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김태곤 감독이 작품 비하인드를 전했다.
1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김태곤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메가폰을 잡은 '굿바이 싱글' 김태곤 감독과 제작을 맡은 쌍천만 '신과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을 필두로 한국 영화계 최고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했다 특히 지난해 치러진 제 76회 프랑스 칸 영화제에 초청, 그로부터 1년 만에 개봉을 앞둔 상황. 이와 관련해 김태곤 감독은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개봉 전에 칸 영화제에 초청받아서 좋은 기억도 있고. 아시다시피, 안타까운 일들도 있어서 여러 가지 마음이 공존하는 거 같다"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칸 영화제 상영 후 시간이 좀 있어서, 최대한 완성도를 높여보자 했다. 지금 시기에 관객들이 어떤 걸 선호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있었다. 칸에서 관객들을 처음 만난 거지 않나. 관객 입장에서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완성도를 높이려 했다. 관객들의 취향 반영 등이 있었다. 감정 과잉에 대해 불편해하는 시각들이 있는 거 같다. 그걸 많이 완화 시키고, 수정시켰다. 신파 등에 있어서 음악 역시도, 불편해하시는 것 같더라"라며 "주변부에 있던 캐릭터 간의 감정 과잉이라고 생각되는, 또 음악적으로 강조했던 부분을 완화했다. 수정하면서 지워진 장면도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코미디였던 '굿바이 싱글' 이후 재난 물이라는 상반된 장르에 도전하게 된 김 감독은 "안전한 선택이었다고 하면, 익숙한, 전에 했던 걸 할 수도 있었을 거다. 제가 연출자로서, 또 각본가로서 다른 도전을 하고 싶었다. 독립 영화를 보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다양한 소재나 장르를 했었다. 코미디 각본 제안이 많이 오기도 했는데, 그것보다는 진한 스릴러와 액션을 해보고 싶었다"라며 "원래는 초반에 썼을 때는 제목이 '사일런스'였다. 영화에서는 그렇게 자세히 소개는 안 되지만, 원래는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 목소리를 찾아가는 개로 소재를 잡았었다. 극 중 소리에 대한 부분들이 있어서 그렇게 제목을 차용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극 중 재난 못지않게 생존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11마리의 군사용 실험견 ‘에코’ 또한 전체 VFX의 한 축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김 감독은 "영화 찍기 전에 콘티를 가지고 영상화하는 작업을 한다. 그 작업을 통해 개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느 속도로 어디까지 가고 등을 대충 알게 됐는데, 100%는 구현을 못 한다. 그래서 굉장히 불안해했었고, 아쉬운 장면도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덱스터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최종 결과물 봤을 때는 대부분 만족했다"라며 "예전에도 개와 애가 나오는 영화를 찍었었다. 당시에는 재밌겠다 싶어서 구현하려 했었고, 원래는 실제로 강아지를 데리고 찍고 싶었다. 근데 실제 개들을 만나서 보니까 도저히 통제가 안 되겠고, 촬영을 못 하겠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도 어쨌든 (에코들의) 캐릭터의 관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부녀, 부부, 자매 관계도 넣었고, 반려견과 주인의 관계성을 맺으려 했다. 원래는 실제 개가 등장하면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거기서 보이는 귀여움도 다르지 않나. 근데 조박(주지훈 분)의 반려견 조디가 너무 똑똑했다. 견종도 믹스견인데, 조박이 어떤 특종 견종을 키울 거 같진 않았다. 그래서 택한 친구였는데, 너무 똑똑하고, 안개 낀 험악한 촬영장에서 되게 많이 위안이 됐었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재가 견종에 대해 많이 조사했다. 개에 대한 책만 5~6권 봤다. 관객들이 봤을 때처럼 무섭지만은 않았으면 했다. 감정이 느껴지면서 카리스마가 있는 느낌을 원했다. 다양하게 변주를 시켜서 각각의 캐릭터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그런 것들이 관객들이 무서운 존재였다가, 동정의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디자인을 완성 시켰다"라며 "에코 자체도 사실 피해자 아닌가. 얘도 중요한 캐릭터라서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2편에 대한 떡밥 같은 건 전혀 없었다"라고 귀띔해 눈길을 끌었다.
