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에 이어 농구선수 허웅까지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이선균을 언급했다. 그러나 수사 기관이나 사법 당국의 방향이나 대중의 여론과 대척점에 선 논란의 주인공들이 고인을 함부로 언급해 비판을 자아내고 있다.
"제2의 이선균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기관에 신속하고 밀행적인 수사를 진행해주길 부탁했다".
지난달 26일 허웅의 법률대리인 김동형 변호사가 서울 강남경찰서에 공갈미수, 협박,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허웅의 전 여자친구 A씨와 공모한 B씨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소 사실을 보도자료로 공표하며 위와 같은 말을 덧붙인 것이다. 이 밖에도 허웅 측은 A씨가 이선균 협박범들과 같은 업소 출신이라는 주장까지 펼치며 고인을 재차 언급했다.
그보다 한 달여 전인 지난 5월 21일에는 가수 김호중의 법률대리인이 이선균을 언급했다. 이날 김호중이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음주운전 및 뺑소니 등의 혐의에 휩싸이며 피의자 신분으로 세 번째 조사를 받은 상황. 당시 그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현장에 운집한 취재진을 피해 귀가하겠다며 5시간 넘게 경찰서를 나서지 않겠다고 대치했다. 이를 두고 그의 법률대리인이 이선균을 언급하며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자 인권 보호를 강조한 것이다.
이선균은 지난해 12월 27일 세상을 떠났다. 그보다 앞서 같은 해 10월부터 고인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 향정 혐의로 입건돼 2개월 가량 강도 높은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세 차례 소환 과정에서 마약류 검사 모두 '음성'이 나온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고인의 마약 혐의를 주장한 여성들은 이선균이 협박 피해를 호소하며 신고한 인물들로 드러나 공분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 과정에서 고인의 신원은 언론에 대서 특필되는가 하면, 수사 정보를 담은 기록물이 언론에 유출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사망 전날까지도 고인에 대한 보도로 종편 뉴스들이 떠들썩했던 상황. 이에 사망 당일 서울 자택 인근 공원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인을 향해 추모와 애도가 쏟아졌다.
충격과 비통함 속에 장례가 끝난 뒤인 이듬해 1월, 봉준호 감독과 가수 윤종신 등 고인과 막역했던 대중문화예술인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냈다. 이를 통해 고인의 수사에 관한 정보가 최초 유출된 때부터 극단적 선택이 있기까지 2개월여 동안 경찰의 보안에 한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그로 인해 최근까지도 경찰 내부에서 해당 사건을 담당한 경찰과 이선균에 대한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인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던 상황. 지난 8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인천경찰청 소속 경찰관 A씨와 인천지검 수사관 B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또한 고인에 대한 수사 정보를 최초 보도한 언론사와 수사 정보가 담긴 기록을 보도한 기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함께 넘겼다.
이러한 비극이 여전히 대중의 뇌리에 선명한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호중에 이어 허웅까지 논란에 휩싸인 유명인사들의 조사 과정에서 걸핏하면 고인이 거론됐다. 끝나지 않은 고인을 향한 애도 분위기에 기대 자신들의 송사와 논란에 대한 동정심을 자극하려는 얄팍한 여론전 수싸움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들의 의도와 다르게 김호중과 허웅은 대중에게 '제2의 이선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협박 피해자에서 마약 피의자로 부지불식간에 전환됐던 이선균의 사례가 이들과 결코 동일선상에 놓일 수 없었기 때문. 음주 혐의는 제외됐다고 하더라도 도로 한복판에서 접촉사고를 내고 현장을 도주한 뒤 매니저에게 거짓 자수를 하게 했던 김호중이나 전 연인을 두 차례 임신중절 수술을 시킨 일로 격렬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허웅의 행적에 의도치 않은 수사 전환이나 정보 누출로 인한 피해는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허웅 측은 사건과 관련 없는 고인 언급에 대해 사과했다. 그마저도 김호중 측은 초호화 변호인단 교체 속에 공식적인 사과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제2의 이선균'을 운운하는 선례가 만들어짐에 따라 반복될 가능성을 남겨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선균이 떠난 지 1주기도 채 지나지 않은 가운데 여전히 한국 영화계에는 그의 족적이 남아있다. 고인의 첫 유작이 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렌스'(감독 김태곤)가 오는 12일 개봉을 앞두고 있고, 또 다른 영화 '행복의 나라'가 오는 8월 개봉될 예정이다. 자연히 대한 애도는 그의 작품이 잊힐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그의 최후를 괴롭게 만든 수사에 대한 처벌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 수사당국의 여론몰이로 떠난 피해자를 또 다른 여론전의 굿판으로 소환하는 파렴치한이 다시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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