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원에서 방송 기자 그리고 다시 배우로, 다양한 직업으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로 손꼽히던 진기주가 '삼식이 삼촌'에서 유독 강렬한 뭉클함을 맛봤다. 필모그래피보다 주목받던 전 직장들을 향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던 시간을 지나 긍정적인 반응들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 것. 청년들에게 한없이 불안한 2024년, 누구보다 치열하고 올곧게 버텨낸 진기주는 1950년대 정의로운 신념의 '삼식이 삼촌' 주여진과 닮아 있었다.
진기주는 25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종영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이 가운데 진기주는 김산의 연인 주여진 역으로 등장했다.
작품을 마무리 한 소감에 대해 그는 "집에서 보던 것보다 큰 화면으로 보니까 확실히 더 선배님들, 같이 연기한 동료 분들의 디테일함이 잘 보이더라. 너무너무 좋았다. 제 옆에 감독님도 앉아계셨고 옆에 송강호 선배님, 반대 옆에는 오승훈 배우님도 앉아 계셨는데 그날 따라 더욱 멋져 보이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조금 뭉클하더라. 나중에 알았는데 회차가 많지는 않았다. 짧은 회차 동안 진하게 찍었다. 촬영할 때 농도가 짙다는 느낌이었는데 마무리까지는 다 본 느낌이라 뭉클했다"라고 밝혔다.
실제 '기자 출신'인 진기주는 후에 기자가 되는 주여진 역을 맡아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내레이션을 읽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도 받았다. 한창 원서 쓰고 같이 스터디하는 친구들이랑 공부하던 시절도 떠올랐다. 새삼 새롭게 가슴이 한 번 더 뜨거워졌다. 물론 많이 결이 다른 시절의 기사이지만 그랬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 경험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진 않았다. 알게 보르게 있었겠지만 직접적인 경험이 녹아들진 않았다. 그렇지만 제 안에 다 쌓여 있겠죠"라 덧붙였다. 이어 "조금 재미있는 게 그 시절엔 지금처럼 키보드가 아닌 타자기를 쓰는데 너무 잘하고 싶었다. 인서트를 찍을 때 감독님이 기회를 몇 번 안 주셨다. 웃으시면서 '이걸 배우가 만족할 때까지 시키면 하루 종일 시킬 것 같다'면서 두 번 밖에 안 시켜주셨다"라며 웃었다.
또한 "극 중에 여진이의 캐릭터로서 객관성을 지키려고 했다. 주변인들보다 더 중간에서 객관적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짧게 스쳐간 씬이지만 아침에 테이블에서 아이템 회의를 하는 씬들이 있었다. 그동안 혹은 오늘 하루 시위들에 대해서 스쳐지나가듯 얘기하는 대사가 있는데 지금 현재를 사는 우리가 봤을 때는 되게 치열하고 격렬했던 삶에 집중해서 바라보는데 내가 그 시절에 그 순간에 살고 있다면 역사처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다를 거라 생각해서 조금 더 일상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2024년에 그 때의 일을 역사로 보는 내 시선을 빼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꿈과 야망'을 다룬 '삼식이 삼촌', 주여진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진기주는 "여진이의 꿈과 야망도 분명했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보다 훨씬 풍요롭고 자유로운 나라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아버지도 돕고 김산과 깊게 연인이 됐다고 생각했다. 다만 여진이는 그 야망을 자신을 위해 활용하지는 않았다. 그걸 지키는 것도 여진이의 야망이라고 봤다. 누군가의 유혹, 주변인의 협잡에 흔들리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걸 끝까지 지켜나가는 것까지"라고 설명했다.
배우 진기주의 꿈과 야망은 무엇일까. 그는 "별 거 아닐 수도 있는데 저한테는 큰 야망이 계속 작품을 할 수 있는 거다. 오래오래. 신체적인 건강도, 정신적인 건강도 필요하다. 오래오래 일을 하고 싶다"라며 멋쩍어 했다.
더불어 그는 "제가 가진 외적인 이미지가 여진이에 도움이 안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성숙한 느낌, 무르익은 느낌, 너무나 멋진 어른의 느낌 같은 이미지를 제 외적인 것 만으로는 담기에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제 안에 뭔가를 많이 쌓아야 서있을 때 다른 얼굴, 다른 이미지가 될 거란 생각이 들어서 저를 빼는 노력을 촬영 전에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진기주는 "저는 어떻게 보면 '초딩'스러운 사람이다. 취향도, 즐겨 하는 일도. 그런 걸 빼내는 작업을 했다. 잘 익은 벼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여기 오는 길에도 봤는데 소품샵이 많더라. 그런 걸 못 지나친다. 빈티지 장난감, 피규어, 토이도 수집한다. 수집하고 알고 보니 과거 미국 마트에서 4~5세 사용권장한 물건이었고, 그런 경우가 많은데 그게 여진이 외모에 나오면 안 돼서 조심했다. 제 눈앞에서 피규어를 치우기도 했다. 그 기간에는 구매도 안 했다. 더불어서 제 자세도 다른데 고치려 하고. 평소에 텐션도 '엄마엄마!'하는 편이라면 그런 것도 빼려고 했다"라며 웃었다.
