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아니었다. 조던 픽포드(30, 에버튼)가 미리 준비한 '컨닝 페이퍼'의 힘으로 잉글랜드를 구해냈다.
잉글랜드는 7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뒤셀도르프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8강전에서 스위스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부진한 경기력을 딛고 2개 대회 연속으로 4강 진출을 일궈냈다. 스위스는 16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를 꺾고 올라왔으나 지난 대회 준우승팀 잉글랜드를 넘어서진 못했다. 이제 잉글랜드는 오는 11일 네덜란드와 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힘겨운 승리였다. 대회 내내 부진했던 잉글랜드는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이날도 잉글랜드가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잉글랜드와 스위스는 전반 45분 동안 유효 슈팅을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 기대 득점(xG)도 0.28 대 0.08에 불과했다.
후반 들어 오히려 스위스가 슈팅 숫자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선제골도 스위스가 터트렸다. 후반 30분 은도이가 골문 앞으로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브렐 엠볼로가 발을 갖다 대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위기의 잉글랜드. 부카요 사카가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후반 35분 우측에서 꺾어 들어온 뒤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반대편 골문 구석을 정확히 찔렀다. 양 팀은 정규시간을 1-1로 마치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연장에서도 더 이상 골은 나오지 않았다.
운명의 승부차기. 픽포드가 잉글랜드를 구했다. 그는 스위스의 1번 키커 마누엘 아칸지의 슈팅을 정확히 막아내며 포효했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잉글랜드는 5명의 키커가 모두 골망을 흔들며 최종 승자가 됐다. 사카도 완벽히 성공하며 4년 전 실축의 아픔을 씻어냈다.
잉글랜드의 4강 진출엔 픽포드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그는 경기 전 스위스 선수들의 페널티킥 습관을 분석했고, 물병에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할지 하나하나 적어뒀다.
그리고 픽포드는 '아칸지-왼쪽으로 다이빙'이라고 적어둔 대로 몸을 날려 선방하며 조국을 준결승으로 이끌었다. 단순한 행운이 아니었던 셈.
영국 '데일리 메일'은 "픽포드는 잉글랜드의 영웅이다. 그는 승부차기에서 물병 '컨닝 페이퍼'를 사용했다. 골키퍼의 숙제가 스위스를 막는 데 어떻게 도왔는가. 그는 메이저 대회 승부차기에서 14개 중 4개를 막았다"라며 "픽포드는 아칸지가 공을 차기도 전에 어디로 올지 알고 있었다. 그는 물병의 도움을 받아 결정적인 선방을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픽포드의 물병 컨닝 페이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전부터 같은 방법으로 여러 차례 선방쇼를 펼친 바 있다. 지난해는 제임스 매디슨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뒤 "내 숙제를 했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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