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감독 때문에"...홍명보의 한 가지 부탁 "선수들은 그냥 응원해주시길"[오!쎈 인터뷰]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9.08 07: 01

"선수들은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비난은 감독이 받으면 된다."
홍명보 감독이 자신은 비판하더라도 선수들에겐 힘을 불어넣어 달라고 이야기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 맞대결을 치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 7일(현지시간) 오만 씨브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가졌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훈련 전 한국 홍명보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9.07 / rumi@osen.co.kr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가 진행됐다.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다시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의 10년 만에 A매치 복귀 무대로 한국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도전한다.후반 한국 홍명보 감독이 경기를 주시하고 있다. 2024.09.05 / rumi@osen.co.kr

대표팀은 지난 5일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상대는 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이었지만,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후반 막판 손흥민이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까지 제치고 강력한 슈팅을 날렸지만, 야속하게도 공은 골대를 강타하고 나왔다. 끝내 팔레스타인 골문을 열지 못한 한국은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대표팀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오만으로 이동했다. 홍명보호는 현지 시각으로 7일 오후 12시경 무스카트 공항을 통해 오만 땅을 밟았다. 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서 팬들의 환대를 받으며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약 15시간 만이었다. 
이날 무스카트 공항에선 주오만 대사와 오만한인회 인원 등 20여 명이 대표팀을 맞이했다. 홍명보 감독은 꽃다발까지 받았다. 그가 나타나자 박수 세례와 함께 "화이팅입니다", "환영합니다" 등의 응원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연한 표정이던 홍명보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 7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 공항에 도착했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후 11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 대한민국 홍명보 감독이 오만 한인회의 축하를 받으며 공항을 나서고 있다. 2024.09.07 / rumi@osen.co.kr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 7일(현지시간) 오만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가졌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한국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주시하고 있다. 2024.09.07 / rumi@osen.co.kr
대표팀은 숨 돌릴 틈도 없이 현지 적응에 나섰다. 선수단은 숙소로 이동해 짧은 휴식을 취한 뒤 현지 시각으로 오후 6시부터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훈련에 앞서 홍명보 감독과 만났다. 그에게 오만은 잊을 수 없는 땅이기도 하다.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가 시작한 곳이 바로 오만이기 때문. 
지난 2012년 2월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던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무스카트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오만을 3-0으로 제압했다. 그 덕분에 한국은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고, 이는 추후 동메달로 이어졌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승리 후 선수들의 헹가래까지 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어느덧 12년이 흘렀지만, 홍명보 감독은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헹가래는 기억 나지 않는다면서도 당시 경기장이 이날 훈련을 진행한 알 시브 스타디움이라고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홍명보 감독은 "아무래도 오만이란 곳은 낯설다. 하지만 이렇게 예전에 좋은 기운이 있는 곳으로 오니 나쁘진 않다"라며 웃었다.
아쉽다, 골대 강타. 손흥민(32, 토트넘)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면서 한국의 3차 예선 첫 경기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러 0-0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종료 후 김민재가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9.05 / soul1014@osen.co.kr
아쉽다, 골대 강타. 손흥민(32, 토트넘)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면서 한국의 3차 예선 첫 경기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러 0-0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 앞서 홍명보 감독이 경기장으로 나서고 있다.  2024.09.05 / soul1014@osen.co.kr
다시 한번 오만을 꺾고 웃기 위해선 팔레스타인전 충격을 빨리 털어내야 한다. 다행히 선수들도 현지 교민들의 환영 덕분인지 공항에 들어서는 얼굴은 밝았다. 다소 굳은 표정이었던 김민재도 팬들의 사인 요청에 정성껏 응하며 미소를 지었다. 팔레스타인전이 끝난 뒤 관중석으로 다가가 야유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던 그이기에 더욱 반가운 모습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김민재 이야기가 나오자 "나도 김민재 일을 나중에 봤다. 우리 선수들이야 항상 국가대표로서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뛴다. 또 내가 아는 김민재는 항상 팬들에게 감사할 줄 알고 응원이 힘이 된다고 하는 선수"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어떻게 보면 감독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은 그냥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감독은 충분히 비난할 수 있다. 그래도 선수들은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비난은 감독이 받으면 된다"라며 선수들에게는 응원만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야유를 들은 홍명보 감독 본인의 심경은 어땠을까. 그는 "결과가 좀 아쉽다. 어쨌건 최종예선이고 결과를 내야 하는 시기다. 특히 후반엔 찬스도 여러 번 있었는데 승점을 가져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아무래도 첫 경기였고, 유럽파 선수들은 하루 훈련하고 바로 경기를 뛰었다. 피곤함이 눈에 보이기도 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으로서도 낯선 일. 그는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까 당황스러움이 없진 않았다. 다만 밖의 일은 밖의 일이다. 경기장 안에서는 우리 선수들을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 어차피 선수들은 경기를 해야 한다. 거기까지 연결하기보다는 선수들이 조금 잘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거듭 부탁했다.