이어 "그렇다고 주여진이 제 안에 아주 없진 않다. 0%다. 물론 지금까지보다는 나에 대한 투영이 가장 적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우선 지금의 저는 그게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제가 10대 후반, 20대 초반에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이 좋은 세상이 되는 데에 일조하고 싶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학 졸업 전까지는 그랬다. 기자 꿈을 꾼 것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어딘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내가 써서 알려주는 열망이 너무 컸다. 인턴 생활도 신문사에서 했다. 인턴 기간이 길지 않았다. 방학 때였다. 그 때는 끝이 정해진 인턴이라 하루하루가 아까웠다. 계속 집에 안 가고 선배가 퇴근하라고 할 때까지 있었다. 몇 년이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삼식이 삼촌부터 김산까지 복합적이다 못해 이중적인 면까지 있는 듯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삼식이 삼촌', 그 안에서 주여진 만은 달랐다. 일관되게 올곧았다. 진기주는 "감독님이 우리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정상인 사람이 주여진 한 명이라고 하셨다"라고 웃으며 "촬영 전에 캐릭터 준비 기간에 가장 두려웠던 부분이다. 그걸 극복해서 촬영장에서 여진이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캐릭터를 안 심심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하는 선택은 잘못된 선택이니 뻔뻔하게 감독님을 믿고 내가 생각하는 주여진을 그대로 그리려 했다. 내가 내공이 엄청난 어른이라 생각하고 한번 해보려 했다. 뭔가를 더 하면 할수록 제가 여진이를 망치는 길이라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꼼수 같은 건 안 하려고 했다"라고 강조했다.
아버지의 죽음, 결혼을 약속한 연인 김산과의 이별 등 큰 일에도 주여진은 그 올곧음을 잃지 않았다. 진기주는 "아버지가 죽을 때 주여진은 어떤 울음을 쏟아낼지, 얼마나 드러내고 숨기려고 할지 고민이 컸다. 제가 그동안 다른 캐릭터들은 감정이 나오는 대로 웬만한 표현을 하려고 했다면 주여진은 이 순간에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같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남성 위주의 사회활동이 당연시되는 시대를 배경으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여진은 '삼식이 삼촌'에서 제몫을 다한 캐릭터였다. 진기주는 "기대감보다 부담감이 컸다"라며 "현장에 송강호 선배님이 계신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다. 남자 캐릭터들이 많은데 그 사이에 여자가 많지 않다는 건 별로 신경 안 썼다. 그냥 주여진이나 잘하자는 생각이었다. 부담감은 진짜 있었다"라며 멋쩍어 했다.
'삼식이 삼촌'은 송강호의 첫 드라마로 지난달 15일 뜨거운 기대 속에 공개돼 16부작으로 팬들을 만났다. 그러나 막상 송강호와 붙는 씬이 적었던 것에 대해 진기주는 "너무너무 아쉬웠다"라고 했다. 그는 "선배님이랑 제가 대사 한 마디도 없지 않나. 눈을 보는 건 좋은데 대사도 주고받고 선배님이 어떻게 받아주실지, 어떤 걸 던져주실지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었다. 그나마 아쉬움을 덜 수 있던 건 선배님이 오후 촬영이 있어도 아침 일찍 현장에 와서 계시더라. 그 것만으로도 수업이 되는 것 같았다. 선배님이 박수 한 번 쳐주시면 세상 얻은 것 같았다. 선배님과 모니터 뒤에 나란히 앉은 순간들이 있었다. 연기를 한건 찰나였지만 그 아쉬움을 달래줄 순간들이 있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송강호 첫 드라마'가 출연 영향을 줬을까. 진기주는 "너무 많이 영향을 미쳤다"라고 눈을 빛내며 "선배님과 한 작품에 들어간 것 만으로도 저한테는 너무 큰 요소였다"라고 강조했다.
작품 종영 후 송강호가 진기주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밝힌 바. 진기주는 "제가 먼저 문자를 드렸고 거기에 답장을 주셨다"라며 "제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에 대해서는 셍각보다 소심한 편이다. 선배님과 3월부터 8월까지 현장에서 같이 있었음에도 '존경한다'는 말을 너무 하고 싶은데 몇 개월 동안 한 번도 못해서 목끝까지만 차오르고 표현을 못하고 끝냈다. 홍보 스케줄을 할 때도 표현을 못해서 이렇게 끝낼 순 없어서 용기를 조금 내서 선배님한테 문자를 드렸다"라고 밝혔다.
