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발언’을 쏟아낸 안세영(22, 삼성생명)의 구체적인 요구조건이 나왔다.
세계 1위 안세영은 5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랭킹 9위 허빙자오(중국)를 세트스코어 2-0(21-13, 21-1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의 기쁨은 잠시였다. 경기 후 안세영은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쉽게 나을 수 없었다. (협회에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대표팀과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협회를 저격했다.
안세영은 7일 인천공항에서 진행된 귀국기자회견에서 논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자제한 채 “협회, 소속팀과 말을 한 것이 없다. 정리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안세영의 구체적인 요구조건이 나왔다. 그는 논란이 됐던 배드민턴협회의 부상관리보다 개인후원과 연봉 등 금전적 대우에 대한 제도개선을 먼저 요구했다.
안세영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7년간 목표를 위해 많은 걸 참고 살았다. 협회가 따라오지 못하는 것에 답답함과 부당함을 느꼈다.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요넥스사의 지원을 받는 배드민턴협회는 ‘대표선수는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용품을 사용하고 동종업계 개인 후원 계약은 제한한다’는 내부규정을 두고 있다.
나이키와 개인광고 계약을 맺은 안세영은 파리올림픽에서 요넥스 용품만 사용했다. 안세영이 신발이 발에 맞지 않는다고 호소했지만 협회는 타 브랜드 신발 사용을 제한했다. 여기서 안세영의 불만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는 안세영이 금메달을 딴 뒤 그의 이미지를 활용한 광고를 게재했다.
협회가 세계적 선수로 성장한 안세영과 타협점을 찾기 위해서는 신발에 한해 개인후원계약을 풀어주는 방법이 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나이키에게 막대한 후원을 받지만 축구화에 한해서는 개인후원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대표팀 주장 손흥민 역시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고 뛴다.
안세영은 연봉에 관해서도 부당함을 토로했다. 현행 배드민턴협회 관리규정을 보면 ‘고졸신인은 7년간 계약을 유지해야 하고 계약금도 최고 1억을 초과할 수 없다. 고졸선수의 첫 해 연봉은 최고 5천만 원으로 제한되며 연봉의 연간 7% 이상 인상도 금지된다’고 돼 있다.
20대 초반에 이미 세계 정상에 오른 안세영은 충분히 부당함을 느낄 수 있는 적은 금액이다. 연맹은 이미 문제점을 인지하고 계약기간을 줄이고 계약금과 연봉상한액을 높이는 방식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안세영은 개인팀 자격으로 국제무대에서 한국대표로 뛰고 싶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협회는 7년 계약이 끝난 뒤에야 은퇴선수 자격으로 개인의 출전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협회가 안세영과 맺은 계약기간을 줄여줄지가 관건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