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트랜시스 노조의 전면파업이 한 달 가까지 이어지면서 노조원들의 임금 손실도 눈덩이로 불어나고 있다. 이 사업장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영업이익의 2배에 달하는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며 시작한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파업은 벌써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8일 현대트랜시스의 최대 사업장이자 국내 최대 자동변속기 생산거점인 충남 서산 지곡공장이 부분파업을 시작한데 이어 지난달 11일부터는 전면파업으로 확대하면서 파업이 갈수록 장기화되고 있다.
파업은 노사 양측 모두에게 피해를 끼친다.
생산 차질로 인해 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볼 게 뻔하고,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은 '무임금 무노동' 원칙에 따라 임금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현대트랜시스 생산직 근로자들의 한 달 평균 임금을 감안했을 때 1인당 약 500~600만원의 임금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자동차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노조가 사측과 입장 차를 좁혀서 파업을 멈추지 않을 경우 임금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기간중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회사측은 임금지급 의무가 없다. 현대트랜시스는 법률에 따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파업의 장기화로 근로자들의 불만도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10월달 임금 손실에 11월에도 임금손실이 이어지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 “삼성이나 완성차만 봐도 파업해서 임금손실 보전해 준 사례 없는데, 너무 힘들다”, “한달째 집에만 있다 보니 아내와 아이들에게 부끄럽다”, “변속기 신규 라인 현대차 울산공장에 뺏기는 거 아니냐”는 등의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임금손실과 신변 불안, 생산물량 이관 등을 우려하는 내용들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상법과 근로 관련 법률 및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다 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법규정 준수의식도 높아지면서 과거처럼 노조와 사측 간 이면 합의 등을 통해 파업에 따른 임금손실을 보전해 주는 사례는 없다”라며 “만약 회사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어기고 임금 손실은 보전해 준다면, 노동법 위반은 물론 법인에 경제적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죄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또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선량한 근로자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회사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산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 삼성전자 파업 사례만 보더라도 파업 참여 정도에 따라 조합원 1인당 200~500만원까지 임금손실이 발생하자 25일만에 현업에 복귀했다”며, “모기업인 현대차와 기아 같은 경우도 회사측이 강력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러한 영향 등으로 현대차는 6년, 기아는 4년째 무파업 임단협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는 금속노조 현대트랜시스 서산지회와 지난 6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약 (임단협) 교섭을 진행해왔으나 노조가 기본급 15만 9,800원 인상(정기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면서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총액은 약 24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전체 영업이익 1169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전액을 성과급으로 내놓는 것은 물론, 영업이익에 맞먹는 금액을 금융권에서 빌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성과금은 영업실적을 기반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영업이익을 2배 이상 초과하는 성과금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주장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