이어 "단어를 못 고르겠더라.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그 얘기를 30년 넘게 듣고 계실 텐데 늘상 들으시던 말이 돼버리고 싶지 않았다. 나의 마음이 전달될까 하는 고민이 있어서 촬영이 홍보스케줄까지 끝났는데 결국 식상한 단어로 문자로 말씀을 드렸다. 너무 감사하게도 선배님도 1부부터 쭉 볼 때 '잘했다'는 문자를 남기고 싶으셨는데 안 하셨다고 하시더라. 그러고 나서 '절제된 감정들이 순수했고 때론 순수했고 때론 정교했다'고 해주셔서 문자를 받고 '와!'라고 소리를 질렀다"라며 웃었다.
진기주 본인의 평가는 어떨까. 그는 "잘 지켜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생각한 주여진이 맞게 잘 나왔다. 그래서 잘 지켜냈다는 건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래도 조금 자신감도 확신도 풀이 아니었다. 그런데 선배님의 문자로 많은 치유를 받았다"라며 웃었다. 이어 "엄마, 친구들한테 가족들한테 송강호 선배님 문자 받았다고 자랑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진기주는 작품을 준비하며 예민해지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성격인 것 같다.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편이다. 고민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게 신체 증상까지 발현된다. 조금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월이 지나면 안 그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는 "제 슬픈 루틴인데 촬영 전에 병원을 투어해서 증상이 나타났을 때 먹는 약을 받아 놓는다. 내과에 가서 30일치 약을 받아둔다. 위에 장애가 많이 온다. 늘, 매번 작품마다 그렇게 된다. 먹는 건 잘 먹는데 계속 속이 쓰리고 속이 뒤틀린다. 안 먹으면 그런 게 두배, 세배가 돼서 억지로라도 먹으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진기주는 과거 대학 입시 때도 내과에 수시로 갔음을 밝히며 약까지 먹으며 연기에 임한 과정이 마냥 고통스럽지는 않았음을 밝혔다.
더불어 진기주는 작품에 대해 "저하네는 연기 인생에서 너무 의미있는 순간이다. 제 삶 자체에서도 너무 행복하다. 제가 물론 약을 먹지만 건강하다. 많이 배우고 많이 뿌듯하다. 현장이 너무 좋았다. 내가 이렇게 프로페셔널 현장에 있는 것 자체도 좋았다. 같이 하는 동료들, 선배님들을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너무 소중한 순간, 너무 소중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상대 배우 변요한이 진기주에 대해 '침묵의 힘이 크고 듣는 귀가 좋은 친구'라고 평한 바. 진기주는 변요한에 대해 "정말 정말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느꼈다. 현장에서 내내. 다른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하다 못해 '점심 뭐 먹을까?'도 생각 안 하는 사람처럼 계속 '김산', 머릿속에 오로지 김산만 생각하는 열정적인 사람이었다"라고 평했다.
이어 "그렇다 보니까 감독님과 저와 이런저런 대화도 많이 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내는 배우였다. 현장에서의 제 모습이 캐릭터에 조금 물드는 경향이 있다. 수다스럽고 왈가닥 같은 캐릭터를 맡으면 평소 제 텐션은 조금 다른데 물든다"라며 "이번에 제가 주여진에 물드니까 겉모습은 차분하게 되더라. 차분하다가 변요한 배우가 어떤 아이디어를 줬을 때 피드백만 툭 주니까 그렇게 말한 것 같기도 하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한 "그런데 너무 열정적이라 온 몸을 바친다는 표현이 너무 그대로 사람이 된 느낌이다. 너무 자극 잘 받았다. 존경스러웠다"라고 덧붙였다.
김산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 주여진. 진기주는 "여러 느낌으로 촬영했다. 어떻게 보면 '라라랜드' 마지막 느낌을 주는 버전도 하고 그런 느낌을 다 뺀 느낌으로도 촬영했다. 그 때 현장에 안개비가 내려서 제 머리 곱슬기가 다 올라와 있었다. 안개비가 씬 분위기와 잘 맞아서 좋았다. 감독님이 어떤 걸 선택해서 드라마에 담아주셨는지 결과물로 봤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 옛날 연인을 바라보는 눈을 담지 않은 그 버전이 옳았다"라고 밝혔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연인 감정'을 많이 담고 싶었다"라고 한 진기주는 "그렇게 하면 여운이 길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는데 결과물은 다르더라. 방송보다 더 많이 담은 버전도 있었다. 애증에서 '애'를 조금 더 넣은 버전도. 제 욕심에는 그 버전을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옳았다"라고 평했다.
