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앞서 ‘전국노래자랑’과 ‘역사저널 그날’ MC 교체로 비난을 받은 지 세 달 만에 광복절이 되자마자 기미가요를 틀고 태극기를 거꾸로 송출하는 등 대중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
학습 효과가 전혀 없는 KBS다. 그간 많은 방송사가 삼일절, 광복절 등 역사적 의미가 있는 국경일 때 많은 실수를 저질러 대중의 비난을 받았는데, ‘공영방송’인 KBS가 치명적인 실수를 연이어 저질렀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15일 광복절이 되자마자 편성해 방송한 ‘KBS 중계석’이었다. 기미가요와 기모노가 등장하는 ‘나비부인’을 방송한 것. 지난 6월 29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바 있는 ‘나비부인’ 촬영분이었다.
문제가 된 건 광복절에 기미가요와 기모노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방송했다는 것이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으로부터 우리의 주권을 되찾고 식민통치의 애환과 일제강점기의 비통함을 되새기며 광복의 기쁨과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기리는 이날 황당하게 왜색이 짙은 작품을 방영, 당연히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KBS는 ‘나비부인’ 중 주인공 남녀의 결혼식 장면에서 미국국가와 일본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된다는 걸 확인하며 “당초 6월 29일에 공연이 녹화되었고, 7월 말에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중계로 뒤로 밀리면서 광복절 새벽에 방송되게 됐다”라고 해명했다.
더불어 “바뀐 일정을 고려하여 방송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시의성은 적절한지 정확히 확인, 검토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로 뜻깊은 광복절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방송 경위를 진상 조사해 합당한 책임을 묻는 등 제작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 관련해서 오늘 밤 방송 예정이었던 ‘나비부인 2부’는 다른 공연 방송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결국 KBS 시청자 청원 홈페이지에 관련 청원글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가장 먼저 올라온 청원은 16일 오전 7시 기준 1만 6천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상황. KBS는 1000명이 넘는 시청자들의 동의를 받은 청원의 경우 반드시 답변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KBS 1TV는 광복절에 ‘제 79주년 광복절 경축식’ 생중계 직전 기상 예보를 전하며 태극기를 뒤집어 그린 인포그래픽으로 또 한 번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태극기의 사괘인 건·곤·감·리 중 '건'의 위치가 반대로 뒤집혔다. 이와 관련해 KBS 관계자는 “뉴스 프로그램의 날씨 코너에서 태극기 이미지 표출에 실수가 있음을 확인하고 즉시 수정했다"며 "'930뉴스'의 기상캐스터 출연 코너에서 배경 화면 일부에 태극기 이미지가 들어갔다. 그러나 태극기의 좌우가 반전돼 나가는 실수가 있었다. 인물이 태극기를 들고 있는 장면에 맞추기 위해 제작자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태극기 그림을 반전시킨 결과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를 확인한 즉시 태극기 이미지를 수정했으며, 뉴스홈페이지에서도 수정한 동영상을 다시 제공 드리고 있다”며 “이번 실수와 관련해 KBS는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제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광복절에 연이은 실수로 대중 신뢰가 바닥 친 KBS는 이미 앞서 ‘멋대로 MC 교체’로 대중의 비난을 받았던 바. ‘전국노래자랑’의 급작스러운 MC교체로 인한 시청자들의 반발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역사저널 그날’의 낙하산 MC 사태가 발생했던 것.
김신영은 2022년 6월 세상을 떠난 고(故) 송해의 후임으로, 그해 9월부터 ‘전국노래자랑’ 새 MC로 활약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7개월여 만인 지난 3월 김신영이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MC 교체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교체 이유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제작진도 당황할 정도로 일방적인 하차를 통보하는 것은 당사자에 대해서도, 시청자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전국노래자랑’ 측은 시청자 청원 답변을 통해 김신영의 MC 발탁 이후 화제성 증가와 달리 시청률이 하락했으며, 시청자 민원을 통해 프로그램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 5월에는 ‘역사저널 그날’ 낙하산 MC 사태가 벌어졌다. 2013년 첫 방송된 '역사저널 그날'은 올해 2월 445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당시 홈페이지에는 "2024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잠시 재단장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새로워진 모습으로 5월 중 인사 드리겠습니다"라는 공지가 게재됐지만, "종영안내"라는 제목으로 인해 새 시즌 개편인지 종영인지 혼란을 유발했던 바.
그리고 조수빈이 ‘역사저널 그날’에 낙하산으로 캐스팅됐다가 불발됐다는 보도가 등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역사저널 그날'의 개편 과정에 배우 한가인이 MC로 섭외됐지만 KBS 사측이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 미디어특위 위원 등을 지낸 전직 KBS 아나운서 조수빈을 MC로 밀어붙이려 했고, 무산되자 프로그램이 잠정 폐지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KBS PD 협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낙하산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도. 훈석 언론노조 KBS 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은 “갑자기 녹화 근무 3일 전에 MC를 바꾸라고 했다. 교체하려면 최소한 한달 전에는 이야기한다. 3일 전에 안되는 건 상식적이다. 그리고 이유가 없다. 유명 배우와 조수빈의 차이는 다 아실 거라 생각한다. 왜 최소한의 이유도 밝히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본부장을 제외한 모든 간부, 모든 PD가 조수빈이 들어온 걸 반대한다. 이 정도면 철회를 하는데 누구의 지시가 있고 명령이 있기에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납득이 안되는 건 조수빈이 출연하지 않겠다는 거다. 그러면 안하면 되는데 그 사람이 안 한다고 프로그램을 폐지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수빈 측은 진행자 섭외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KBS PD 협회 측은 “공식 섭외를 받은 적 없다며 유감을 표명한 조수빈에게 묻고 싶다. 왜 섭외를 받지도 않은 프로그램에 일정을 핑계로 출연 불가 통보를 했나. 이는 스스로 낙하산 MC임을 인정한 것 아닌가”라며 “‘역사저널 그날’을 살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그와 동시에 세월호 다큐 불방 등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계속 되는 부분에 그 배후를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조차 당황스러운 갑작스러운 MC 교체에 이어 광복절 대중의 공분을 산 KBS. 제 살 깎아 먹은 꼴이 됐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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