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 같은 ‘기록 제조기’ 호날두, 잠시 쉬어 갔다[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4.11.19 18: 33

또 한 걸음을 더 나아가지는 못했다. ‘기록의 향연’을 즐기는 자의 여유일까?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번 달에 내세울 기록 경신은 이미 이뤘으니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느긋한 마음이 엿보인다.
지난 18일 밤(이하 현지 일자) 열린 UEFA[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UNL) 리그 A 조별 라운드 1그룹 마지막 판 크로아티아전(1-1)에선, 찾을 수 없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다. 이미 1그룹 선두로 8강 결선 티켓을 움켜쥔 포르투갈로선, 구태여 호날두를 출장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성싶다. 이로써 사흘 전(15일) 폴란드전(5-1 승)에서 세운 세계 으뜸의 A매치 최다승 기록(132)은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는 ‘기록 제조기’다. 잊힐 만하면 새로운 기록 또 신기록을 쏟아 낸다. 단순하지도 않다. 양적으로뿐만 아니다. 내로라하는 월드 스타들도 쉽게 범접하지 못할, 질적으로 순도 높은 대기록을 창출한다. 그것도 국가대표팀(포르투갈)과 클럽(알나스르)을 오가며 끊임없이 잇달아 말이다. 평균적으로 보면, 매달 한 번꼴로 새 지경을 열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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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이로 불혹(不惑: 40세)의 호날두다, GK가 아닌 필드 플레이어로선 ‘할아버지’라 불릴 만하다. 그런데도 전 세계 축구계를 향해 “나는 건재하다”라고 외치듯 노익장의 열정을 불사르며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팬은 물론 전문가조차도 혀를 내두를 만한, 돋보이는 기록을 내놓는다. 몸놀림은 한창때에 비하면 확실히 둔화됐어도, 다시 회춘한 듯 득점력을 뽐낸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호날두는 두 개의 세계 기록을 작성했다. 물론 세계 최초다. ▲ 득점 경기 600고지 정복과 ▲ 30세 이상 최다 득점 기록 수립의 신기원을 이뤘다.
먼저 득점 경기 600고지 등정은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의 스포르팅 CP에 둥지를 틀고(2002년) 프로 마당에 뛰어든 지 22년 만에 들어선 신천지다. 10월 5일, 안방(알라왈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 알오루바전(3-0 승)에서였다. 전반 17분에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대망의 금자탑을 쌓았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연 새 지평이다.
또 하나의 뜻깊은 한 골이기도 했다. 442골! 30세 이후 세계 최다 득점 신기록의 가치를 지닌 골로, 세계 축구 역사에 아로새겨졌다. 역사상 최고 공격수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는 호마리우(58·브라질)가 2007년에 세운 종전 기록을 마침내 17년 만에 능가했다.
현재 진행형 A매치 최다승 기록 작성 호날두, 추격자 없는 ‘외로운 투쟁’ 펼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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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가 ‘뉴스의 총아’로서 각광받는 원인이 있다. 심심하다 싶으면 만들어 내는 각종 기록을 앞세워 외면할 수 없는 존재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성기에 결실한 풍성한 과실에 오래도록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으며 불태우는 정열이 어우러지면서, 화수분처럼 각종 기록의 열매를 맺고 있다.
이달에도 한결같았다. 기세를 전혀 누그러뜨릴 뜻이 없다는 양, 무척 인상 깊은 대기록을 선보였다. 앞서 말한 대로, 폴란드전에서 A매치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3년 동안 요지부동이던, 세르히오 라모스(38·스페인)가 16년 동안(2005~2021년) 수립했던 종전 기록을 새로 썼다(표 참조). 폴란드전에서, 호날두는 페널티킥(후반 27분)과 바이시클 킥(후반 42분)으로 2골을 뽑아냈다. 특히, 바이시클 킥은 절묘한 아크로바틱 요소를 바탕으로 빚어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냈다.
2003년, ‘셀레상(A Seleção: 포르투갈 축구 국가대표팀 별칭)’에 처음 발탁된 호날두가 21년에 걸쳐 결실한 A매치 최다승 과실이다. 카자흐스탄전(1-0 승)이 데뷔 무대였다. 물론, 현재 진행형 기록이다. 자신을 상대로 한 ‘외로운 투쟁’이 되지 않을까 싶다.
호날두에게 최고 기록을 빼앗긴 라모스는 더는 기록을 이어 갈 원동력을 잃었다. 2022년부터 ‘라 로하(La Roja: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별칭)’에 발탁되지 못하는 운명에 맞닥뜨린 뒤 2023년 2월에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3위인 이케르 카시야스(43·스페인·121승)는 선수 생활을 접었다. 그렇다면 그 뒤인 4위에 자리한 리오넬 메시(37·아르헨티나·119승)가 유일한 대항마이자 추격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호날두와 약 20년간 세계 축구계의 쌍벽을 이루며 ‘지존’ 다툼을 벌여 온 메시긴 해도, 격차가 상당해 추월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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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벋어 가는 것도 한(限)이 있다.” 칡이 기세 좋게 벋어 나가지만, 한계가 있다는 뜻의 우리네 속담이다. 무엇이나 성(盛)하는 데에도 한도가 있음을 이르는 말이라 하겠다. 그런데 아직은 그 상한에 이르지 못했나 하는 생각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호날두다. 오히려 “부자는 망해도 삼 년 먹을 게 있다”라는 속담이 더 어울릴 듯싶다. 요즘 ‘잘나가는’ 모양새를 보면 절로 떠오르는 단상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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