[OSEN=서울월드컵경기장, 박준형]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가 진행됐다.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다시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의 10년 만에 A매치 복귀 무대로 한국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도전한다.후반 이강인이 골찬스 놓친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4.09.04 / soul1014@osen.co.kr
[OSEN=서울월드컵경기장, 박준형]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가 진행됐다.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다시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의 10년 만에 A매치 복귀 무대로 한국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도전한다.경기종료 후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4.09.04 / soul1014@osen.co.kr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도 대표팀을 도와주지 않았다. 구역마다 잔디 색이 다르고, 경기 도중 잔디가 패일 정도였다. 당연히 정확한 패스를 주고받기 어려웠고, 공간이 있어도 빠르게 치고 나가기 힘들었다. 선수들은 경기 후 잔디 탓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으나 잔디가 마이너스였던 점만큼은 분명하다.
이번 오만전이 열릴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 역시 잔디 상태가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 홍명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테크닉이 이렇게 좋다. 그 실력을 발휘하려면 아무래도 그라운드 환경이 좋으면 더 낫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내부에서도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 홍명보 감독은 "우리 선수들 경기력이 잘 나올 수 있는 곳이 제일 좋다. 월드컵 3차 예선이고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이기 때문에 상암에서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잔디가 저렇게 된다고 하면 경기력에도 좋지 않다. 협회에서도 한번 고민해볼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래도 후반 경기력은 전반보다 좋았다. 그 이유를 묻자 홍명보 감독은 "전반에는 다들 공을 받으러 내려오다 보니까 전방 숫자가 부족했다. 선수들이 공을 소유하는 가장 큰 목적이 뭔지 알면 좋겠다. 바로 우리가 얼만큼 원하는 형태의 경기를 하느냐, 얼마나 의도대로 만들어 가느냐"라며 "안정적으로 공을 돌리기만 해서는 밀집 수비를 깨기 힘들다. 이런 경기를 많이 해봐서 안다. 빠른 반대 전환 없이는 뚫기 어렵다. 그러다 보면 역습 한 방에 당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 7일(현지시간) 오만 씨브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가졌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훈련 전 한국 홍명보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9.07 / rumi@osen.co.kr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 7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 씨브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가졌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훈련 전 한국 홍명보 감독이 취재진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9.07 / rumi@osen.co.kr
오만전 승리로 처진 분위기를 뒤집어야 하는 홍명보호. 홍명보 감독은 "응집력, 결속력이 가장 중요하다. 주변 환경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다. 지난 경기의 경기장 분위기나 흐름, 선수들 생각이 다음 경기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 전부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면서도 "다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감독 역할이다. 선수들도 너무 불필요하게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해서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힘줘 말했다.
'오만 쇼크'도 잊어선 안 된다. 한국은 마지막 오만 원정이었던 2003년 10월 아시안컵 예선에서 후반에만 3실점하며 1-3으로 역전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홍명보 감독은 "(오만에) 개인기 있는 선수들이 있다. 최종 예선은 기회를 한 번 내주면 위험하다. 90분 동안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진 모르겠지만, 내려선다고 하면 우리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남은 시간 그런 훈련을 하려 한다. 팔레스타인은 시간이 부족했다. 후반에 좋아진 부분을 유지하면서 준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 7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후 11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 대한민국 손흥민이 공항을 나서고 있다. 2024.09.07 / rumi@osen.co.kr
주축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도 고민이다. 홍명보 감독은 "유럽파 선수들은 3일날 (한국에) 도착했다. 비행기로 13시간, 15시간을 이동했다. 그러고 또 오만까지 왔다. 체력 관리나 시차 적응이 굉장히 힘들다. 팔레스타인전도 완벽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이번엔 전체적으로 지난 경기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해결사 역할을 해주던 이강인과 손흥민도 한 차례씩 좋은 기회를 놓치는 모습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체력이 집중력으로 이어지고 하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영향은 있었다. 그런 걸 놓치는 선수들이 아니다"라며 "경기를 마친 뒤엔 전체적으로 결과는 아쉬웠지만, 선수들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다음 경기가 있으니 잘 준비하자고 했다. 특별히 누구에게 얘기하진 않았다"라고 전했다.
지난 경기와 달리 오만전에선 라인업에도 다소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홍명보 감독은 "조금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 선수단은 몇 년 동안 같이 했고, 난 이제 훈련을 하루 같이 했다. 선수들이 잘해왔던 걸 잘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전반엔 모습이 잘 나오지 않았다. 후반에 변화를 준 게 어느 정도 잘 이어졌다. 남은 이틀간 잘 수정해서 준비하겠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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