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31, 바이에른 뮌헨)이 이번에도 '무관 저주'를 끊지 못했다. 결승전만 오면 발동되는 '새가슴'은 여전했다.
잉글랜드는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반면 잉글랜드는 두 대회 연속 준우승에 머무르며 역사상 첫 유로 제패의 꿈이 무산됐다. 지난 1966년 월드컵 우승 이후 메이저 대회 무관 기록도 깨지 못했다. 어느덧 58년째 트로피가 없는 잉글랜드다.
반면 스페인은 지난 2012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유로 정상에 올랐다. 동시에 통산 4번째 유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대회 최다 우승국으로 등극했다.
결승전만 봐도 우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기력이었다. 잉글랜드는 후반 2분 니코 윌리엄스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교체 투입한 콜 파머의 한 방으로 후반 27분 1-1 동점을 만들긴 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스페인에 밀렸고, 결국 후반 41분 미켈 오야르사발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으며 무너지고 말았다.
특히 케인은 또 결승전에서 부진하며 무관 탈출에 실패했다. 그는 패스 성공률 50%(5/10), 슈팅 1회, 경합 승률 28%(2/7)에 그쳤다. 주장이자 에이스임에도 불구하고 후반 16분 빠르게 교체된 이유다. 케인은 벤치에서 고개를 떨군 채 동료들의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케인은 "지금 우리 모두가 어떤 마음인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힘든 경기였다. 우리는 다시 경기에 뛰어들기 위해 잘했고, 고군분투했다. 늦은 실점은 정말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우리는 모든 토너먼트 경기에서 역전했다. 하지만 다음 단계를 밟지 못했고, 우승하지 못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린 전반에 고전했다. 공을 지킬 수 없었다. 후반이 더 좋았고, 골을 넣었다. 우리는 크로스에 당했고, 그게 결승전이다"라며 "기회를 놓쳤다. 결승전은 쉽게 오지 않는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너무 뼈아프다. 오래 남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케인은 모두가 인정하는 월드클래스 공격수지만, 아직도 우승 경험이 없다. 프리미어리그(PL) 2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 잉글랜드 리그컵 준우승, 유로 준우승 등 2위 기록만 가득하다.
특히 결승전만 가면 작아졌다. 케인은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치른 DFB-슈퍼컵까지 포함해 결승 무대를 6번 밟았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잉글랜드 현지 팬들이 그를 새가슴(bottler)라고 비난했던 이유다.
'에센셜리 스포츠'는 "케인은 결승전에서 몇 번이나 패배했을까? 안타깝게도 축구는 집으로 오지 않는다. 잉글랜드는 유로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패했다"라며 "정확히 케인은 총 6번의 결승전에서 졌다. 처음 2번의 패배는 토트넘 시절 카라바오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였고, 그다음은 2020 유로였다"라고 전했다.
심지어 케인은 지난해 트로피를 위해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했지만, 무관 탈출에 실패했다. DFB-슈퍼컵에선 라이프치히에 패했고, 분데스리가에선 무패 우승을 일궈낸 레버쿠젠에 우승을 내줬다. 리그 11연패를 자랑하던 바이에른 뮌헨은 귀신 같이 12년 만에 무관에 그쳤다.
이번에는 다를까 싶었지만, 역시나였다. 케인은 다시 한번 준우승에 머무르며 트로피를 지나쳐 가야만 했다.
영국 '더 선'은 "트로피 없는 케인은 정말 저주받은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잉글랜드 주장의 유로 2024 스탯은 그야말로 공포"라며 "지금 그는 정말 저주받은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케인의 트로피 도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가 실제로 우승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해야 한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손흥민의 응원도 통하지 않았다. 앞서 그는 "스페인은 이번 토너먼트에서 정말 엄청났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우승을 기원한다. 케인이 우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잉글랜드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라며 케인의 우승을 기원했지만, 소용없었다.
한편 케인은 이번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그는 총 3골을 기록하며 다니 올모(스페인), 자말 무시알라(독일), 코디 각포(네덜란드), 조르지 미카우타제(조지아), 이반 슈란츠(슬로바키아)와 공동 득점왕을 수상했다. 케인은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44골 12도움을 터트리며 유러피언 골든슈, UCL 득점왕,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싹쓸이했다. 하지만 트로피는 하나도 손에 넣지 못하며 또 한 번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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