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만큼 멋진 '스포츠 정신'이었다. '태권도 막내' 박태준(20, 경희대)이 다친 상대 선수를 부축하는 모습으로 박수를 받았다.
박태준은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를 상대로 기권승을 따냈다.
이로써 박태준은 대한민국 태권도 역사상 최초로 58kg급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날 전까지는 2012년 런던 대회 때 나온 이대훈(대전시청 코치)의 은메달이 최고 기록이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는 김태훈, 2021 도쿄 대회에선 장준이 잇따라 동메달을 차지했다.
동시에 박태준은 한국 태권도의 도쿄 '노골드'의 아픔을 깨끗이 씻어냈다. 무엇보다 16년 만에 남자 태권도에서 나온 금메달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2008년 베이징 대회 남자 68kg급 손태진, 남자 80kg 초과급 차동민 이후 끊어졌던 금맥을 다시 이은 박태준이다.
박태준은 첫 라운드부터 몸통 공격을 성공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라운드 종료 1분여를 남기고 마고메도프가 발차기 도중 왼쪽 정강이 통증을 호소한 것. 마고메도프는 휴식 뒤 돌아왔지만, 이미 흐름은 박태준 쪽으로 기울었다.
1라운드를 9-0으로 앞선 박태준. 그는 2라운드를 13-1로 압도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마고메도프는 경기 종료 1분여 전 다시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결국 기권을 선언, 박태준의 우승이 확정됐다.
다만 경기 도중 박태준을 향한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고통스러워하며 등을 돌린 마고메도프를 향한 공격이 지나치다고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박태준과 마고메도프는 멋진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박태준은 쓰러진 마고메도프에게 다가가 무릎 꿇고 상태를 살폈고, 이후로도 미안함을 표했다. 그는 포옹을 나눈 마고메도프가 매트에서 내려가길 기다린 뒤에야 태극기를 들고 공중돌기 세레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두 선수는 시상대에 오를 때도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박태준은 절뚝이는 마고메도프를 어깨동무해 부축하며 함께 시상대에 올랐다.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시상대를 내려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고메도프도 박태준에게 앙금을 품기는커녕 먼저 다가갔고, 어깨를 두르고 함께 웃으며 승자에게 축하를 보냈다. 우승을 놓친 아쉬움과 부상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며 은메달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박태준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다.
박태준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시합은 상대가 기권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배웠다"라며 비판에 선을 그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박태준은 믹스트존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통해 "심판이 '갈려'를 선언한 뒤에 차면 반칙이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공격하는 게 규칙"이라며 "심판이 '갈려를 선언하지 않아 공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경기에 집중하고 있어 관중 야유는 들리지 않았다"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박태준은 마고메도프와 사이에 대해선 "국제 대회 때 자주 보던 선수다. 알고 있던 선수여서 끝나고 대화했다. 미안하다고 전했다"라며 "마고메도프가 '격투기 종목이고 스포츠인 만큼 당연히 부딪힐 수 있다. 괜찮다'고 했다. 축하한다는 말도 해줬다"라고 밝혔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