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주인 찾아간 이순재의 첫 연기대상..공동대상 남발, 부끄럽죠? [Oh!쎈 이슈]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25.01.12 23: 29

‘대배우’ 이순재가 90세가 돼서야 생애 첫 연기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순재가 처음 받은 연기대상의 왕관, 도대체 그동안 어디서 주인을 못 찾고 헤매고 있었다는 걸까. 
11일 밤 방송된 ‘2024 KBS 연기대상’에서 이순재는 드라마 ‘개소리’로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10월 건강상 이유로 출연 중이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공연을 취소했던 이순재는 활동 중단 3개월 만에 무대에 올랐다. 
후배 김용건, 최수종의 부축을 받으며 트로피를 받아든 그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 KBS가 방송 역사가 시작된 게 1961년 12월 31일로 기억한다. ‘나도 인간이 되련다’에 첫 출연했다. 선배님들 모시고 조그만 역할이지만 했다.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준비했다. 오늘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 받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1935년생인 이순재는 1956년 연극으로 데뷔해 KBS 개국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로 안방 연기를 시작했다. KBS의 개국 신화를 함께한 이순재가 약 70년 만에 KBS 연기대상 트로피를 손에 들었다. 역대 연기대상 중 최고령 대상 수상자다. 
이순재는 이번 연기대상으로 생애 첫 연기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배우들 중 최고령을 자랑하는 데도 연기 경력에 비해 연기대상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07년 방송된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순재’로 큰 인기를 끌고 대상을 받았으나, 그때에도 연기대상이 아닌 연예대상이었다. 
당시 이순재는 ‘무한도전’ 멤버들과 공동으로 연예대상을 받은 뒤 “고맙고 미안하다. 내일 ‘연기대상’에 기웃거려야 하는데 엉뚱한 곳에 와서 남의 상을 가로채는 것 같아 미안하다. 같이 타게 돼 다행이다”는 소감을 남겼던 바다. 
‘남의 상’이라고 표현할 만큼 이순재는 연예대상이 아닌 연기대상 시상식을 본인의 주 무대라고 여겼지만 어쩐 일인지 대상 트로피는 그를 비켜갔다. 새파랗게 어린 후배들이 납득하기 힘든 연기로 상을 받을 때마다 이순재의 마음은 어땠을까. 심지어 공동 대상을 남발하던 지상파 3사였는데. 
다만 이순재는 “그동안 대상 하게 되면 이순신 장군, 역사적 인물이 받았다. 줄 수 있다. 미국 배우 캐서린 헵번은 30대에 한번 타고, 60세 이후 3번 상을 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부 공로상이다. 60세 넘어도 잘하면 상을 주는 거다. 공로상이 아니다. 연기는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말로 에둘러 속내를 내비쳤다. 
‘개소리’ 식구들과 시청자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 이순재는 “늦은 시간까지 와서 격려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집안에서 보고 계신 시청자 여러분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합니다”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90세 대배우가 느낀 대상의 감동이 이 정도다. 
그동안 연기대상 트로피가 어디에 있다가 이제 온전한 주인의 품으로 돌아왔는지. 최고령 연기대상 이순재가 남긴 울림과 여운이 유난히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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