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야구 랭킹 1위’ 일본야구대표팀의 국제대회 27연승 행진이 끊겼다. 도쿄돔 안방에서 열린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대만에 충격의 완봉패를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이 이끄는 일본야구대표팀은 지난 24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대만에 0-4로 패했다. 이번 대회 8전 전승을 달렸지만 결승전에서 대만에 일격을 당하며 준우승에 만족했다.
이로써 일본은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국제대회 기준으로 27연승 행진이 끝났다. 지난 2019년 11월12일 프리미어12 슈퍼 라운드 미국전(3-4) 이후 28경기 만에 당한 패배로 2021년 도쿄올림픽,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이어 4개 대회 연속 우승이 좌절됐다.
경기 내용도 무기력했다. 린위민(4이닝), 장이(3이닝), 천관위(1이닝), 린카이웨이(1이닝)로 이어진 대만 마운드에 4안타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다. 선발투수 토고 쇼세이는 5회 린자정에게 선제 솔로포를 맞더니 천제셴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첫 홈런을 맞은 뒤 흔들리던 토고를 계속 마운드에 뒀다 추가 실점한 이바타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 완전히 늦었다.
‘닛칸스포츠’를 비롯해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바타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은 정말 잘해줬다. 이번 대회를 통해 기술도 향상됐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강해졌기 때문에 다음 대회를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을 이기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 생각한다”고 자책하며 “대만은 나오는 투수들마다 힘이 있었다. 모든 투수가 훌륭했기 때문에 이길 수 없었다. 타선도 강하고, 훌륭한 팀이었다”고 인정했다.
일본 선수들은 패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한국전 포함 선발 2경기 8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에이스 타카하시 히로토는 시상식을 마친 뒤 은메달을 목에서 뺐다. 그는 “준우승을 목표로 야구를 하지 않는다. 전승 우승을 목표로 한 대회였다. 이 메달을 걸고 끝낼 수 없다는 생각에 뺐다”며 “중요한 순간에 이길 수 있는 대만의 강인함을 눈앞에서 느꼈다. 너무 분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마무리투수 토고 쇼세이도 시상식 직후 목에 건 은메달을 벗었다. 그는 “원하던 메달 색깔이 아니었다. 분함이 치밀어 올라 메달을 목에 걸고 있을 수 없었다. 일본 야구의 훌륭함을 우승이란 결과로 증명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지금 이 아쉬움을 잊지 않고 앞으로 선수 생활로 이어나가고 싶다. 내후년 WBC가 있으니 다시 성장한 모습으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대표팀 최고참인 내야수 겐다 소스케는 “이기지 못해 굉장히 아쉽지만 모두가 필사적으로 노력한 결과이기 때문에 받아들인다. 다음 국제대회에서 아쉬움을 풀 수 있도록, 다시 대표팀에 뽑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일본에 충격에 빠진 반면 대만은 그야마로 축제 분위기였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준결승전 이후 무려 32년 만에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일본을 꺾은 대만은 올림픽, WBC 포함 연령 제한이 없는 국제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대만 야구 역사상 최고의 날이 된 것이다.
그 전날 슈퍼 라운드 일본전에서 결승전을 위해 선발을 교체하며 WBSC에 벌금을 내고 비판을 받았던 쩡하오주 대만 감독의 간절함도 우승이란 결과로 보답았다. 쩡하오주 감독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선수들의 힘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준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이번에 우리 팀은 많은 역사를 썼다. 큰 의미가 있다. 세계 강팀들과 싸우면서 부족한 부분도 알게 됐고, 향후 대만 야구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7경기 타율 6할2푼5리(24타수 15안타) 2홈런 6타점 5득점 OPS 1.617로 활약하며 MVP를 차지한 천제셴은 “전지훈련 때부터 선수들이 자신과 팀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 꿈만 같다. 대만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며 감격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