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하우스에서 여유를 찾은 이영자, 옥탑방에서도 현실적인 낭만을 실현하는 구성환까지. 저마다의 규모로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스타들이 대중의 호감을 사고 있다.
배우 구성환은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약칭 나혼산)'에 연거푸 출연했다. 과거 절친한 배우 이주승의 친구로 '나 혼자 산다'에 함께 출연했던 데 이어 꾸준한 시청자 호평에 힘입어 단독 게스트로 최초 등장한 바. 폭발적인 호평을 얻자 다시 한 번 '나 혼자 산다'에 등장해 본격적으로 싱글 라이프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구저씨', '구형', '구씨' 등의 애정 어린 별명까지 얻은 구성환. 그를 향해 '나혼산' 멤버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가장 열광하는 부분은 가식 없는 소탈함이다. 구성환의 집은 한 눈에 보기에도 값비싼 신축 아파트라거나 고급 빌라의 펜트하우스는 아니다.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빌라의 옥탑방을 품은 꼭대기집에서 구성환은 오랜 자취 생활에서 비롯된 깔끔한 습관으로 정성스레 자신의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었다.
조기축구회에서 자주 볼 법한 축구선수 유니폼을 입고 옥탑방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맥주 한 잔에 '낭만'을 찾는 삶. 군살 없는 몸매를 위해 관리를 하기는 커녕 식사 후 노곤함에 곧바로 누워 식도염을 유발하는 허술한 행동. 구성환의 일거수일투족이 인간미라는 그만의 미장센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출연하는 수많은 작품에서 현실감과 몰입감을 선사하기 위해 배경 곳곳을 채우는 요소들이 구성환이 출연하는 '나혼산'에서 고스란히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구성환이 40대 중년 남성의 소탈한 싱글라이프로 공감대를 자극하고 있다면, 코미디언 이영자(본명 이유미)는 중년에도 여전히 소녀 감성을 잃지 않은 50대 여성의 삶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약칭 '전참시')에서 '먹교수'로 사랑받은 그는 다양한 게스트들이 '전참시'를 거쳐가는 사이에도 프로그램의 든든한 맏언니이자 큰누나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특히 이영자는 최근 방송된 '전참시'에서 '촌캉스' 안 부러울 시골 별장 같은 세컨하우스를 공개했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운치있는 시골의 양철지붕집에서 그는 마당을 마트 안 부러울 온갖 야채 가득한 정원으로 만들었다. 명품백 대신에 주방 인테리어로 '플렉스'를 했다는 그는 재료가 한눈에 보이는 쇼윈도 냉장고며 숯불구이까지 가능한 화구를 품은 아일랜드 식탁에서 자신과 매니저들을 위한 한 끼를 뚝딱 만들었다.
따지고 보면 세컨하우스 자체가 화려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성 예능인의 대표로 시대를 풍미해온 이영자인 바. 등록금을 위해 생선가게 일을 도우며 악착같이 사회 생활을 시작해 결혼도 않고 50대 중반에 이른 그에게 '5도 2촌'이 됐든 '4도 3촌'이 됐든 적어도 사치는 아니었다. 자식들 반찬은 꼭 해주고 싶다던 돌아가신 모친의 꿈까지 건설할 수 있는 드림하우스였을 뿐.
모기장 친 평상에서 일어나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채 팝스타 마일리 사이러스의 히트곡 '플라워(Flowers)'를 들으며 춤을 추며 일어나는 하루. 호스 물줄기 뿌린 버터헤드 양상추를 뜯어 입가심하는 전원생활은 흡사 영화 '리틀 포레스트' 부럽지 않았다. '희극인 이영자'가 아닌 '소녀 이유미'의 소망을 고스란히 구현한 그의 세컨하우스는 어떤 화려한 풀빌라 같은 별장이나 리조트가 아니어도 보는 이들에게 감성을 선사하기엔 충분했다.
과거 화려한 스타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비일비재하게 등장했을 무렵, 일말의 부족함 없이 잘만 사는 스타들의 일상을 두고 '나 혼자 산다'가 아닌 '나 혼자 잘 산다', '나만 잘 산다'와 같은 비꼬는 멸칭이 등장한 바 있다. 이는 화려한 스타의 현실과 그렇지 못하나 대중의 현실 사이 괴리감과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 만은 아니었다. 오직 화려한 도심 속 시티 라이프 만이 정답인 양 비추는 방송의 풍토에 대한 염증, 반감이 터져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트렌드는 다르다. 지난해 퇴직금까지 털어 '내 집 마련'을 했다는 MBC 아나운서 김대호 역시 인왕산 아래 붙은 옥상 있는 집 한 채를 자신 만의 취미로 가득 채워 가식 없는 삶으로 웃음을 선사했던 터다. 그에 이어 올해에는 구성환, 비교적 현실감 있는 세컨하우스의 이영자의 감성이 호평받는 모양새다.
여전히 유튜브에서 쏟아지고 있는 온갖 날것의 콘텐츠들 사이 도파민과 자극에 절여진 대중에게 '가식'은 금기와 같다. 실현 가능한 동시에 현실감 있는 인간미가 2024년 대중의 '추구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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