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모완일 감독이 신작에 대한 평가, 배우 캐스팅 비하인드, 그리고 입사 동기 나영석 PD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언급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모완일 감독 인터뷰가 진행됐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부부의 세계'의 모완일 감독이 선보이는 첫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으로, SLL 신인 작가 극본 공모전 수상작이며, 김윤석, 윤계상, 이정은, 고민시 등이 열연했다.
모완일 감독은 2001년 KBS에 들어가 드라마 연출을 시작했고, 스타 예능 PD 나영석, 신원호 등과 입사 동기다. KBS2 '드림하이2' '뷰티풀 마인드' 등을 만들고, 이후 JTBC로 이적해 '미스티', '부부의 세계'를 내놨다. 무엇보다 '부부의 세계'(2020)는 최고 시청률 28.4%(닐슨코리아 전국)를 기록하면서 JTBC 역대 시청률 1위에 등극한 바 있다.
지난주 작품 공개 직후 극찬부터 혹평까지 호불호 평가에 대해 "잘 됐는지 안 됐는지 모르겠다. 드라마 시청률처럼 딱 나오면 모르겠는데..."라며 "잘 되고 싶은 욕심이 많고, 잘 되면 얼마나 좋은지 안다. 속물적인 욕심이 많아서 떨린다"며 솔직한 심경을 공개했다.
이어 "만일에 흥행이 안 되면 와이프나 가족들한테는 '다음 번에 기회되면 더 잘해야지'라고 했다. 동시에 정말 너무 힘들 것 같다. 이 작품을 향한 애정이 너무 크다. 만드는 과정부터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든다. 못난 얘기 같고, '자기가 만들어놓고 저렇게 좋아할 수 있냐?' 싶겠지만, 배우들도 너무 사랑스럽고, 나한테만 잘해줬나? 싶을 정도로 연기도 잘해줬다. 스태프도 어떻게 이렇게 모였지? 할 정도로 너무 훌륭했다.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신인 작가와 의기투합한 모완일 감독은 "신인 작가님의 공모전 우수작인데, 작가님한테 왜 처음 쓰게 됐냐고 물었더니, 방송이 될 거라곤 생각 못했다고 하더라. 본인이 한 번도 시리즈물을 써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될까? 싶은 마음에 쭉 펼쳐본 작품이라고 했다"며 "그래서 이게 좀 달랐구나 느꼈다. 전통적인 관습에서 써 본 사람이 아니라, 방송에 나간다는 가정 없이 쓴 거라서 독특하게 나왔다. 되게 불친절하고, 사람들이 끝까지 따라오지 못하면 표현이 안될 텐데 걱정했지만, 작가님은 할 일을 다 했다. 사실 드라마로 만든다고 했을 때, 작가님이 '이게 방송이 된다고요? 방송이 되나요?' 하고 놀랐다"며 웃었다.
"본인 말처럼 '많이 불친절하다'는 얘기가 있다. 좀 더 쉽게 풀어줄 고민은 없었나?"라는 질문에 "처음부터 그 고민을 많이 했다. 근데 이걸 친절하게 바꾸면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전달하고픈 캐릭터 감정, 그들의 결론이 소위 말해서 편하게 보도록 단순하고 명확한 구조로 속도감 있게 하면 첫 진입은 좋은데 8부까지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의 종류가 다를 것"이라며 "그 판단은 초반부터 했다. 작가님과 내가 이 길을 선택했다. 여기서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있다. 물론 자막이 들어가고, 현재와 과거를 구분하기 위해 컬러가 바뀌면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하지 않았다. 이번 선택이 과욕이었다면, 내가 더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고 답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경찰 윤보민을 맡은 이정은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보면서 할리우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생각났다고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모완일 감독은 "그 작품 생각났다면 진짜 어마어마한 영광"이라며 "'그게 왜 생각날까?' 좀 더 생각해보면, 사이코패스와 그걸 쫓는 형사가 있지만 감정들이 되게 건조하고 푸석푸석하다. 그런 표현들을 하고 싶었다. 형사 보민의 느낌으로 봤을 땐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생각났을 것"이라고 했다.
작품 속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단연 고민시다. 극 중 깊은 숲속의 펜션 주인 영하(김윤석 분)를 찾아온 의문의 손님 성아(고민시 를)로 분해 열연했다. 사이코패스를 연상케하는 강렬한 캐릭터다.
모완일 감독은 "고민시 배우는 진짜 열심히 했다. 지금까지 본 배우들 중에서 노력의 양으로 보면 가장 큰 것 같다. 그냥 너무 애를 쓰면서까지 하고, 어느 순간에는 너무 잘하고 있는데 더 잘하려고 했다"며 "처음에는 '신인이라 그런가?' 했는데, 아니었다. 본인의 루틴이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못 버티더라. 존경한다. 무슨 일이든 저렇게 하면 안 될게 없는 것 같다. 그러면 실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배우로서 노하우가 있어서 저런 게 아니라 저렇게 열심히 하니까 되는 거다. 기가막히게 열심히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민시는 현재 tvN 예능 '서진이네2'에서 막내 직원이자 인턴으로 활약 중이다. 이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이미지와는 180도 달라 '갭'차이가 크다.
모완일 감독은 "저희는 고민시 배우를 귀하게 대했는데 '서진이네2'에서는 막대하더라.(웃음) 우리는 보살피고 금이야 옥이야 했는데 계속 인턴으로 이거 나르고..(웃음) 나영석 피디한테 뭐라고 하고 싶었다"고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정말 소중한 선물같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성하는 누가 해도 힘들 거고. 이 역할을 누가해도 현장에서 케어 하지 않으면 예민하고 힘들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근데도 밝게 웃으면서 하니까 모두가 사랑했다"며 "우리가 귀하게 대한 배우였는데 거기선 프로그램 90분 내내 일만 시키고 노는게 한 장면도 안 나왔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서진이네2' 나영석 피디에게 고민시를 잘 봐달라고 부탁은 안 했나?"라는 질문에 모완일 감독은 "(나영석 피디님은) 팬클럽도 있으시다. 너무 유명하셔서 내 전화는 안 받으실 것 같다. 내가 함부로 전화를 할 수 없다.(웃음) 진짜 대단하다. 일만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가장 의외의 등장은 아이돌 그룹 엑소의 찬열이다.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이유가 있었다. 찬열 배우가 예전에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출연했을 때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저 친구는 눈이 어른의 눈빛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몸은 어른인데 어린 아이의 눈빛을 가지고 있더라. 20년 전 성장을 멈춘 자신의 어린 시절 감정을 가지고 20년을 살아온 친구를 찾았다. 세상에서 20년을 살면 눈빛이 바뀐다. 찬열 배우가 좋게 말하면 순진한 눈빛을 가지고 있어서 그 눈빛 떄문에 섭외했다"고 말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이후 차기작을 준비 중인 모완일 감독은 "'내부자들' 드라마화 버전이다. 벌써 6년간의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고, 만화와 영화 두 개를 합쳐서 대본을 작업하는데 오래 걸린다. 점점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는데, 조만간 구체적인 뭔가 실행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지난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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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 '서진이네2'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