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민식이 배우라는 직업과 연기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17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는 배우 최민식이 출연해 ‘영화의 위기, 배우의 길’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손석희는 “코로나 이후 OTT 등의 요인으로 영화 역시 다른 방송계와 같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최민식 배우님을 모시고 영화의 위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고 입을 열었다.
첫 질문으로 손석희는 “‘파묘’가 올해 첫 천만 영화가 됐다. 배우는 내 영화가 천만을 돌파하면 뛸 듯이 기쁩니까? 의외로 담담하냐”고 물었고, 최민식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좋죠. 사실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무대인사를 가보면 관객들이 극장에 꽉 찬다. 그걸 보면 애정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손석희는 “영화 ‘파묘’가 반일 정서를 부추긴다는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최민식은 “우리의 아픈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논란이 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장재현 감독이 사전 조사를 하면서 독립기념관에 갔다가 김상덕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보며 울컥핶다고 하더라. 영화에 독립운동가 이야기가 나오니 그렇게 느낄수는 있지만, 그렇게 따지면 ‘명량’에 충무공 이순신이 나오는데 이것도 반일 영화냐”고 되물었다.
최민식은 스스로 느끼는 ‘극장’의 의미에 대해 “옛날에는 극장 앞에서 암표도 팔고 하지 않았나. 원래는 웃돈 얹어 벌던 사람들이 상영시간이 되면 제값에 판다. 그걸 기다렸다가 샀던 기억이 있다. 아무리 춥고 더워도 줄을 섰다. 참 설렜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도 거의 없고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고 학교를 싫어했는데 유일한 탈출구가 극장이었다. 처음에는 자려고 들어갔던 극장인데 어느 순간부터 영화를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촬영장에는 손석희, 최민식만 있던 게 아니었다. 최민식의 팬은 물론, 동국대 연영과 후배들도 방청석에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 “최민식으로 사는 기분이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의 롤모델로서 많은 기대를 받는다는 감각을 알고 싶다”는 후배의 궁금증에 최민식은 “죄송하지만, 저는 신경 쓰지 않는다. 배우로서 본보기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저는 제 일을 할 뿐이다. 나만 잘하자는 생각으로 한다. 남을 의식하면 허세가 들어가면서 비극이 오는 것 같다. 그렇게 본보기로 봐주신다는 일은 고마운 일이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최민식은 최근 OTT와 영화의 관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최민식은 “물론 OTT로 영화업계에 위기가 닥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는 러닝타임의 제약으로 축약해야 하는 면이 많다. 저는 항상 창작자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시간 제약을 벗어난 점은 좋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최민식은 꼭 해보고 싶은 역할에 대해 “장년의 멜로를 해보고 싶다. 옛날에 ‘죽어도 좋아’라고 노년 배우들이 실제로 출연한 영화가 있는데, 보고 뭉클했다”면서 “어느날 교통사고처럼 운명의 상대가 내 앞에 나타나면 어떡할지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 멜로 자체보다 인간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원하는 상대역도 있다고. 최민식은 “‘카지노’를 찍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배우 이혜영 씨와 하고 싶다. 연극 ‘햄릿’을 함께 한 동갑내기인데, 촬영장에서 만난 후에 참 반갑고 좋았다. 동갑이지만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손석희가 “이혜영 씨는 동의하냐”고 묻자 최민식은 “살빼고 오라더라. 그래서 거의 포기하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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