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이선균의 얼굴 하나가 엄청난 설득력을 지녔다", "우린 이선균을 믿는다". 배우 고(故) 이선균은 여전히 영화계에서 '고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지난 2일 개막한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약칭 부국제, BIFF)에서는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이선균을 추모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이 마련됐다. 이에 영화 '파주',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기생충', '행복의 나라'를 비롯해 드라마 '나의 아저씨'까지 이선균의 생전 대표 출연작 6편과 스페셜 토크 행사가 열렸다. 이 밖에도 이선균은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가운데 다양한 영화, 드라마를 넘나드는 한국 대중영상산업 종사자들이 이선균을 기렸다. 먼저 개막식 다음날인 지난 3일에는 영화 '끝까지 간다'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과 극 중 이선균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조진웅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고인을 추모했다.
지난 2014년 공개된 영화 '끝까지 간다'는 이선균이 영화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호평받은 작품이다. 그는 극 중 사고를 내고 완벽한 은폐를 꿈꿨다가 위기에 몰리는 형사 고건수 역을 맡아 그를 위협하는 빌런 박창민과 박진감 넘치는 대립각으로 긴장감을 자아냈다.
특히 김성훈 감독은 이선균에 대해 "주인공 고건수가 본성을 떠나서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좋은 친구는 아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2시간 동안 주인공을 보면서 응원하고 연민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를 시나리오의 여러 페이지를 통해서 설득시키는 게 낭비로 다가올 때가 있다. 면죄부의 타당성을 주는 객관적인 이유보다 이선균의 얼굴 하나가 엄청난 설득력을 지닌다고 생각했다"라고 회상했다.
또한 조진웅은 "이선균 형은 웃는 게 매력적이다. 이를 보면 지나온 삶을 다 이야기할 수 있다. 아끼는 동생이나 후배들을 만날 때 하는 제스처가 있다. 되게 심장 속까지 건드리는 손길이다. 정말 좋은 형이다. 계속 기억할 것"이라며 눈물까지 보여 이선균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4일 오후에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우너석 감독과 이선균과 함께 출연한 배우 박호산, 송새벽이 고인에 대해 추모했다. 지난 2018년 방송된 '나의 아저씨'는 지금까지도 많은 시청자들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선균은 이 가운데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이자, 거친 삶을 살아온 여성 지안(아이유 분)과 서로를 이해하며 치유받는 동훈 역을 맡아 타이틀 롤로 열연했다. 박호산은 동훈의 형 상훈, 송새벽이 동생 기훈을 맡아 삼형제로 호평받았다.
드라마 촬영으로 인해 이선균의 빈소를 찾지 못했다던 김원석 감독은 '고운 사람, 이선균'에 대해 "이 행사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선균이 왜 죽었는지, 그리고 이선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기억하는 행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여긴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고인의 생전 강도 높게 진행됐던 수사와 여론몰이 등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당시 이선균은 지난해 10월 서울시 강남구 소재 유흥업소 실장인 여성 A씨와 그의 지인인 또 다른 여성 B씨로부터 협박을 받아 현금 3억 5천만 원을 갈취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A씨가 이선균의 마약 혐의를 주장했고, 이로 인해 이선균은 협박 피해자가 아닌 마약 혐의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이선균은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했고, 세 차례 소환조사에서도 이선균의 마약 투약 결과는 '음성'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선균의 마약 혐의는 내사 단계부터 대대적으로 공개됐고, 일부 언론은 이선균과 A씨가 과거 나눈 대화를 비롯해 알려지지 않은 경찰의 수사 내용까지 폭로했다. 결국 이선균은 세 번째 경찰 소환조사를 마치며 수사 2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27일 숨진 채 발견돼 비통함을 자아냈다. 심지어 이선균 사후 고인의 생전 수사 정보를 유출한 의혹을 받은 현직 경찰관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 경제범죄수사대에 긴급체포돼 충격을 더했다.
이에 김원석 감독은 "말도 안 되는 기사를 낸 언론사나 경찰, 검찰이나 이런 사람들은 대중이 용인해서 그렇다. 기사를 내서 그 사람들이 욕 먹었으면 안 냈을 거다. 우리 대중은 미디어 시대의 강자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한 "자르기 전에 조금 더 기회를 달라"라고 강조하며 "범죄를 저질렀어도, 기회를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건 범죄도 아닌, 범죄에 대한 증거도 없는 상황이었다. 거슬리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내 제안이 이선균에게 큰 마음의 부담이 됐을거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프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김원석 감독은 "사실 전체 대중과 상관없는 분들한테 이런 말씀을 드려서 죄송하다"라면서도 "그냥 조금 더 신중하게, 절대 강자는 여러분이다. 특히 배우들은 정말 나약한 사람들이다.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이 없으면 존재하지 못한다. 그런 기사를 냈던, 정말 말도 안 되는 허위 수사 내용을 유출한 그런 사람들을 응징해야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호산은 '나의 아저씨' 명대사였던 "우린 널 믿는다. 쪽팔릴 거 없다. 괜찮다"라고 덧붙이며 이선균을 추모했다. 김원석 역시 "내가 너를 안다. 그래서 난 네가 무슨 짓을 했다고 해도 너를 믿는다"라고 덧붙이며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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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부산국제영화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