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 모하메드 살라(32)가 리버풀과 계약 만료를 1년 남겨두고 이별 가능성을 암시했다. 손흥민(32) 재계약을 질질 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도 잘 들어야 할 이야기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2일(이하 한국시간) "살라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득점한 뒤 리버풀에서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는 리버풀에서 미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라고 보도했다.
살라는 리버풀을 넘어 프리미어리그(PL)를 대표하는 월드클래스 공격수다. 그는 지난 2014년 첼시에 입단하며 PL 무대에 발을 내디뎠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려 금방 이탈리아 세리에 A로 떠났다. 그는 피오렌티나와 AS 로마 임대를 거쳐 2016년 로마로 완전 이적했다.
살라는 이탈리아에서 두 시즌 동안 34골 20도움을 올리며 재능을 꽃피웠고, 리빌딩 중이던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2017년 붉은 유니폼을 입으며 잉글랜드 무대로 복귀했다.
클롭 감독의 안목은 정확했다. 살라는 리버풀에 합류하자마자 최고의 선수로 도약했고, 폭발적인 드리블과 단단한 피지컬, 득점력, 연계 능력까지 모두 갖춘 완성형 공격수로 성장했다.
리버풀 통산 성적은 352경기 214골 92도움. 지난 시즌까지 7시즌 연속 20골 이상을 터트리며 리버풀의 전설이 된 살라다. PL 득점왕만 무려 세 차례 차지했다. 리버풀의 오랜 숙원이었던 PL 우승을 비롯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FA컵, 리그컵 우승도 모두 일궈냈다.
다만 안필드에서 미래는 불확실하다. 살라의 계약 기간은 2025년 여름까지로 이번 시즌이 끝나면 만료된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알 이티하드가 거액의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던 만큼 리버풀이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인다면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리버풀은 지난해 여름 1억 파운드(약 1760억 원)가 넘는 알 이티하드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약 조짐이 보이지 않자 살라도 공개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2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리버풀의 3-0 대승을 이끈 뒤 리버풀과 작별 가능성을 시사했다.
살라는 "난 여름을 잘 보냈다. 이번 시즌이 리버풀에서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에 긍정적이려고 노력했다"라며 "난 그저 즐기고 싶을 뿐이다. (계약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다. 자유롭게 축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에둘러 답답함을 표했다.
이어 살라는 "경기에 나오면서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클럽에서 아무도 내게 계약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래. 난 마지막 시즌을 뛰고 있어'라고 생각했다. 시즌이 끝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겠다"라며 "지금으로서는 리버풀에서 치르는 마지막 올드 트래포드 경기일 것 같다.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아무도 구단과 계약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켜보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단 아르네 슬롯 리버풀 감독은 말을 아꼈다. 그는 살라의 발언에 관해 "많은 '만약'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 이 순간 살라는 우리의 일원이고, 나는 정말 행복하다. 그는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라며 "선수들 계약에 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살라가 오늘 얼마나 잘했는지는 몇 시간도 얘기할 수 있다"라고만 얘기했다.
이러다가는 살라의 충격적인 이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상황. 그럼에도 '리버풀 전설' 제이미 캐러거는 살라의 잔류를 굳게 믿고 있다. 그는 "난 살라가 다음 시즌 사우디행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너무 잘한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세계 최고 수준 팀에서 뛰고 있다"라며 "살라가 다음 시즌 리버풀에서 뛰지 않는다면 매우 놀랄 것이다. 그는 클럽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살라도 리버풀과 재계약을 원하는 눈치다. 스카이 스포츠 소속 멜리사 레디는 "살라는 클럽이 새로운 계약을 제안하도록 더 세게 압박했다. 그는 안필드에 남아있길 선호한다. 살라는 아직 이적을 고려하지 않았고, 아직 몇 년 더 최고 수준으로 뛸 수 있다고 느낀다"라며 "살라의 입장은 새로운 조건을 놓고 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대한 세부 사항"이라고 밝혔다.
맨유 출신 로이 킨 역시 "살라는 (계약을) 통제하고 있다. 구단이 선수들이 31살, 32살이 되면 계약을 멈추는 정책을 갖고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살라는 그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결정할 것"이라며 "리버풀은 분명히 계약을 제안해야 할 것이다. 살라는 팀의 주요 선수"라고 강조했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손흥민과 살라다. 손흥민 역시 이번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과 계약이 만료된다. 그는 지난 2021년 4년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2024-2025시즌까지 토트넘에 미래를 맡겼다. '디 애슬레틱' 등에 따르면 토트넘 측에서 1년 연장 옵션을 갖고 있지만, 아직 아무 얘기도 나오지 않았다.
손흥민도 토트넘과 재계약 협상은 감감무소식이다. 그는 지난 6월 A매치 중국전 이후 "지금으로선 딱히 이야기 드릴 것이 없다. 구단과 재계약에 대해 오고 간 이야기가 전혀 없다. 계속 보도가 나와서 불편한 상황인 건 사실"이라며 "난 항상 토트넘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언제나 토트넘에 우승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라고 잔류 의사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3일 바이에른 뮌헨과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를 마친 뒤에도 "아직 구단에 소속돼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굳이 더 드릴 말씀은 없다. 앞날은 예측할 수 없다. 항상 주어진 위치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상황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손흥민과 살라는 지난 2021-2022시즌 나란히 PL 23골을 기록하며 공동 득점왕에 올랐던 1992년생 동갑내기다. 둘 다 지난 몇 년간 팀의 에이스로 활약해 왔지만, 이제는 이별과 재계약의 기로에 서게 됐다. 토트넘과 리버풀은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까.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