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첼시,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전 등을 인종차별 가해에 따른 7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중원 자원 로드리고 벤탄쿠르 없이 치러야 하는 토트넘이 피해자 손흥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장 맨시티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벤탄쿠르의 징계 경감을 요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트넘은 20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벤탄쿠르의 징계에 항소했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지난 18일 FA로부터 7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건은 지난 6월 발생했다.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TV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해 손흥민의 유니폼을 요청받았다. 진행자는 손흥민의 유니폼을 원한다고 밝혔다. 벤탄쿠르는 "쏘니?"라고 되물으며 웃었다. 이어 "손흥민의 사촌의 유니폼일 수도 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발언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는 아시아인 외모를 비하하는 명백한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발언 이후 논란이 빠르게 확산됐다. 벤탄쿠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쏘니, 나의 형제여.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나는 절대 당신이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줬으면 해"라고 밝혔다.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손흥민은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를 인정했고 이에 대해 사과했다. 의도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형제고, 이 일로 인해 변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토트넘도 입장을 밝혔다. 구단은 "문제가 긍정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다양성과 평등에 대한 추가적인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손흥민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느끼고 있으며 구단은 이를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FA는 조사를 이어갔다. 벤탄쿠르는 발언이 진행자를 비꼬기 위한 반어적 표현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FA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벤탄쿠르는 '박싱 데이'를 앞두고 7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토트넘은 이에 반발해 항소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토트넘은 "독립 규제 위원회의 유죄 판결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로 인한 징계는 과도하다고 판단한다. 벤탄쿠르는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국내 경기 출전 금지 상태가 유지된다. 추가적인 언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FA 규정상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최소 징계는 6경기 출전 정지다. 벤탄쿠르에게 내려진 7경기 징계는 크게 가중된 처벌은 아니다. 하지만 토트넘은 징계를 한 경기라도 줄이기 항소를 선택했다.
토트넘의 항소 결정은 동의를 사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손흥민이 벤탄쿠르로부터 인종차별 당한 직후 토트넘은 즉각 움직이지 않았다. 여론 눈치를 보고, 손흥민이 벤탄쿠르를 용서한다고 하자 그때서야 사태를 마무리하는 듯한 움직임만 보였다.
그러나 벤탄쿠르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징계를 받자 빠르게 항소를 결정해 '피해자' 손흥민을 존중하지 않는단 반발이 뒤따르고 있다.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손흥민은 일단 맨시티전 출격을 기다린다.
토트넘은 오는 24일 오전 2시 30분 맨시티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올 시즌 5승 1무 5패로 리그 10위에 머무르고 있는 토트넘은 우승 후보 맨시티전 승리로 상의권 도약을 노린다.
최근 허벅지 부상에서 돌아온 손흥민의 어깨는 무겁다. 부상 병동인 토트넘에서 해결사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기 때문이다.
미키 판더펜과 히샤를리송, 윌슨 오도베르가 햄스트링을 다쳤고, 마이키 무어도 경기에 뛰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벤탄쿠르도 징계로 뛸 수 없다.
손흥민은 11월 A매치를 마치고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11월 A매치 휴식기 직전인 입스위치전을 통해 오랜만에 풀타임 소화했던 손흥민이 리그 2위팀 맨시티 상대로 득점포를 가동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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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벤탄쿠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