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2'의 숨은 주역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의 비하인드가 공개됐다.
21일 오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2'의 한국인 스태프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 심현숙 애니메이터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인사이드 아웃2'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들을 캐릭터로 표현해 전 세계인의 공감을 사며 사랑받은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두 번째 이야기로 9년 만에 나온 후속이다. 13살이 된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의 낯선 감정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평화롭던 일상이 깨지고 다시 시작된 위기와 모험을 다룬다. 기존 감정(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부터 새로운 감정까지 다채로운 9가지 감정들의 활약에 힘입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인사이드 아웃2'는 지난 20일 14만 378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263만 6,798명을 돌파,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다. 현재 쟁쟁한 신작 공세에도 불구하고 59.2%라는 압도적인 전체 예매율로 1위를 지키는 등 장기 흥행을 기대케했다.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는 계원예술대학교를 졸업하고 2021년 픽사에 입사했다. 그동안 '버즈 라이트이어'(2022), '엘리멘탈'(2023), '인사이드 아웃2'(2024) 등에 참여했다. 심현숙 애니메이터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화학 교육을 전공하고, 캐나다 소재 셰리던 칼리지 대학을 졸업했으며, 2021년 픽사에 들어갔다. 김혜숙 애니메이터와 같이 '버즈 라이트이어', '엘리멘탈', '인사이드 아웃2'까지 함께 작업했다.
김혜숙은 "충청남도 홍성에서 자라 한국에서 일을 하다가 캐나다에서도 일을 하게 됐고, 지금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을 하고 있는 시니어 애니메이터"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픽사 입사 과정에 대해 "난 개인적으로 해외 취업에 대한 플랜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유학도 잘하고 영어도 너무 잘하는데, 난 못 알아들었다. 그렇다 보니까 더 실력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영어 공부 되게 잘해야 되는거 아닌가?' 했는데,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아티스트 본인이 지금 아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랑하는지, 열심히 할수 있는지, 내 실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수 있는지, 그점에 더 초점을 맞춰야 문이 활짝 열릴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는 해외에서 일할 때 힘든 점이 많았다"며 "근데 실력 좋은 친구한테 가서 보여주고 '너가 볼 땐 이게 어때?' 물어보고, 영어가 안 들리는 건 녹음해서 리플레이해서 계속 들었다. 안되는 건 없는 것 같다. 열심히 더 두드려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심현숙은 한국에서 대학교 과정을 공부하다가 늦게 미국으로 건너갔다며, "학교에서는 손으로 만드는 애니메이션을 공부했고, 컴퓨터를 전혀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 회사에 취업을 했다. 그때가 2D~3D로 넘어갈 때 처음 배워서 굉장히 힘들었다. 컴퓨터를 아예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중요하다. 회사 안에는 도와주려고 하는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다. 혼자 구석에 앉아 있으면 도움이 오지 않는다. 늦게까지 앉아서 물어본 게 힘들었지만, 그렇게 배운게 기억에 남는다"며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배우기 시작했을 때보다 온라인상에 자료가 훨씬 많다. 온라인 스쿨도 많다. 두들기면 많은 곳에 자료가 있다.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찾을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김혜숙은 픽사에서 자신이 하는 일과 관련해 "픽사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주로 사람 캐릭터를 많이 작업했는데,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는 감정 캐릭터를 작업해보고 싶었다. 이 영화의 매력은 감정 캐릭터인 것 같더라. 슈퍼바이저한테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했다. 시니어 애니메이터라서 역할이 굉장히 다르지 않다"고 했다.
