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쿠쿠렐라(26, 첼시)가 성급하게 비판한 게리 네빌(49)에게 제대로 한 방 먹였다.
스페인은 15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결승전에서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꺾고 2-1로 승리, 우승에 성공했다.
이로써 스페인은 지난 2012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유로에서 우승했다. 동시에 통산 4번째 유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대회 최다 우승국으로 등극했다. 반면 잉글랜드는 두 대회 연속 준우승에 머무르며 1966년 이후 메이저 대회 무관 불명예를 이어가게 됐다.
이번 대회 스페인은 '무적 함대'로 불리기에 손색없었다. 유로 최초로 '7전 전승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했다.
결과만 챙긴 게 아니다. 경기력을 봐도 우승할 자격이 충분했다.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부터 이탈리아·크로아티아·알바니아와 함께 '죽음의 조'에 묶였지만, 실점 없이 3연승을 달렸다. 그리고 16강에서는 조지아를 4-1로 물리치며 기분 좋게 토너먼트를 시작했다.
스페인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8강에서는 연장 혈투 끝에 개최국 독일을 2-1로 눌렀다. 페드리가 부상으로 아웃되는 악재가 있었지만, 다니 올모가 빈자리를 완벽히 채워준 덕분에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스페인은 차례로 프랑스와 잉글랜드를 2-1로 제압하며 정상에 올랐다.
사실 스페인은 킬리안 음바페(프랑스)나 해리 케인, 주드 벨링엄(이상 잉글랜드)처럼 압도적인 스타는 없었다. 중원을 책임진 로드리 정도가 이견 없는 월드클래스였다. 하지만 2007년생 라민 야말과 2002년생 니코 윌리암스, 로뱅 르노르망, 올모 등 모든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스페인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네빌의 예상과는 정반대 결과다. 그는 대회 초반 영국 'ITV'에 패널로 출연했고 스페인이 우승할 수 없으리라 점쳤다. 그 이유는 바로 왼쪽 수비수 쿠쿠렐라의 존재였다.
네빌은 "쿠쿠렐라는 첼시에서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시즌이 끝날 무렵 몇 경기 뛰었을 뿐이다. 그는 공격적이고, 집요하고, 열심히 뛰는 작은 풀백이다. 이적료는 오늘날까지도 모두를 놀라게 한다"라며 "스페인 수비진은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가서 우승하기엔 부족한 느낌을 준다. 쿠쿠렐라가 그 좋은 사례"라고 콕 집어 비판했다.
하지만 쿠쿠렐라는 대회 내내 '레버쿠젠 무패우승의 주역' 알레한드로 그리말도를 밀어내고 주전 수비수로 뛰었다. 그는 엄청난 활동량과 오버래핑, 단단한 수비력으로 좌측면을 지배했다. 특히 결승전에선 정확한 땅볼 크로스로 미켈 오야르사발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네빌의 조국 잉글랜드를 침몰시켰다.
우승으로 증명한 쿠쿠렐라는 승자의 여유를 즐겼다. 그의 아내는 쿠쿠렐라가 트로피를 힘차게 들어 올리는 사진에 네빌을 태그하며 "오늘 밤 어땠어 네빌?"이라고 놀렸고, 쿠쿠렐라 역시 네빌의 발언을 공유하며 "네빌, 우리는 끝까지 갔다. 응원해줘서 고맙다"라고 받아쳤다. 그야말로 완벽한 복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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