출연 배우 고 이선균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탈출'은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영화계와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기 때문. 김 감독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되게 조심스러웠다. 너무 조심스러운 분이기도 했다"라며 "최근 무대인사를 했을 때, 이미 다 보고 난 뒤에 인사드리는 거였는데, 저희가 들어가니 환호하고 손뼉을 치는 거다. 그때 '이거 너무 조심스러워하지 않아도 되겠다', 선균이 형도 그걸 바라겠다 싶었다. 어찌 됐든 이 영화를 많은 분들이 보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 싶었고, 그게 선균이 형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조심스레 소신을 전했다.
또한 이선균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굉장히 까다로운 분이시다. 이 얘기는 뭐냐면, 하나라도 대충 넘어가는 게 없으시다. 어찌 됐든 극 중 대교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 많은데, 구간마다 세팅과 동선이 다 달랐어야 해서 여기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했어야 했다. 그런 걸 하나하나 다 논의하고, 제가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게 있으면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셨다. 또 촬영에 들어가면 되게 열심히 하시는 분"이라며 "기억나는 것은, 극 후반부에 트레일러가 매달려 있는데, 원래는 살짝 얹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이게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완전히 세워서 와이어를 달아 기어 올라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걸 현장에서 설명해 드리면 두려워하거나 부정적일 수 있는데, ‘너무 좋다. 빨리 와이어 채우고 하자’고 해주시더라. 영화를 위한 어려움을 감수해 주셨다. 또 배우 간의 경쟁심도 있지 않나. 근데 그런 게 전혀 없으셨다"라고 추억했다.
더불어 이선균 유작으로 남긴 부담스러운 마음에 관해 묻자,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어찌 됐든 칸에서 먼저 상영하고 개봉까지 시간이 있어서 기회라고 생각했다. 완성도를 높여서 관객들이 더 만족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너무 과하게 갔을 때 관객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선균 사망) 그전에 만들어진 영화고, 작품을 오롯이 지키는 것이 선균이 형을 위한 거로 생각했다. 더 한 것도 덜 한 것도 없다. 애초에 계획하고 생각했던 대로 만들었다.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느끼는 부분은 영화 외적인 것과 결합하여 느껴지시는 것일 테니. 그건 각자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거로 생각한다. 영화 자체는 계획대로 만들어냈다"라고 부연했다.
쟁쟁한 경쟁작들과 함께 여름 극장가에 뛰어들게 된 '탈출'. 이와 관련한 부담감을 묻자 김 감독은 "부담감은 당연히 있다.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감독으로서 제작품을 많이 분들이 본다는 게 굉장히 큰 의미다. 몇만 명이고, 이런 건 아무도 모르는 거 같다. 항상, 계속, 매일매일, 저도 사이트에 쳐본다. 정신이 나갈 거 같더라. 어찌 됐든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저에게 주어진 것들을 열심히 해나가는 것들이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싶다"라고 겸허히 말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강시가 나오는 공포 코미디물을 준비하다가, 투자 같은 것이 힘들더라. 극장 관객 수가 줄어드는 만큼, 투자도 위축이 되었다. 지금은 OTT용 시리즈 드라마를 프리 단계 중이다. 재난 영화는 아니고, 크리처물이다. 거인이 등장하는 내용"이라며 "저는 일상적인 공간이나, 일상적인 현시점에서 이상하게 들어가서 일상이 바뀌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 같다. 지금 준비하는 작품도 그렇고, '탈출'도 그렇다. 공항을 가려면 건너야 하는 대교에서 사고가 일어나고, 안개가 끼고, 거기서 군사용 개라는 요소가 떨어졌을 때, 더 그 환경이 급변하게 되지 않나. 살아남기 위한 행동도 달라지고. 그런 면에서 '탈출'은 다른 재난 영화와 차이점이 있지 않나 싶다. 저는 (지금 결과물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사실 저번 주 금요일까지 후반작업을 했다. 최선을 다했으니, 관객들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관람을 당부했다.
한편 영화 ‘탈출’은 오는 12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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