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생활 13년차에 비로서 ‘주전 유격수’의 칭호를 거머쥐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박승욱(33)에게 2024년은 의미가 넘쳤다.
박승욱은 지난해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다. 자연스럽게 커리어 하이 시즌을 새롭게 썼다. 139경기 타율 2할6푼2리(405타수 106안타) 7홈런 53타점 57득점 OPS .716의 성적을 남겼다.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했고 데뷔 첫 100안타 시즌까지 완성했다.
노진혁 이학주 등이 박승욱보다 먼저 거론됐던 롯데의 유격수 자리다. 그러나 결국 박승욱이 경쟁 끝에 거머쥐었다. 박승욱이 증명한 것. 유격수로 111경기(97선발) 833이닝을 소화했다. 데뷔 13년차에 비로소 주전 유격수로 등극했다. 유격수 자리에서 이닝 대비 많은 22개의 실책을 범했지만, 결국 박승욱을 아무도 밀어내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도 계속 박승욱에게 기회를 주면서 주전 선수로 거듭났다.

한때 유격수 불가 판정까지 받았던 박승욱이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지명됐고 주전 유격수 재목으로 불렸다. 그렇게 성장해 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 박승욱은 더 이상 도약하지 못했다. 2019년 KT 위즈로 트레이드 됐고 2021년 정규시즌이 한창이던 9월 방출됐다. 이 해 KT는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었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박승욱은 팀의 경사를 먼 발치에서 바라봐야 했다. 이 과정에서 박승욱은 ‘유격수 불가’ 판정까지 받았다.

그렇게 박승욱의 커리어가 끝나는 듯 했지만 롯데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박승욱은 아직 프로에 입단하지도 않은 예비 신인들을 비롯한 신예 선수들과 함께 교육리그에서 테스트를 받으면서 재기를 노렸다. 박승욱은 테스트에 합격했고 3번째 팀인 롯데에서 새출발을 알렸다.
롯데에서 보낸 3년은 성공적이었다. 커리어 내내 조연에 가까웠던 박승욱은 롯데에서 주연으로 등극했다. 2023시즌이 끝나고 박승욱은 “사실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항상 주연을 목표로 한다. 기회가 된다면 욕심을 내보고 싶다”며 주전 자리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말했던대로 박승욱은 2024년 롯데 내야진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 잡은 주연이 됐다.

커리어 내내 역경이 가득했다. 하지만 주전이 됐다고, 주연으로 등극했다고 해도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박승욱이 레귤러 멤버로 등극했다고 해도 다른 구단들에 비해 주전 유격수에 대한 무게감이 약한 편이다. 경쟁으로 유격수 포지션 선수들의 레벨을 끌어올려야 한다. 주전이었던 박승욱에게는 야속할 수 있지만, 팀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결국 박승욱은 다시 한 번 경쟁터로 불려 나올 전망이다. 목표는 당연히 주전 사수다. 당초 주전 유격수로 꼽혔지만 박승욱에게 밀린 노진혁도 비시즌 부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구단은 노진혁에게 주로 3루를 맡길 계획이지만, 파트타임 유격수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여기에 2년차 시즌을 맞이하는 신인급 내야수 이호준이 지난해 막바지 가능성을 보여줬고 상무에서 전역하는 한태양, 현역에서 제대하는 김세민 등 젊은 내야수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전망이다. 이학주 오선진 등 유격수 가능 자원들이 방출 됐지만 박승욱은 다시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다.

유격수 경쟁에서 밀린다고 하더라도 박승욱에게 1군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봄날은 아니겠지만 혹한도 아닐 것이다. 박승욱은 유격수 외에도 2루수와 3루수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다. 박승욱처럼 내야 전포지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공수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있으면 감독의 벤치 운영도 수월해진다. 유격수를 비롯해 3루수, 2루수 모두 소화하는 만능 내야수, 슈퍼 유틸리티로서 쓰임새가 있는 박승욱이고 그동안 비슷한 역할을 맡아왔다. 어쩌면 박승욱이 만능 내야수로 활약하는 게 팀 입장에서는 더 나을 수 있다. 그만큼 내야진의 뎁스가 탄탄해지고 선수단의 경쟁력도 강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

박승욱에게 비로소 찾아온 봄날이다. 이 봄날이 계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박승욱은 치열한 경쟁터에서 다시 한 번 살아남고 주전 유격수 자리를 사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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