또한 "2편 첫번째 부분의 시퀀스를 작업했는데, 1편을 재밌게 봐서 2편 앞부분을 어떻게 시작을 할까 고민했다. 첫 번째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마무리됐지? 그 5명의 코어 감정들이 어떤식으로 등장하지? 참고했다. 도전했던 장면은 조이가 질문하면 각각의 캐릭터가 자기 캐릭터에 맞게 답하는 샷이었다. 관객을 빵 터뜨려야했다. 그것에 맞게 관객들이 웃어야했다. 나에겐 굉장히 챌린지한 샷이었다"며 "1편의 캐릭터성을 가져야했고, 뻔하지 않고 유니크하게 하기 위해 레퍼런스를 찾았다. 애니메이터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캐릭터가 주어지면 픽사에선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파트다. 이 친구의 니즈를 뭐고, 이 캐릭터를 확실하게 이해시키는 부분이다. 이 점에서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이드 아웃2'가 사랑 받는 이유를 묻자, 김혜숙은 "애니메이션 관객층이 넓다. 아이들은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유머가 있고, 청소년 분들은 자기들이 생각하는 것도 잘 표현이 돼 있다고 하더라"며 "댓글을 봤는데 '어른들은 이불킥을 한다'고 하더라. '아 내가 청소년 때 저랬었는데' 하면서. 공감대를 끌어내려고 영화 작업을 하면서 많은 시도와 스토리 면에서 푸시를 했다. 다행히 관객들에게 공감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심현숙은 "첫 영화가 굉장히 사랑을 받았다. 영화 자체를 관객들이 좋게 봐서, 그때 그 영화를 보고 자란 분들이 다시 돌아오게 되고, 또 새로운 청소년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들도 감정을 보면서 첫 번째 영화의 성공과 새로운 감정들이 나오는 걸 기대했다. 그래서 보러오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전작 '엘리멘탈'(2023)을 비롯해 '인사이드 아웃2'까지 연달아 흥행하면서 겹경사를 맞았다. 픽사 내부에서도 이를 당연히 인지하고 있다고.
심현숙은 "인지하고 있고, 알고 있다. 이 상황을 뿌듯하고 흐뭇해하셨다"며 "'엘리멘탈'은 감독님도 한국 분이라서 그 영화를 만들면서 알게 모르게 한국에 대한 정서가 꽤 들어가 있었다. 한국에서 반응이 좋았다는 것을 아시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혜숙 역시 "지금 '인사이드 아웃2'가 흥행하는 것도 알고 있다. 최근 받은 이메일에 라틴 아메리카도 굉장히 잘 되고 있다고 했는데, 거기에 한국도 있었다. 그 메일을 읽는데 기분이 좋았다"며 "'엘리멘탈'은 한국말 포스터가 잠시 회상 기둥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다. 반응이 좋았던 나라들의 원어, 더빙 버전 '엘리멘탈'은 우리가 보기 위해서 계속 틀어놨다. 무엇보다 한국말로 '엘리멘탈'이 적혀 있으니까 너무 행복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는 누구보다 성공한 애니메이터지만, 과거에는 크게 방황도 했다고. 김혜숙은 "난 한국에서도 좋은 작업을 많이 했다. '뽀로로' '미니특공대' 등을 했는데, 오래하면 번아웃도 온다. '내가 원하는게 이게 맞을까?' 싶더라. 나도 한국에서 오래 일하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때마침 어느 날 포털사이트에 너무 멋진 메인 화면에 포토그래퍼 사진이 떴다. 캐나다 호수였는데 너무 가보고 싶다고 느꼈다. 그곳에서 몇달간 여행을 하면서 쉬었고, 쉬다보니 다시 일하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건 이거고 더 잘하고 싶고,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은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아티스트로서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어서 다시 돌아와서도 몰입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9년만에 돌아온 '인사이드 아웃2', 시즌3도 볼 수 있을까? 심현은 "우리도 알고 싶다. 아직까지 3편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만약 나온다면 9년까지 걸리진 않을 것 같다"며 "(시즌이) 장기화 된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스토리가 탄탄하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풀어가는 다음 이야기도 성공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답변했다.
김혜숙도 "내가 생각하는 픽사는 '이게 잘 됐으니까 이걸로 3, 4편을 한다'기보다 다음 시즌에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또 장기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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