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광주FC 감독이 패배 후 작심 발언을 터트렸다.
광주FC는 25일 오후 7시 30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9라운드에서 수원FC에 0-1로 패했다.
이로써 광주는 연패에 빠지며 7승 1무 11패, 승점 22로 6위에 머물렀다. 반면 홈 4연승을 질주한 수원FC는 9승 3무 7패, 승점 30으로 5위 자리를 지켰다. 동시에 2연패를 끊어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단 한 골이 양팀의 희비를 갈랐다. 후반 30분 정승원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이 수비에 맞고 굴절되면서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광주는 후반 들어 여러 차례 슈팅을 만들기도 했지만, 번번이 결정력 부족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정효 감독은 허망한 표정이었다. 그는 "많은 광주 팬분들이 와서 응원해 주셨다. 그 응원이 과분할 정도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못 뛰었다. 팬분들께 할 말이 없다. 어쨌든 그냥 경기를 했던 것 같다. 의미없는 축구를 한 것 같다. 오늘 경기를 통해 많은 걸 느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효 감독은 가감없이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느낀 점에 대해 묻자 "우리가 올해 몇 위를 할지 딱 예상이 된다. 많이 거품이 끼어있던 것 같다. 나도 우리 선수들도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 작년 3위가 기적이었다는 걸 알아야 할 것 같다. 우리 선수들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잘한 게 아니라 운이 좋아서 기적이 일어났던 것 같다"라며 거침없는 대답을 내놨다.
이어 이정효 감독은 "나는 예상이 된다. 구단도 선수도 좀 내려놓고, 잘 알면 좋겠다. 팬분들께도 죄송하지만, 좀 내려놓으시길 바란다. 작년은 기적이었다. 광주가 다시는 3위라는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없을지가 오늘 밝혀진 것 같다. 나부터 정신 좀 차리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정효 감독은 '다이렉트 강등'이라는 충격적인 말까지 꺼냈다. 그는 어떻게 다시 작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묻는 말에 "솔직히 쉽지 않다. 기적이 일어나서 다이렉트 강등만 피하면 좋겠다. 지금 우리 팀을 봤을 때는 여름 영입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선수들도 당연히 경기에 나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답했다.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깨진 듯한 모습이었다. 이정효 감독은 "선수들이 안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또 어린 선수들은 이적 관련 루머가 있다. 안타깝게도 팀에 대한 애착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오늘도 경기하면서 그런 부분을 많이 느꼈다"라고 말했다.
열정적인 모습도 버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정효 감독은 "내가 이렇게 많은 걸 짊어져야 하나 싶기도 하다. 나도 이제는 좀 내려놓고 싶다. 이젠 12시면 그만 집에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카페에 가서 새벽 3시, 4시까지 고생하는 게 우리 선수들에겐 과분한 것 같다. 앞으로는 나도 내 건강을 생각하면서 여유 있게 우리 선수들과 구단에게 맞춰보겠다"라고 전했다.
이번 경기 하나만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정효 감독은 "계속 경기를 치르다 보면 선수들에 대한 내 정립이랄까? 조금씩 힘을 못 내는 이유가 그런 부분에 있지 않나 싶다. 정말 위기인 것 같다. 일단 내가 많이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구단이나 선수들에게 바라는 점을 물어도 "바라는 건 없다"라는 싸늘한 답이 돌아왔다. 이정효 감독은 "지금 해왔던 대로 경기하면 된다.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감독이 뭐 이렇게 인터뷰를 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난 과분하다고 생각하다. 선수들에게 간이고 쓸개고, 쥐어짜서 가식적으로 얘기하기 보단 있는 대로 얘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 기적이 일어나면 다이렉트 강등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오프에 가서 극적으로 살아남는다면 선수들에게 축하한다고 전해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라커룸에선 어떤 대화를 나눌 생각일까. 이정효 감독은 "내가 선수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에너지를 줘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냥 잘 쉬고 오라고 하고 싶다. 내일 하루 쉰다. 오늘 여기서 해산하고 목요일에 만나서 제주전 똑같이 준비하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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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