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후회된 적도 많았다. '홍 감독님과 함께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컸다."
오세훈(25, 마치다 젤비아)이 2년 전 자신이 떠났던 홍명보 감독 앞에서 헌신적인 플레이로 답하겠다고 다짐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현지 시각으로 8일 오후 6시 오만 시브의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오만전 대비 훈련을 진행했다.
한국은 오는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 맞대결을 치른다.
첫 승리를 꿈꾸고 있는 홍명보호다. 한국은 지난 5일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상대는 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이었지만,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훼손된 잔디도 도와주지 않았으나 한국의 결정력과 경기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후반 막판 손흥민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대를 때리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대표팀은 아쉬워할 틈도 없이 오만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5시간에 달하는 고된 여정 끝에 현지 시각으로 7일 오후 12시경 무스카트 공항에 들어서며 오만 땅을 밟았다. 그리고 숙소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알 시브 스타디움으로 이동해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선수단은 극심한 피로에도 불구하고 웃음꽃을 피우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두 번째 훈련을 앞두고 공격수 오세훈이 취재진과 만났다. 그는 지난 6월 김도훈 임시 감독의 부름을 받아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이번에도 대표팀 승선에 성공했다. 오세훈은 팔레스타인전에선 후반 시작과 동시에 주민규 대신 투입돼 최전방을 책임졌다.
이제 A매치 데뷔골을 겨냥하는 오세훈. 그는 "하루 잤는데 너무 푹 잤다. 아침에 제때 잘 일어났다. 시차 적응은 딱히 힘든 건 없다. 컨디션도 너무 편하게 잘 왔다. 그렇게 힘들지 않다"라고 몸 상태를 설명했다.
오세훈은 지난 2022년 울산 HD를 떠나 일본 J리그 시미즈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벤치를 지킬 때가 많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이번 시즌부터는 마치다 임대를 통해 다시 날개를 펼치고 있다.
오세훈은 일본 생활을 통해 어떤 점이 가장 발전했냐는 질문에 "3년 차인데 지난 2년은 사실 많이 뛰지 못했다. 그래도 경기 외적으로 혼자서 많이 생각하고 연구하면서 발전했다. 축구를 떠나서 인생이나 삶에 대한 걸 많이 배웠다"라고 답했다.
일본행이 후회되진 않았을까. 오세훈은 "되돌아보면 홍명보 감독님과 더 함께했으면 더 성장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물론 결과론적이지만, 너무 후회된 적도 많았다. '홍 감독님과 함께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가장 컸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래도 마치다에서는 공격 포인트도 올리며 부활 중인 오세훈이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경기를 못 뛰는 상황에서도 여러 면에서 많이 배웠다. 내려가는 시점에서 다시 올라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에서 홍명보 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오세훈은 "개인적으로 미팅을 통해 해주신 말씀은 없다. 내가 너무나도 죄송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백 마디 말보단 경기장에서 한 번 더 뛰고 한 번 더 열심히 하고 한 번 더 희생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게 좋은 대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사실 오세훈은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고 가장 먼저 체크한 선수였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직후 일본으로 날아가 그의 경기를 조용히 지켜봤다. 오세훈은 "나도 경기가 끝나고 나중에 알게 됐다. 감독님이 왔다 가셨다는 걸 듣고 계속 그 경기를 되새겼다.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해 너무나도 아쉬웠다"라고 밝혔다.
현재 홍명보호는 득점이 시급한 상황. 혈을 뚫어줘야 하는 공격수로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세훈은 "부담이라기보다는 팀이 이기는 걸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팀이 이기려면 스트라이커가 골을 넣어야 한다. 내가 넣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준비 중이다. 이런 준비가 잘 마무리되면 꼭 득점을 통해 이길 수 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라고 힘줘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팔레스타인전에서 첫 번째 교체 카드로 오세훈을 택했다. 오세훈은 "중앙에서 볼 키핑이나 연결고리 역할, 그리고 마무리에 들어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비록 골을 넣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성공했고 어느 정도는 실패했다.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라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여전히 마음의 짐이 있는 오세훈으로선 본인이 직접 '홍명보호 1호 골'을 넣는다면 그만큼 좋은 대답이 없다. 그는 좋은 예감이 드냐는 물음에 "물론 좋다. 자신감도 있다. 여러 면으로 책임감도 있다. 하지만 골보다는 승리가 먼저다. 만약 골 찬스가 있더라도 옆에 동료가 있으면 내줄 만큼 신뢰도 있다. 일단은 승리가 가장 우선"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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