진기주는 "감독님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저는 '여진이가 왜 기자를 택해요?'라고 질문했다. 그 다음엔 '여진이가 혁신당을 이끌 수도 있잖아요'라고 했다. 당원 전체가 리더였던 아버지의 딸 여진이를 리더로 생각하고, 여진이가 혁신당을 이끌 수도 있지 않나 생각했다. 감독님이 조금 당황하신 기억이 있다. 정말 첫 만남이라 그런 말을 할 수 있던 것 같다. 촬영이 다 끝나고 이제는 그 질문을 떠올린 게 재미있다. 여진이 성격에 맞는 선택이다. 성정에 잘 맞는 선택. 야망 얘기 할 때 여진이가 다른 기타 인물들과 결이 비슷한 야망을 가졌다면 당수의 길을 택했을 거다. 그런데 여진이는 '나의 지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객관적으로 담기 위해서는 너무 여진이다운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여진이 같은 사람만 세상에 많다면 좋은 세상이 될 거라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여러 직업을 거쳐 '배우'를 선택한 진기주. 이제는 정착하게 됐을까. 그는 "그 때는 제 마음에 계속 다른 게 있어서 다른 걸 꺼내고 싶어서 여러 직업이 바뀌었다. 지금은 마음 속에 다른 직업이 들어온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유지가 될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는 "며칠 전에 든 생각인데, 이제는 조금 나와 연기가 점점 한 몸이 돼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기를 하는 삶이 하나가 돼가는 게 시작된다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완전 단추가 껴진 건 아니지만 첫 단추에 손이 닿은 느낌이었다. 연기랑 내가 하나가 돼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며칠 전이라 '삼식이 삼촌' 때문은 아니다. 다른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 동안은 나와 연기를 분리하는 '워라밸'을 지키려하는 쪽이었다면 최근엔 다음 작품 고민하고 준비하는 순간에 딱히 분리를 안 할 것 같았다. 연기가 많이 붙는 게 시작이 되는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여러 직업'의 대명사처럼 꼽히는 진기주. 그는 "여러 일을 거친 게 과거엔 두려움의 버튼이었다. 이걸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다양했는데, 다양한 와중에 부정의 시선이 비중이 컸다. 그래서 제 두려움의 버튼이었다. 그런데 '유퀴즈'를 계기로 부정의 비율이 줄고 긍정의 비율이 컸더라. 점점 더 긍정이기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게만 작용하는 것 같다. 저도 후회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반듯하고 단정한 이미지가 강한 것에 대해서도 "양면이 있지만 그런 캐릭터를 맡을 땐 강점이 된다. 일단 좋은 점만 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되게 악랄한 캐릭터도 하고 싶은데 제 과거 때문에 갇혀서 안 들어오는 건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건 좀 별도로 생각하고 싶다"라고 했다.
과거를 돌아보는 편일까. 진기주는 "보통 사람들이 얼마나 돌아보는 지 모르겠다. 안 돌아보진 않는다. 종종 생각한다. 전작들을 보진 않는다. 그 때 내가 적은 메모들을 보기도 한다. 고민을 적어놓는 습관이 있다. 고민하다가 제가 얻은 그날 그날의 깨달음 같은 걸 적어놓는 습관이 있는데 2018년, 2019년 내려가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보기는 한다"라고 말했다.
많은 직업을 거쳐 왜 배우에 정착했을까. 진기주는 "마음을 돌리지 않을 다짐은 시작하자 마자 배우긴 했다. 제가 조금 연기와 붙어간다는 느낌은 제가 9년인가 됐는데 한 가지 일을 했을 때 10년이 되면 사회적으로 인정을 해주는 세월이지 않나. 그 세월이 괜히 나온 세월이 아니라는 느낌을 저 스스로 받았다. 단순 세월 덕분인 것 같기도 한다"라고 했다.
'연기 10년'에 진기주가 바라는 것도 있을까. 그는 "사회적으로는 생각을 안 해봤다. 사회적으로 저를 어떻게 바라볼지는 생각을 안 해봤다. 단추 2~3개는 끼워보고 싶다. 제 데뷔 연수를 알게 된 것도 팬들이 편지를 써줄 때 구체적으로 숫자를 알게 되더라. 제가 체감하는 시간보다 숫자가 컸다. 훨씬 더 작은 연차였는데 단추 2~3개 정도는 훨씬 더 단단해지고, 그냥 제가 저의 일상을 하다가 연기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너무 당연하게 연기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라고 평했다.
작품을 둘러싸고 글로벌 성적이 아쉽다는 반응도 있던 터. 진기주는 "아쉬움이 있다면 글로벌로도 이 이야기를 더 많이 봐야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많이 보고 가상의 인물이지만 한국의 근현대사를 많이 보고, 가상 인물이지만 이 인물들의 치열함을 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들도 우리와는 달랐겠지만 역사라는 흐름 자체는 비슷하다. 그런 아쉬움은 있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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