를 해결했다.
손흥민의 글을 본 한 토트넘 팬은 "손흥민은 벤탄쿠르 문제를 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에서 열리는 프리시즌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벤탄쿠르는 자신의 팀 동료가 쏘니인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팬은 "손흥민이 본질적으로 피해자인데도 성명을 발표해야 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는 정말 품격있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이밖에 "역시 주장이다", "잘했어 쏘니, 잘 처리했어"라고 손흥민의 대처를 긍정적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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