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전완근 끝판왕' 이성규(31)에게 2024년은 야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한 해였다. 2016년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홈런(22)을 터뜨렸고 안타(73), 타점(57), 득점(56), 도루(9) 모두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새롭게 작성했다.
경산 볼파크에서 마무리 훈련에 한창인 이성규는 올 한해를 되돌아보며 “뜻깊은 한 해였다. 입단 9년 차에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는 등 많은 걸 경험한 한해였다”며 “평소 목표를 정해놓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 많은 분께서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퓨처스 캠프에서 올 시즌을 시작한 그는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이성규는 “이제 나이도 적지 않은데 후배들은 계속 들어오고 마음이 좀 그렇더라. 처음으로 이제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혼자 속앓이하던 이성규에게 해답을 제시한 건 친구 장진혁(KT 위즈 외야수)이었다.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하던 가운데 (장)진혁이가 ‘가장 잘 쳤던 타격 자세와 느낌을 떠올려 보라’고 하더라.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하다가 진혁이의 조언대로 하니까 뭔가 잡히기 시작했다. 자신감도 생기고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 이성규의 말이다.
이진영 1군 타격 코치 또한 이성규의 커리어 하이 달성에 큰 도움이 됐다. “이진영 코치님은 기술적인 변화보다 투수와 상대하는 요령을 알려주셨고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을 꼽아달라고 하자 “기억에 남는 홈런이 좀 있다. 연타석 홈런(4월 14일 대구 NC전)과 (4월 23일) 대구 LG전에서 만루 홈런을 친 기억도 떠오르고 (8월 2일 대구 SSG전에서) 홈런을 터뜨려 (원)태인이가 완투승을 달성하는 데 보탬이 됐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변신한 이성규는 수비적인 부분에서 안정감도 한층 더 좋아졌다. 그는 “제가 열심히 노력한 부분도 있지만 박찬도 외야 수비 코치님께서 기본기를 잘 가르쳐주신 덕분이다. 제가 전문 외야수가 아니다 보니 기본기가 부족했는데 코치님께서 하나하나 상세히 알려주셨다”고 공을 돌렸다.
이성규는 또 “우리 (김)헌곤이 형도 수비에 대한 조언은 물론 잘하고 있다고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지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성규는 “한 시즌을 치르면서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옆구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가 다시 (1군에) 복귀했는데 경기력이 쉽게 안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타격에서도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특히 정확성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이라며 “저는 자리가 정해진 선수가 아니기에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헌곤과 더불어 팀내 최고의 노력파로 꼽히는 이성규는 올 시즌 커리어 하이를 완성하며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좋은 선수 이전에 좋은 사람으로 구단 안팎에서 칭찬이 자자한 이성규의 활약에 많은 이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이에 이성규는 “제가 좋은 본보기가 됐다면 기분 좋은 일”이라며 “저는 KT에 계신 (문)상철이 형을 보면서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퓨처스 홈런왕 출신 문상철은 지난해 9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올 시즌 17홈런으로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우며 대기만성을 현실로 증명했다.
이성규는 “퓨처스 무대에서 엄청 잘했던 상철이 형이 지난해부터 1군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걸 보면서 되게 좋았다”고 했다.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냈지만 만족이란 건 없다. 이성규는 “내년에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많이 생각하고 있다. 마음만 앞서면 안 되니까 멘탈적인 부분에도 신경 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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