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영화 티켓값이 많이 올랐어요, 좀 내려야 해요". 배우 최민식의 작심 발언이 통한 것일까. '컬처데이'가 '컬처위크'로 확대됐다. 영화인들이 환영의 목소리를 내며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최민식이 최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게스트로 출연해 영화 티켓 가격에 대해 작심 발언을 남겼다. "극장 영화 티켓값이 많이 올랐다. 좀 내려야 한다"라고 말한 것. 그는 "지금 영화 티켓값이 1만 5000원이다. 그 정도 금액이라면 스트리밍 서비스로 여러 편의 영화를 보는 것이 더 낫지. 관객들이 발품 팔아 극장까지 가겠나.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갑자기 티켓값을 확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개인 SNS를 통해 "최민식이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상영해 주는 극장을 위해 출연료를 기부한 적이 있는가"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톱배우들의 출연료 인상 역시 갖은 논란을 자아냈던 상황. 여기에 극장 경영 논리를 위해 티켓값 인상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는 이병태 교수의 지적도 일면 호응을 얻으며 갑론을박을 자아냈다.
결국 논란의 시작은 영화 티켓 가격 '1만 5천원'이 적정한가 그 자체다. 진짜 한국 영화 티켓값은 비싼 것일까. 지난 2022년 영화진흥위원회가 밝힌 '영화티켓지수로 알아본 영화관람가격 적정성 점검'에 따르면 사실 한국 영화 티켓 가격은 GDP 상위 20개국들과 비교해 '평균' 그 자체였다. 경제 규모와 물가 등을 비교했을 때 특별히 높거나 낮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인 셈이다.
문제는 이를 향유하는 대중의 '체감물가'다. 코로나19로 인한 엔데믹 시기, 한국 티켓 가격은 마찬가지로 GDP 상위 20개국 국가들 중 두 번째로 가파르게 올랐다. 티켓 가격 상승률 1위인 인도의 30%에 비하면 크게 밑돌았으나, 이전 국내 수준에 비하면 18.1%까지 올랐다고. 코로나19 이전 영화 티켓 가격에 비해 20% 가까이 오른 것이다.
물론 영화 한 편의 제작 비용도 그에 못지 않게 상승했다. 최저시급 인상과 노동환경 개선으로 인한 스태프 인건비부터 시작해 톱스타 출연료 등 모든 제작 비용은 크게 올랐다. 콘텐츠 제작 비용이 올라간 만큼 판매 가격 또한 올라가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 그러나 'OTT'라는 비교적 싼값의 대체제가 이미 있던 것이 패착이 됐다. 극장과 OTT 영화와 시리즈 사이 산업적으로 '대중'이라는 동일한 소비자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이제는 극장이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 중이다.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 CGV가 곧바로 문화가 있는 날, 일명 컬처데이를 당장 이달부터 '컬처위크'로 확대한 것. 영화인연대는 곧바로 환영했다. 동시에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정기적인 확대를 요청했다. CGV 뿐만 아니라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대형 멀티플렉스 모두를 향한 호소다.
할인 만이 전부는 아니다. 동시에 극장들은 특별상영관에 대한 확장을 시도 중이다. 체험의 영역은 야구와 전시 같은 오프라인 콘텐츠로, 안락한 감상을 안방에서 TV나 N스크린으로 보는 OTT에게 빼앗겼다면 그 사이 중간지대로 체험형 극장, 특별 상영관으로 다양한 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싱어롱관, 각종 테마 상영관 등이 그 예다.
갑론을박을 야기한 최민식의 쓴소리는 다행스럽게도 소모적인 가십성 발언에 그치지 않았다. 영화계 어른이라 불릴 만 했던 그의 일침이 관객들에게 닿고 있다. 적어도 한국 영화 산업이 마냥 고여있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 반갑다. 막혀있던 영화의 흐름이 영화((榮華)롭게 다시 흐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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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CGV 제공,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